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소수민족문학과 글로벌 영어권 문화에 대한 지원자의 지속적인 연구의 연계선상에서 파케하(백인)와 마오리 문화의 절묘한 조화와 독특한 화합을 촉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뉴질랜드 문학에 대한 탈식민주의, 정신분석학, 생태비평계의 관심을 반영한다. 본 연구의 주된 내용은 뉴질랜드 백인남성 작가 데이비드 발렌타인의 반성장 소설 『뒤집힌 시드니 다리』를 지배하는 음산하고 불편한 요소, 즉 도시로 떠나 버린 어머니, 무능한 아버지, 비밀스럽고 음탕한 시골마을 사람들 그리고 동화 속 공주를 구하기 위한 소년의 폭력적 광기와 몽환적 살인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서 외딴 시골 노동자 계급 출신의 “하위주체”(subaltern)로서 도시의 범죄자로 전락해가는 백인-타자 소년의 성장-반성장의 과정을 심도있게 분석ㆍ탐구하고자 한다. 보편적으로 ‘성장’(Bildung)이란 사회에서 유통되는 ‘세상의 이치’를 배워가는 과정이고, 이로써 미성숙한 주체가 ‘교양’ 있는 성인 ‘부르주아’ 남성주체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뉴질랜드 특유의 환경을 배경으로 성장/반성장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뒤집힌 시드니 다리』는 연구 될 가치가 충분하다 여겨진다. 따라서 이 연구는 “세계가 상호연결 되고 서로 의존하면서도 변별성을 가지는 구성체로 이해”하려는 인식을 바탕으로 둔다.
연구 방법은 제국적, 식민적 유물인 관광자적 시각에서 벗어나 탈식민적, 정신분석학적, 생태비평적 글읽기를 지향하면서 탈식민 정신분석과 생태인문학이론으로 텍스트 분석의 기본 틀을 마련할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이론을 통하여 풍요로운 소비를 위해서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삶의 가속화 현상 속에서 뉴질랜드 자본주의 사회의 아웃사이더 범죄자로 전락하는 백인 남성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계급/젠더/민족/인종/학벌/지역 등을 통하여 권력구조가 완고하게 형성된 21세기의 후기자본주의 공간 속에서 ‘노동자 타자이자 괴물이 된 백인 남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즉 본 연구는 시대의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관리된 사회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구현하는 백인 남성의 자기형성 과정을 해석하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뉴질랜드 백인 소녀의 성장소설을 고찰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뉴질랜드의 백인 이민개척자의 역사적 특수성과 대면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특수성을 통하여 뉴질랜드의 성장소설이 서구유럽의 성장소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통합적,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발렌타인의 성장/반성장 소설의 특징과 한계 혹은 가능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발렌타인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서구유럽의 식민적, 자본주의적 발전의 상징인 폐허가 된 도살장은 단순한 배경의 역할을 넘어서 현실의 부조리를 반영하는 신화적, 생태적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황폐한 장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찬가지로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으로 그려지는 친환경적 소박하고 척박한 시골고향을 떠나 도시의 화려함 속으로 사라져 버린 어머니(여성)의 부재는 성적으로 감성적으로 불안정한 백인 소년의 성장/반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질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같은 발렌타인의 반성장 소설『뒤집힌 시드니 다리』가 도시의 백인-타자-범죄자로 전락한 뉴질랜드 노동자 계급의 현실과 대항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임을 강조할 것이다. 다시 언급하자면, 본 연구는 발렌타인의 문학텍스트와 성장/반성장 담론을 중심으로 탈식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뉴질랜드 시골 노동자 계급의 소년이 무지한 살인을 통해서 도시의 부랑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