"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출제 의도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많은 수험생들이 이 같은 질문을 해온다. 그러나 이 질문 속에는 심각한 오해가 깔려 있다.
마치 단답형 문제처럼 특정 유형의 답안만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하지만 논제에 긍정적인 주장이나 부정적 주장, 아니면 제3의 주장을 개진한다고 해서 점수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떤 주장이든 얼마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
는 점이다. '출제 의도' 라는 말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면 '쟁점' 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의 쟁점이 주어지면 그에 대한 찬.반 및 제3의 견해 등 2~3개의 주장이 가능하다.
논술이 '내 주장을 논증을 통해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글쓰기' 라면 주장은 논술의 기본 요건이다. 따라서 서로 입장을 달리하거나 상반되는 주장이 서로 진리임을 주장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으면 논술이 성립될 수 없다. 논술에서 무엇인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쟁점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이 논제를 받고 나면 일차적으로 해야할 일은 쟁점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쟁점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내가 무엇을 어떻게 주장할 수 있는가' 를 알 수 있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논점을 벗어나 감점을 당하게 된다 . 문제는 논제의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학생들은 제시문 중 의문문으로 쓰여져 있는 부분이 바로 쟁점이라는 식으로 잘못 알고 있다. 물론 제시문의 쟁점이 의문문의 형태로 표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출제되지 않는다. 어떤 논제의 경우는 쟁점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논제는 이 같은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왜냐하면 논제의 쟁점을 파악하는 것을 평가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현대 다원주의 사회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논술하라' , '이상화 모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필요한가를 논술하라' 전자의 쟁점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입각한 결정의 정당성이 내용의 정당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정치철학적 논의를 이해해야 한다. 또 자연과학 연구방법에서 이상화 모델을 통한 방법이 갖는 한계에 대한
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후자의 쟁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각 대학의 논술고사 출제방침을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따라서 단순히 이론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제를 둘러싼 일련의 이론적 논쟁을 비교. 분석해 보는 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각 분야에서 제기되는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인식의 쟁점들을 둘러싼 일련의 논쟁과정을 학습해두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