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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해수욕장은 여름이면 맑은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를 죽인다.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 아빠의 너털웃음, 입을 살짝 가린 엄마의 사랑스런 웃음소리, 젊은이들의 박장대소, 거기에 키 큰 외국인들의 웃음까지 더해진다. 피서객 많이 몰리기로 손꼽히는 해수욕장이니 당연한 분위기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머드 축제에 참가, 진흙을 뒤집어쓴 채 열광하는 외국인들. |
그러나 대천 해수욕장이 웃음소리와 신나서 지르는 탄성소리로 가장 활기 찰 때는 해수욕 절정기를 조금 앞선 7월20일 전후. 이 즈음에는 어린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암갈색 개펄 흙을 뒤집어쓴 다음 서로 다른 사람의 모습에 웃음 짓고, 고무튜브로 만든 둥그런 경기장 안에 들어가 서로 미끄러운 몸을 잡아당기며 씨름을 하고, 또는 전력을 다해 튜브 미끄럼틀에 몸을 내던진다.
보령 머드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축제 기간은 7월16일부터 22일까지 1주일간. 장소는 사철 인기를 누리는 대천 해수욕장 일원이다. 올 피서는 물놀이 절정기를 조금 앞당겨 덜 붐비는 대천 해수욕장을 찾아 머드 축제에 몸을 내던져 보자. 그리고 금북정맥 최고봉 오서산을 올라 서해를 마음껏 조망하고, 무창포 바닷길, 보령호, 성주사지로 이어지는 명소 답사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보령 머드 축제
진흙 뒤집어쓰고 개구쟁이 시절로 회귀
보령시는 남녀노소가 웃음꽃을 피우는 머드 축제를 1998년부터 매년 열어왔다. 머드(mud)란 물기가 있는 질척한 흙을 말한다. 대부분 진흙을 함유한 점토성 물질, 동식물의 분해산물과 토양, 염류 등이 퇴적되어 오랜 세월 동안 지질학적, 화학적 작용과 미생물의 분해작용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머드는 일반적으로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천연 미네랄 등 각종 유효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부미용에 효과가 높고, 피부 수축, 노폐물 제거, 혈액 순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머드 셀프 마사지. 보령시는 머드가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
보령시는 관내의 바닷가 청정개펄에서 채취한 양질의 바다 진흙이 이러한 효험이 탁월하다는 점을 감안, 머드를 이용한 화장품과 샴푸, 비누 등을 생산, 96년부터 시판에 들어갔고, 2001년에는 ISO 9002 인증획득은 물론, 세계적인 인증기관인 FDA(미국 식품의약국) 검사결과 적격 판정을 받아 대외적인 이미지가 한층 높아졌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들 머드 제품을 홍보할 목적으로 98년 7월부터 매년 대천 해수욕장 일원에서 머드 축제를 열고 있는 것이다.
한국상품학회가 선정한 2004 대한민국 상품대상(레저 부문) 대상을 수상한 머드 축제의 올해(제8회) 행사는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충청남도·웰컴투코리아시민협의회 공동 후원으로 7월16일부터 1주일간 대천 해수욕장 시민탑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 기간 중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머드 씨름, 머드 장애물, 머드 풋살대회, 머드 교도소, 머드 슬라이딩, 인간 마네킹, 머드왕 선발대회, 머드 사진촬영대회, 머드 불꽃판타지아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머드 축제가 열리는 대천 해수욕장은 길이 3.5km, 폭 100m에 달하는 대형 백사장. 모래는 동양에서 유일한 패각분으로 조개껍질이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잘게 부서져 모래로 변한 것이다. 규사로 된 백사장이 몸에 달라붙는 점에 비해 패각분은 부드러우면서 물에 잘 씻기는 장점을 갖고 있고, 앞 바다는 수온과 수심이 적당해 특히 가족 피서객에게 인기 있다. 이러한 자연적인 장점에 숙소와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대천 해수욕장은 여름뿐 아니라 겨울바다를 찾는 이들이 많아 한 해 탐방객수가 1,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더해 머드 축제 기간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온다. 지난해는 연인원 146만여 명 중 외국인이 2만 명에 이르렀다. 보령시는 행사의 세계화를 위해 기획 당시부터 주한 외국대사와 외국인 전문 관광회사 등을 상대로 집중적인 홍보활동을 펼쳐왔다. 그 덕분에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고, 지난해까지 3년 내리 참가한 외국인도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행사 기간 중 외국인들에게는 머드팩 이용료를 30% 할인해주고, 통역서비스에 라커와 샤워장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준다.
▲ 머드 씨름. 머릿속에서 어떻게 쓰러뜨릴까 고민하면서 눈싸움을 벌이고 있다. |
축제 기간 중 대형 머드탕과 머드 씨름장, 머드 슬라이드장. 수영복이나 반바지 차림의 참가자들은 머드를 바른 뒤 머드탕 안에 들어가 주최측이 준비한 레크레이션이나 율동을 하는 사이 온몸은 진흙으로 더욱 엉망이 되어가지만, 얼굴빛은 더욱 환해지고, 웃음소리도 더욱 커진다.
씨름장도 만만찮다. 서로 맞잡고 넘어뜨리려 애를 쓰거나 탕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보지만 몸이 미끄럽다 보니 마음대로 될 리 만무. 잡아당기다 자신이 오히려 넘어지고 자빠지고, 그 모습에 탕 밖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박장대소하고, 자신들도 멋쩍은 표정을 짓다 웃고 만다.
▲ 머드 슬라이딩. 누가 빨리 멀리 미끄러지나 내기하듯 점프하며 미끄러지고 있다. |
▲ 진흙 뒤범벅을 하고 개구쟁이 시절로 돌아간 피서객들. |
축제 후 보령 일원의 명소 드라이브 답사
머드 축제를 찾는다면 해수욕도 즐기고, 또한 보령 일원의 명소를 찾아보자. 대천 해수욕장~남포방조제~무창포~보령호~석탄박물관~성주사지 순으로 명소를 방문한 다음, 보령시로 내려서기 전 옥마산(601m) 활공장에서 서해 낙조를 보며 드라이브를 마무리 짓자. 성주사지 부근의 성주산 자연휴양림이나 보령 최북단의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은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행사기간중인 7월21일(20:33~22:50·절정시각 22:01·물높이 60cm), 22일(21:11~23:51·22:56·37cm), 23일(21:58~24:41·23:42·31cm) 3일간은 무창포 앞다바가 열려 1.3km 떨어진 석대도까지 바닷길을 걸으며 어패류와 낙지 등 다양한 해산물을 직접 잡는, 손맛을 즐길 기회도 주어진다.
보령시는 축제기간에 보령시 일원의 유적지와 명소를 연계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1일 5회(10:30, 12:00, 13:30, 15:00, 16:30) 시민탑광장 제1공영주차장(대천한화콘도 옆)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는 석탄박물관~돌조각공원~성주사지~냉풍욕장~청천저수지~해안도로~갯벌체험장~대천항을 거쳐 대천 해수욕장으로 돌아온다. 전문 도우미와 문화유산 해설사가 탑승해 이동하면서 명소 설명과 더불어 이벤트를 실시한다(약 3시간 소요).
머드 축제 문의 : 보령시 관광과 전화 041-930-3542, 팩스 930-3757. 홈페이지 www.mudfestival.or.kr
숙박
대천항과 해수욕장 사이의 언덕 위에 조성된 환상의 바다에는 호텔, 모텔, 콘도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갖춰 있다. 홈페이지 www.oceanoffantasy.com, 예약 문의전화 041-931-1111. 대천 해수욕장 내의 숙박시설은 홈페이지(www.daechonbeach.com) 참조.
대천 해수욕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용두 해수욕장 동백관도 이용해볼 만하다. 보령시에서 직영, 깨끗한 객실을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다. 소나무숲이 우거지고 호젓한 해수욕장도 갖추고 있다. 근로자의 경우 5~6인이 사용할 수 있는 객실을 1박당 18,000원에 빌려준다. 에어콘도 갖추고 있으나 취사는 건물 밖 공동 취사장을 이용해야 한다. 문의 보령시 문화관광과 041-930-3542.
맛집
남곡동 도래바지락죽 - 바지락·백합 전문음식점
대천역에서 대천항으로 이어지는 남곡동 해안도로를 따르노라면 탁 터진 바다 풍광에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도로 오른쪽, 바다쪽으로 들어선 음식점이 눈에 띈다. 변산반도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백합·바지락 전문음식점인 도래바지락죽이다.
이 식당에서는 보령 지역 79개 섬 일원이나 부안 일원에서 채취한 백합과, 보령 지역에서 채취한 바지락을 재료로 사용한다. 마늘과 인삼 간 것 외에 밝힐 수 없는 재료 몇 가지를 섞어 만든 바지락죽(6,000원), 바지락무침(25,000~30,000원), 백합죽(8,000원), 백합회(30,000원), 백합구이(30,000원)는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주인은 핵산이 함유되어 숙취 해소와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