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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공동날적이 오늘은 교보문고에 가는 날입니다. 아이들 모두 기대에 부풀었네요. 그런데 재형이가 아직이라 올 때까지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모파상이 쓴 “달걀을 품은 할아버지”였지요. 책을 거의 읽어갈 무렵 재형이가 왔습니다. 서둘러 터전을 나왔지요. 버스 안에서는 자리 때문에 약간 다툼이 있었고, 결국 재형이가 제 옆에 앉았습니다. 다툼이 진정되지 않아 재형과 진혁이 버스 안에서 계속 큰소리로 말싸움을 했습니다. ‘예의를 지키자, 공공장소잖아’라며 달랬습니다. 버스가 출발하고 아무말 없이 차창을 보는 시냇가가 불안했던지 재형이가 걱정스런 얼굴이 되었네요.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일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지 몇 분도 안 되어 재형은 이내 곯아떨어졌습니다. 서점에 들어가 어린이 코너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진혁이는 사전이 없어서 시냇가와 둘이 사전 코너로 가고, 나머지 아이들은 핸드폰이 있는 유빈이를 중심으로 자리 이동하지 말고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서너 권씩 책을 읽고 있네요. 나란히 앉아서... 사랑스럽네요. 간식을 먹으러 교보에 있는 스낵코너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다 함께 앉을 수가 없네요.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가 햄버거를 먹기로 했습니다. 이게 방과후의 처음이자 마지막 햄버거 간식이 될 거라는 약속과 함께요. 버거킹에 들렀는데 너무 비싸서 이것 저것 고르고 망설이다가 맥도날드로 갔습니다. 아이들도 너무 비싸서 망설이는 시냇가를 보더니 얼른 양보하네요. 거기서 저렴한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죠. ‘음~ 너무 맛있다’는 재형이의 감탄... 저 흐믓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귀엽네요. 아껴 먹겠다며 한 끝을 안 먹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자리가 부족해 다 함께 앉을 수 없자 자리 다툼이 있었지요. 다시 또 재형과 시냇가가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현, 진혁, 유빈, 희원 사이좋게 이야기 하며 먹습니다. 현이를 무서워 한다는 희원이가 많이 편안한 얼굴이네요. 유빈은 언제나 의젓합니다. 시냇가와 앉은 재형은 소곤소곤 비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까 버스 안에서 왜 그랬어?” “그냥~ 다음엔 안 그럴게요(애교 섞인 비음)” “재형아! 사실 대로 말해봐. 너 진혁이 좋아하지?” “응(머쓱해서 웃으며)...” “그럼, 같이 안고 싶다고 말해야지. 그렇게 싸우면 되니?” “알았어” 이 대화를 진혁이도 들었답니다. 나중에 진혁에게 물으니 자기도 다 들었다며 잠시 잠깐 무언가 생각하는 얼굴입니다. 그리고는 오늘 나쁜말 한 거를 지수로 표시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말에 진혁 군 스스로 고백합니다. “난 79점”. 현이도 평가를 합니다. “난 10점”. 유빈과 희원은 해맑은 얼굴로 “우리는 0점”이랍니다. 이제 재형이 차례입니다. “난 50점...(말 끝을 흐리며)” 그러자 친구들이 “에~~”랍니다. 진혁과 다투며 서로 나쁜말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겁니다. 결국 다시 수정해서 “78점이나 80점 사이”랍니다. 다음엔 그 지수를 낮추어서 희원과 유빈처럼 ‘0’점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했습니다. 햄버거도 다 먹고 창밖으로 간간히 눈보라가 치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칩니다. 참, 음료로 콜라를 시켰는데 한 잔이 김빠진 거였죠. 희원이와 유빈이가 마시던 건데 김빠진 콜라더군요. 시냇가가 항의하겠다고 했더니 아이들도 찬성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도 우리 같은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까요. 진혁은 환불 받자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종업원이 많이 혼날 것 같아서 시정해 달라고 살짝 불러서 일러주고만 왔습니다. 진혁이가 다시 와서 시냇가에게 묻습니다. 환불 받았느냐고...(알뜰한 진혁 ^^) 간식을 먹고는 이왕 나온 김에 ‘반디앤루니스’ 라는 서점에도 갔습니다. 가는 길에 보신각이 보이길래 아이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33번 치고 해가 바뀌고 어쩌구 저쩌구... 곁들여 어느 해이던가 새해맞이 구경나왔다가 호택이가 압사당할 뻔해서 119 부르고 난리났었다고 하니 재미있어 합니다. 반디앤루니스는 ‘형설지공’의 뜻을 가진 이름입니다. 서점 내려가는 길에 스탠다드차터드 은행이 있어서 ‘저기가 성진 아빠가 다니는 은행’이랬더니 가서 인사하자고 난리네요. 겨우 말렸습니다. 서점 입구에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현이가 눈을 반짝이며 하는 말, “어 저 사람 tv에서 봤다!”하네요. 인간극장에 나왔던 가수인데 페루에서 온 남자가수였죠. 시냇가도 재미있게 보았던 사람인지라 사인을 받으러 갔습니다. 공동체교육이야기를 해주고 인사를 하니 그 부인이 좋은 일 한다고 친절하게 대해주네요. 사인은 다섯장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현이 왈, “이거 하나를 대표로 방과후에 걸어놓자”네요. 참 좋은 생각이죠? 반디앤루니스는 아이들 마음을 쏙 빼앗았습니다. 교보문고보다 덜 붐비고 책 읽을 공간도 많고... 시간이 많질 않아 겨우겨우 달래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다음에 다시 나오기로 하구요. 제법 굵어진 눈발을 받으며 아이들이 ‘눈이 눈에 들어간다’며 웃습니다. 퇴근 시간이 아슬하게 겹쳐서 앉을 자리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 친구들 모두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오는 길에는 파트너가 바뀌었죠. 현과 재형이 나란히 안고 나머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걷는 동안 아이들이 눈을 뭉쳐 장난을 칩니다. 춥기도 하지만 눈이 오니 포근하기도 하고 봄이 다 되어 내린 눈이라 반갑네요. * 오늘 서점에서 아이들이 보았다는 책입니다. 유빈 : 소공녀, 내 친구 발발이, 작은 아씨들, 과학대전 희원 : 비타민 동화, 주몽 진혁 : 위기탈출 넘버원, 역사만화책, 갯앰프드(이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판타지과학대전, 졸라맨z 현 : 갯앰프드, 우리국어맞춤법, 도라에몽 둘째 수업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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