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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가 무슨 차인가???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길래 여기 저기 서핑하면서 정리했던 자료입니다.....
지금은 그 유행이 지나 간 차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좋은 차는 항상 좋은 차입니다.
보이차(普耳茶)
보이차(普耳茶)는 경치가 수려한 운남성(雲南省) 서쌍판납(西雙版納), 사모(思茅-시마오) 등지에서 생산되는 중국의 명차입니다. 보이차를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은 운남성의 서쌍판납(西雙版納)이며, 주민은 주로 태족입니다
보이차의 이름은 운남성 보이현에서 모아서 출하했기 때문에 보이차라 불리는데 이는 한국식 발음이며 푸어차(普茶)- (pu'er)라 합니다. 보이현은 차의 생산지는 아니고 운남성의 중요한 차시장(茶市場) 이며 무역지입니다. 보이차는 여러 차 중에서도 특이하고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차라 한번 맛을 들이면 매니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이차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거치는 후발효차(後醱酵茶)며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고가품의 차가 됩니다. 좋은 보이차란 운남 대엽종교목에서 채취하여 일광건조된 후, 방습통풍이 잘되는 적절한 온도하에서 장기보존이 이루어지며 진화, 발효가 된 차를 말합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보이차는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약효를 가지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차의 맛과 향은 차가 오랜 기간동안 발효될수록 훌륭해집니다
[보이차 생산과정]
1. 채취 - 보이차의 원산지인 운남성에서는 대엽종 찻잎이 생산됩니다. 찻잎의 크기가 넓어 차의 각종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때문에 발효를 시키기에 적합한 품종이라 하겠습니다.
2. 살청(殺靑) - 청색을 없앤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선 덖음이라고 표현합니다. 열을 가해 차의 성분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가마솥에 덖거나 바구니에 넣어 찌는 방법이 널리 쓰입니다.
3. 유념(?捻) - 손으로 비비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하면 차의 성분이 밖으로 묻어 나오게 되어, 차를 마실 때 손쉽게 물에 침출됩니다.
4. 건조 - 차 성분이 배어 나온 잎을 말립니다. 햇볕에 말리는 전통 방식과 열을 가해 말리는 대량 생산 방식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거의 모든 차의 제조에 통용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압제성형 - 보이차는 원래 휴대 목적으로 덩어리로 찐 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또한 찻잎 그대로 공기에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덩어리로 만들어 서서히 발효시키는 것이 맛이 좋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찻잎 형태를 유지하는 산차(散茶)가 아닌 경우엔, 증기로 쪄서 덩어리로 만드는 공정이 추가됩니다. 덩어리의 모양에 따라서 병차(餠茶, 원반형), 타차(새 둥지 모양), 전차(煎茶, 벽돌 모양), 방차(方茶, 정방형)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됩니다.
5번까지의 경로를 거쳐 생산되는 것이 전통 보이차, 즉 청차(靑茶)입니다. 청차는 제품 구입 당시엔 약간 색다른 풍미를 주는 녹차라고 보시면 무방하겠습니다. 이것을 잘 보관하면 세월이 흐른 후 보이차가 되는 것입니다. 숙성에 걸리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근대적 보이차, 즉 숙차(熟茶)는 압제성형해 제품으로 나오기 전에 몇 가지의 과정을 더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중국에서 1973년 시작되어 1975년 처음으로 제품이 나오게 되면서 공개된 보이차의 발효 방법입니다.
a. 접종 - 보이차의 발효 과정에 도움이 되는 세균을 접종합니다. 대표적으로 효모와 흑국균이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식품 안전성이 입증돼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b. 조수(潮水) - 찻잎에 물을 뿌리는 과정입니다. 균일한 품질의 보이차를 얻기 위해선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찻잎의 등급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집니다(고급일수록 물을 뿌리는 양이 적어집니다).
c. 악퇴(渥堆) - 찻잎을 쌓아놓은 후 일정 시간마다 이를 뒤집어 균일한 발효가 되게 합니다. 3~4차례가 실시되며 각 간격은 30~40일 정도입니다. 이 작업 역시 발효 정도를 보아가며 달라지게 됩니다.
d. 풍간(風干) - 바람에 말려 건조시킵니다. 기간은 2~3일 동안입니다.
보이차의 생산 과정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채취 - 살청 - 유념 - 건조 - 압제성형 - 포장 (청차)
채취 - 살청 - 유념 - 건조 - 접종 - 조수 - 악퇴 - 풍간 - 압제성형 - 포장 (숙차)
운남 보이차의 명칭 구분 요약
일반적 구분.......... 전통 보이차, 인공 발효 보이차
제조에 따라.......... 청차, 숙차, 반생반숙
저장에 따라.......... 건창, 습창
모양에 따라...........산차, 병차, 타차, 방차, 전차, 금과차, 인두차, 심형긴차 등
현재 중국에 출하돼 있는 보이 산차(散茶, 찻잎의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차)는 아래와 같이 14개 품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이금아(普耳金芽), 궁정보이(宮廷普耳), 선물차(禮茶):
모두 특급 이상의 엄선된 찻잎이라고 보면 됩니다(실제 제품 생산에서는 3급 이상의 찻잎을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보이금아는 찻잎의 싹이 하나일 때 채취해 원료상으로는 가장 높은 품질을 자랑합니다. 모두 묵은 향이 오래가며 맛이 순하면서도 진한 제품들입니다. 다만 입에서 단 맛이 도는 것은 보이금아와 궁정보이만의 특징이고, 이하 제품에선 쉬 발견되지 않습니다.
특급~10급 산차:
차 구매인들이 원료의 모양을 보고 매기는 등급입니다. 숫자가 많을수록 품질이 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찻잎이 얇고 작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찻잎이 얇고 작은 것만 고르면 곧 좋은 보이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통적 보이차, 즉 오래 묵어서 고가에 거래되는 보이차들은 원래 6급 이하의 차로 만들게 되어 있었습니다. 보이차는 어차피 오래 발효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굳이 아주 좋은 원료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니까 특급 이상의 차들은 모두 보이차가 고가로 거래되고 난 이후, 오래 잡아도 1990년대 이후에 생산하기 시작한 것들입니다. 또한 현재는 차창에서 덩어리 보이차를 만들 때 여러 등급의 찻잎을 섞어 일종의 블렌딩을 하고 있습니다.
차호(茶號,차의 제품번호)매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우선 앞의 두 자리가 생산년도, 가운데가 차의 등급, 뒤의 한 자리가 생산차창(곤명 1, 맹해 2, 하관 3, 보이 4)입니다. 따라서 7653이라고 하면, 1976년부터 생산된 5급 차를 써서 만든 하관차창 제품이 됩니다. 그런데 앞의 생산년도는, 생산한 년도가 아니라 197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제품이라는 뜻입니다. 보이차의 제조 방식을 계속 개발해나갔기 때문에 연도에 따라 생산표준이 달라지는데, 7653은 1976년의 생산 표준에 맞춰 생산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제조일자를 알 수는 없으며, 더군다나 당시 수출업무를 맡고 있던 운남성차엽진출구공사는 수출 주문에 따라 새로운 차호를 부여하기도 했기 때문에 차호만으로 품질을 선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보이차 옳게 고르기
현재 우리나라 차시장에도 중국의 보이차가 많이 들어와, 중국차를 파는 차가게 뿐만아니라 사이버 쇼핑몰에도 너나 할 것 없이 보이차를 팔고 있다. 상인들은 모두 보이차가 건강에 매우 좋고, 오래 묵을수록 더 좋다고 소개한다. 사실 그 말은 모두 옳다. 그러나 좋은 보이차를 고르기는 웬만큼 제대로 보이차를 접하고, 마셔보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는 첫째 보이차를 파는 차상인들조차 진짜 보이차를 제대로 모른다. 둘째 차상인들이 진짜를 알아도, 진짜 보이차를 취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60년 이상된 보이차들은 가격이 몹시 비싸며 수량도 극히 적어, 대부분이 홍콩이나 대만의 소장가들이 소장하고 있어 한국에까지 들어올 양이 거의 없다. 좋은 보이차를 고르기 위해서는 먼저 몇가지 사항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매변의 발생 여부이다.
매변이란 보이차에 검고 퍼렇게 핀 누룩곰팡이를 말한다. 매변의 발생 여부는 보이차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가장 먼저 이해되고 중시해야 하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매변이 일어난 보이차는 그 본래의 맛과 향기가 그 본래의 본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 가치는 이미 원래 가격의 십분의 일 가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검고 퍼렇게 핀 누룩곰팡이가 무해한지 유해한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의 한 보이차 연구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체에 무해하고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어, 일본에서는 매변이 일어난 누룩곰팡이가 핀 보이차의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의 많은 연구가와 전문가들은 오히려 인체에 유해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산 동의대학 생물학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인체에 나쁜 미생물이 있다고도 한다. 대만에서 매변이 일어난 보이차의 가격이 십분의 일인 것을 볼 때도 이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한국에서 여러 상인들이 한때 오래 묵은 보이차를 팔면서 대만에서는 같은 물건이 4-5배 비싼데, 자기들은 4-5분의 1 가격으로 판다고 말하곤 했다. 그 당시 필자와 여러 사람들도 함께 의아해한 이유가 그러면 그 보이차들을 대만에 갖다 팔면 더 좋지 않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가 바로 매변이 일어난 보이차의 가치가 제대로 완전한 물건의 10분의 1 밖에 안되기 때문이었다.
둘째, 보이차의 외형적 색깔을 살펴야 한다.
매변이 일어난 보이차는 색깔이 검고 짙다. 필자가 등시해 교수를 만났을 때, 그가 보여준 제대로 저장된 보이차들은 마치 낙엽을 곱게 보관한 것처럼 밝은 황색들이었다. 짙거나 검게 변한 차들은 이미 매변이 일어났거나 처음부터 숙창으로 만들어진 보이차로 보면 된다.
셋째, 보이차의 무게이다.
정상적인 보이차들은 손으로 들어보았을 때 마치 솜털같이 가볍다. 필자가 처음 복원창호와 동경호를 손으로 만졌을 때 너무 가벼워 손위에 아무것도 없는 듯 느껴졌다. 그 이유는 90년에서 100여년의 긴 시간 동안 곰삭었기 때문에, 차잎의 형태들은 그대로이지만 차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다. 낙엽들을 수년간만 보관해도 가벼운 것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60년, 70년, 90년, 100여년 동안의 긴 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생각해 보면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넷째, 보이차의 맛이다.
50년이상의 보이차인데도 불구하고, 처음 보이차를 마신 분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짚신 썩은 맛이거나 볏집 썩은 맛이거나 몹시 쓰고 찝찔하다 등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 이것이 보이차 맛의 특징이라고 소개받았고, 또 남에게도 그렇게 소개했다. 많은 분들은 아직도 이런 맛이 보이차의 특징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보이차의 맛은 전혀 그렇지 않고, 맑고 깨끗하고 달고 장뇌나무 향이 서려있다. 불쾌한 맛이 나는 보이차들은 차상인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미 매변이 일어나 본래의 맛과 향기가 사라졌거나, 보관이 매우 잘못되어 부패되었거나 처음부터 속성발효로 만든 싸구려 차로 볼 수 있다.
다섯째, 차를 우려내고 난 뒤의 차잎 즉 茶底(차저)를 살펴야 한다.
정상적으로 오랜 시간을 거쳐 발효된 보이차는 차저의 잎이 손으로 잘 찢어지고, 잎 표면도 부드럽다. 또한 차잎 줄기도 부드럽게 끊어진다. 단, 속성 발효된 보이차는 차저의 잎이 매우 질기고 잎표면도 거칠다. 특히 차잎 줄기는 생잎과 같이 매우 질기고 찢기 힘들다.
여섯째, 보이차를 시음할 때 차의 농도에 주의해야 한다.
대만의 "보이차"의 저자 등시해 교수는 보이차를 마실 때 아주 여리게 마셔야 그 차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있고, 오히려 너무 진하게 마시면 혀가 마비되어 차의 참 맛을 알기 힘들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가짜 차를 팔 때 자주 이 방법을 사용하여 보이차를 진하게 우려낸다고 한다. 이런 음다법은 차상인의 저의가 짙게 깔려 있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대로 혀를 마비시켜 차를 제대로 감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이차 사용량을 많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가게에서도 보이차를 마실 때 거의가 매우 진하게 우려낸다. 또 검고 진하게 차를 마실 줄 알아야 보이차를 많이 아는 것으로 평가해 주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차가 너무 진하면 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되고, 차 맛도 제대로 즐길수 없으며, 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한다.
일곱째, 오래묵은 진짜 보이차의 수량이다.
복원창, 동경호, 경창, 강성, 홍인 등의 오래된 보이차들은 그 수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대만, 홍콩에서도 일부 보이차 소장가들한테만 소장되어 있어 한국에 그렇게 많은 보이차들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대만의 한 차상인이 "대만에서는 돈은 있으나 보이차가 없어 차를 살 수 없고, 한국에서는 보이차는 많으나 돈이 없어 차를 살수 없다"라는 말은 현재 한국의 보이차 실상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등시해 교수가 직접 감정한 동경호가 2통(14편)이 채 안된다고 한다.
여덟째, 정상적으로 제다한 10년 미만의 보이차의 품질도 훌륭하다.
어떤 차상인은 30년 이하의 보이차는 마실 수 없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2급의 대엽종잎으로 만든 산차들은 햇차라도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나다. 병차의 가격도 250그램 한편에 3만원 이하로 매우 싸다. 우리들은 보이차가 매우 비싼 줄 알지만, 요즈음 나오는 보이차들은 매우 싸다.
결론적으로 좋은 보이차를 올바르게 고르기 위해서는, 차상인의 설명이나 논리에 상관하지 말고 위의 몇가지 사항을 참고하여 꼭 시음해 보고 사야한다. 그리고 혹 통으로 구입하는 분은 통속의 7편이 색깔이나 상태가 균일한지 확인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대만에서 등시해 교수에게 감정받으러 온 1통의 동경호에서, 맨 윗장 1편만 진짜이고 나머지 6편은 가짜였던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1. 오래된 전통 방식 보이차
전통 방식 보이차는 야생 교목의 찻잎을 원료로 수공업 공정을 거쳐 만들며, 오랜 기간 보존하면 특유의 장향(樟香)이 일품인 제품입니다. 동경호, 송빙호, 복원창호 등의 차상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보이차만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고, 나름대로 근거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차상들은 1956년 중국 사회주의 정권에 의해 모두 없어졌기 때문에, 만약 진짜 동경호 등의 보이차가 있다면 최소 50년의 진기를 가진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 이후 1973년 인공 발효법이 개발되기 전 불해차창(후에 맹해차창으로 바뀜), 곤명차창(지금은 없어졌음), 하관차창 등에서 생산된 것들도 30년 이상의 진기를 가졌기 때문에 매우 비싼 물건들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다른 소규모 차창에서 생산된 것도 있습니다만, 그걸 언급하는 것만으로 족히 책 한권이 된다(실제로 보이차 족보 같은 책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일반 고객이, 그것도 외국인인 한국 사람이 이런 보이차를 2005년 현재에 구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1980년대 대만과 홍콩에서 보이차 열풍이 불었을 때 대부분의 오래된 보이차가 소비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소장가들의 애장품이 되었을 뿐 시장에 거래되는 상품은 사실상 없습니다. 즉 오래된 전통 방식의 보이차는 차 제품이라기보다는 마니아들의 소장용 골동품과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보이차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수가 없고, 찾아보기도 거의 어렵습니다. 굳이 찾아야겠다면 차 가게보다는 경매장에 가는 게 빠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거래 가격은 일반인이 살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100g에 1천만원이라 해도 온당한 가격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보이차 시장에서는 이런 제품들이 널려 있습니다. 서울 인사동에도 있고,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으며, 중국 북경이나 곤명의 차 시장, 대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차 가게에 30년 이상의 제품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의 가격보다 월등히 싼 맛에 사오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서 비싸게 사나 중국에서 싸게 구입하나 99.9% 가짜이긴 마찬가지입니다. 30년된 보이차 정도라면 중국에서도 얼마든지 살 사람이 있고, 우리돈 100만원 정도론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수의 가짜 진년(陳年, 오래 묵었다는 뜻) 보이차가 판치는 것은 비교대상이 돼야 할 소위 진짜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차 가게에서 내주는 보이차를 시음하고 그것이 10년된 것인지, 15년된 것인지, 혹은 7년 정도에 불과한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겠습니까? 겉표지는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고, 내비(內飛, 덩어리차를 압축할 때 함께 넣는 일종의 품질표시)도 마찬가집니다. 믿어야할 것은 오직 훈련된 자신의 혀밖에 없는데, 이제 처음 보이차를 접하려는 분이 무슨 수로 알 수가 있겠습니까.
차 상인들이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말도 안되는 썩은 보이차나 습창차를 시음하게 합니다. 당연히 맛이 안좋습니다. 그런 다음 한 5년 정도 묵은 것만 마셔도, 맛이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더 좋은 것을 찾는 분에겐 소위 30년 묵은 것이라며 10년 정도의 제품만 내세워도, 90%는 속습니다. 이것이 반의 반의 반의 반값을 깎아도 몇배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 중국 차상들의 요령입니다.
겉포장은 얼마든지 위조되고, 병차든 전차든 모양과 품질은 관계없으며, 찻물 색이 노란쪽이면 생차이고 갈색이면 숙차라고 여겨지지만 품질은 맛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직접 들은 이야기로는, 운남차엽진출구공사는 약 50년 동안 보이차의 해외 수출을 전담한 국영기업으로 운남성 곤명(쿤밍)에 있는데, 이곳에서 한 30년 전의 예전 물건을 되사와 샘플을 삼으려고 곤명 전 지역의 차 가게를 뒤진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헛수고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곤명의 차 가게에서는 30년 이상의 보이차라는 것들을 팔고 있습니다. 진짜 오래묵은 것을 찾을 0.1%의 가능성을 무시하진 않겠습니다만, 보이차 업계에 정설로 통하는 말이 있으니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보이차가 묵은 연수(年數)만큼 속을 확률도 커진다.
2. 인공 발효 보이차 VS 습창차
인공 발효법에 의해 제조된 보이차는 흔히 숙차(熟茶)라고 불리며, 중국 현지에선 보이차란 곧 숙차를 지칭합니다. 인공 발효법은 1973년 곤명차창과 맹해차창, 하관차창, 임창차창에 의해 개발되었고 제품화되었습니다. 기존의 전통 보이차는 이에 대비해 청차(靑茶) 혹은 생차라 불려지는데, 자연 상태에서 공기중의 곰팡이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인공 발효 보이차는 발효에 쓰이는 곰팡이를 인위적으로 접종해 발효를 시킨 다음, 자연 건조시키는 안정기를 거쳐 제품으로 출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품 출시 초기에 숙차 제품은 기존의 보이차 애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광동 지역의 차상들이 애용하던 습창차(濕倉茶) 제조 방법과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습창차는 생차를 고온다습한 창고에 쌓아놓고, 물을 뿌려가며 방치하면 얼마 안가 오래 묵은 듯한 외양을 띱니다. 그러나 향이 매캐하고 맛이 쓰며 목에 걸리는 느낌이 나서 품질은 좋지 않습니다. 또한 여러 종의 알 수 없는 곰팡이에 의해 발효되기 때문에 몸에도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광동 차상들은 우연히 이 방법을 발견한 후 생차를 대량으로 습창 처리하여 팔았습니다. 오래 묵은 보이차는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싼 가격의 습창차는 꽤 인기를 얻었습니다. 습창 처리 방법은 생차든 숙차든 짧은 시간에 오래된 것처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또한 값을 속이는 유용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가짜 보이차는 사실상 습창차가 대부분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인공 발효법은 고속 발효되는 습창차 제조법에서 힌트를 얻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공 발효법은 발효에 쓰이는 곰팡이와 효모만 번식시켜 다른 잡균의 번식을 차단합니다. 그리고 약 3개월 정도의 발효 기간 이후엔 2년 넘게 자연 건조 보관을 하여 안정기를 거치는 것도 습창과 다릅니다. 습창은 보통 습도 80% 이상의 창고에서 보관하게 되는데, 습도를 그 이하로 유지시키고 통풍되는 환경에 두는 것을 건창(乾倉)이라 합니다. 즉 오늘날 제품화되는 숙차들은 모두 건창 방식으로 보관해 제조됩니다. 맛과 향도 자연스럽고 매캐함따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보이차는 품질이 좋아질수록 혀에 느껴지는 맛이 없어지고, 마신 후 은은한 감미가 도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오래 묵은 보이차가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에 와서는 습창 방식도 나름대로 연구를 거쳐서 품질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습창차의 단점은 품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습창차는 차 가게에서 알음알음 유통시킬 수는 있어도,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투명한 보이차 시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앞서 오래 묵은 보이차에 속기 쉽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15년된 보이차를 30년된 것으로 속은 경우는 적어도 엉터리를 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냥 바가지를 쓴 정도겠지요. 하지만 습창차를 그렇게 판 경우라면 바가지가 아니라 사기를 친 것입니다.
습창차를 피하고 싶다면 정식 수입되는 중국의 대규모 제조창 제품을 구입하면 됩니다. 청차든 숙차든 중국의 대형 차창들은 습창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사서 습창 처리하는 업자들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 정식 유통되는 제품을 구입하시길 권해드립니다.
3. 대형 차창의 가짜 보이차
현실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1960년대 이후 맹해차창(처음엔 불해차창)이나 하관차창, 곤명차창 등에서 생산된 생차이고, 또한 1973년 즈음 숙차가 갓 생산되었을 때의 초기작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자를 부르는 명칭은 홍인, 녹인, 황인, 중차패 등이 있고, 후자를 부르는 이름으로는 가령 7652, 8663과 같은 네 자리 숫자가 있습니다. 홍인, 녹인, 황인 등이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보이차 전문가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이것 역시 보이차를 판별할만한 기준이 안됩니다. 가짜 포장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와 일반 애호가가 다른 점은 이런 지식의 유무보다는, 차맛을 음미하고 자기 몸에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있습니다. 가령 1960년대말에 맹해(불해)차창에서 생산된 녹인병차가 있는데, 그 진위는 숱하게 마셔본 보이차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지 녹인의 인쇄 상태에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이런 제품들도 많이들 골동품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보시게 될 유형은 네 자리 숫자입니다. 이전부터 이런 방식이 있어 왔으나 공식적으로는 1976년 운남성차엽공사가 수출의 필요성에 따라 보이병차에 번호를 매기는 방법을 확정했습니다. 병차에는 4개의 번호를 쓰는데, 처음 두 자리는 그 차의 표준생산년도를 뜻하고, 3번째는 원료인 차의 등급, 4번째는 생산한 차창의 번호(곤명 1, 맹해 2, 하관 3, 보이 4)로 정했습니다. 산차는 5개를 쓰는데, 3번째와 4번째가 원료인 차의 등급입니다. 현재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보이병차의 번호는 7452, 7562, 7572, 75671, 76563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에 있는 두 자리 숫자는 표준의 제정년도이지 생산년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관에서 생산된 8663이 저희에게 있습니다만, 이 제품은 1999년에 생산된 것입니다. 제품 표준을 1986년식을 따랐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따라서 앞의 두 자리만 보고 묵은 햇수를 추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도 병차가 유명하다보니 보이차가 곧 병차인 것으로 알고 계신 분도 많습니다. 병차는 넓은 원반형 모양을 한 덩어리차의 총칭이지 보이차의 대명사는 아닙니다. 병차 말고도 전차, 방차, 타차 등 여러 가지의 덩어리차가 있습니다. 병차가 유명하게 된 것은 맹해차창의 병차가 워낙 유명해서 화교권으로 많이 팔려나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알듯 모를듯한 4자리 숫자도 한몫했을 것이고요.
지금에 와서 보이차의 대형 차창은 맹해와 하관 두 곳만 남았습니다. 맹해는 중국인들에게 아주 유명하고, 상대적으로 하관은 수출이 많아 국제적인 명성이 높습니다. 다른 소규모 차창도 좋은 품질의 보이차를 만들고는 있지만, 일관된 품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이 두 곳밖에 없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맹해차창 티백은 명백한 가짜 제품입니다. 우선 맹해차창은 티백 설비가 없고, 중국에서 유명한 대익패 상표를 함부로 라이센스줄 곳도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맹해차창 보이차 티백이 출시가 되어서, 운남성차엽진출구공사에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맹해차창에선 보이차 티백을 판매하거나 생산한 적이 없다는 진출구공사의 문건도 가지고 있습니다. 경쟁제품이 나오는 거야 저희도 긴장해야 할 일이지만, 한국에서 근거없는 맹해차창 티백이 출시되는 행태를 보니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입니다. 대형 차창 브랜드를 확인하신다면 고객들께서 비교적 쉽게 가짜를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행태를 보니 100% 확언해드릴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4. 소규모 차창 제품
중국에 보이차 만드는 차창은 굉장히 많습니다. 큰 곳으로 맹해, 하관이 유명하지만 사실 동네마다 하나쯤은 다 있는 게 차창입니다. 회사가 작다고 물건까지 나쁘다는 법은 없습니다. 중국에서 차를 재배하는 데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규모 차창이나 다원이 경영하는 차밭입니다. 대개 차는 산을 끼고 재배하기 때문에 차산(茶山)이라 불리는 곳이 많고 경작지도 넓습니다. 다원이나 차창이 해마다 필요한 수량에 따라 차를 재배하는데, 직접 소작을 주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농가와 입도선매를 하기도 합니다. 차 수매가는 매우 낮습니다만, 어쨌든 수확물을 다 팔 수 있기 때문에 농가로서는 이익입니다. 이런 경우 품질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국가 표준이나 수출국의 품질 표준에 따라, 차창이나 다원은 농약과 비료를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대신 품질 규격화를 위해서 소량의 품질좋은 교목 찻잎은 생산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도 부족하거나 급하게 필요한 물량이 있는 경우 소농(小農)들로부터 차를 수매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방식이란 바로 소농들이 경작하는 차밭입니다. 이들은 차를 재배해 차창 수매에 응하거나, 자체 판매를 해야 합니다. 관목을 키우면 수확량이 많아지지만 품질이 떨어지고, 교목을 키우면 품질이 좋지만 수확량이 떨어집니다. 차창에선 품질이 일정한 관목형을 선호하지만, 만약 구매자만 있다면 교목을 키우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농이 생산한 찻잎의 가장 큰 문제는 비료와 농약을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운남성은 평균 해발 16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이므로 병충해가 없어서, 농약을 치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운남성에서 생산된 찻잎은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고, 중국인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이고 통제가 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소농들이 생산량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는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차창에서 수매를 해준다면 소농들도 품질 기준에 따르지만, 그게 불확실하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상황이 우리 쌀 재배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농들은 수매되지 않는 물량을 가지고 근처의 소규모 차창에서 제품을 생산해 팔게 되는데, 소위 농약이나 중금속 오염 등의 문제는 대개 이런 제품에서 발생합니다. 대신 이들은 소규모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쉽기 때문에 꽤 좋은 제품을 싼값에 구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이차는 특히 오래되고 허술한 포장 제품이 오히려 값을 높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소규모 차창들도 포장과 디자인의 고민 없이 쉽게 물건을 팔 수가 있습니다. 이름모를 촌동네에서 묵혀나온 보이차는 얼마든지 신비한 물건으로 둔갑하기 쉽죠. 중국의 차 가게나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보이차에서도 출신지를 잘 모르는, 차창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품질이 통제되지 않는 단점을 말씀드렸지만, 사실 운남성산이 아닌 보이차도 꽤 있습니다(운남성에서 생산되지 않은 보이차는 일단 대엽종 차엽을 원료로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품질이 설사 좋다고 해도 엄밀히 말해 '보이차'의 범주에 들 수가 없습니다). 대신 야생교목종의 좋은 제품을 찾을 확률은 이런 소규모 제품쪽이 훨씬 높습니다. 우리나라보다는 중국 시장이 더 크겠고요. 저희같은 대규모 차창 제품에서는 원료가 석연치 않은 야생 교목종의 찻잎으로는 대개 제품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농약이나 중금속이 있을 모험을 감행하신다면(30년짜리 찾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운남성산의 야생 교목종 보이차를 작은 찻집에서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실 수도 있습니다. 단 반드시 시음을 하시고, 시음하신 그 제품을 사셔야만 합니다. 창고 안에 있는 새것을 찾다가는 눈앞에서 속을 수가 있습니다. 중국의 차 상점에서 차를 사실 때엔 이 원칙을 꼭 염두에 두십시오
보이차 마시는 법
중국 본토에서는 차의 음용법에 대해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컵이든, 어떤 물이든 그저 물을 끓여 찻잎을 넣고 마십니다. 중요한 것은 차를 자주 마신다는 사실이지 어떻게 마시는가는 부차적인 문제인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차를 마시는데 있어 어떤 도구가 있어 품격을 높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장합니다.
(1) 물
우리는 찻잎을 먹는 것이 아니라 찻물을 마시는 것이니, 물은 차의 음용에 중요한 부분임이 분명합니다. 차가 발달한 나라들은 수질이 제각각이고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없어 차를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부터 광물질이 다량 함유된 경수는 마시기에 부적합한 물이고, 다른 성분의 함량이 적은 연수가 마실 수 있는 물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증류수, 미네랄 워터, 수돗물 모두 연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어느 쪽을 선택하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미네랄 워터는 물 자체에 미네랄의 맛이 섞여 있기 때문에 충분히 끓이는 것이 좋고, 수돗물 역시 하루 정도 받아놓았다가 윗물을 뜨는 편이 맛을 좋게 합니다. 정수기로 걸러진 물도 좋습니다. 물을 신경 써서 선택한다면 차맛을 해칠 수 있는 어떤 성분도 제거하는 편이 좋습니다. 차 애호가 중에선 전국 곳곳에 있는 샘물을 비교해 최고의 물을 따지기도 하는데... 대개는 그럴 여력까진 없겠지요.^^
(2) 다구
중국인들은 차를 마실 때 특별한 다구(茶具)를 굳이 찾지 않습니다. 유리잔, 자기, 사기, 머그컵 등등 각양각색입니다. 다구를 찾는 것은 대만이나 일본에서의 영향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굳이 다구를 따진다면 자사호(紫沙壺)가 보이차의 맛을 가장 좋게 합니다(정식으로는 다관(茶罐)이라고 해야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다호(茶壺)로 통용됩니다). 잔도 자사로 된 것이 있습니다. 시중에서도 자사(紫沙)로 만든 다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그 차이가 아주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 집에 있는 다구나 머그컵을 이용하다가, 어느 정도 차의 맛에 익숙해진 후 구입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사실 다구를 이용해 차를 마시는 게 꽤 귀찮은 일이거든요.^^ 편리함을 위해선 무선 전기주전자 같은 게 있으면 좋습니다. 보이차는 물을 계속 끓여줘야 하기 때문에 특히 유용합니다.
다호를 선택할 때엔 뚜껑을 덮은 채로 돌려보아 둔탁한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고르십시오. 자사호는 원료가 매우 작은 알갱이의 모래이기 때문에 긁히는 소리가 청명합니다. 벽돌을 가는 것처럼 뻑뻑하고 심한 소리가 난다면 일반적인 토기일 확률이 높습니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용기에 오래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금속은 차의 맛을 왜곡시키고, 플라스틱 컵은 뜨거운 물을 부으면 나쁜 맛이 날 수 있습니다.
포차법으로 다구 세트를 써서 차를 마시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합니다.
- 뜨거운 물에 다호와 숙우(熟盂, 공도라고도 하며 여러 사람에게 차를 따라줄 때 씁니다), 찻잔에 부어 용기를 덥힌 후 따라냅니다.
- 2인 기준으로 3~4g(차스푼 하나 정도)의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이를 투차(投茶)라 하는데, 찻잎과 물 중 무엇을 먼저 넣는가에 따라 투차법이 달라집니 다. 차를 먼저 넣는 것을 하투(下投), 물을 먼저 넣는 것을 상투(上投)라 합니다. 옛 사 람들은 겨울에는 하투를, 여름엔 상투를 하고 봄과 가을엔 둘을 섞어 중투(中投)를 했습 니다.)
- 첫물을 따라내 버립니다. 보이차 외부에 붙은 먼지와 잡균을 없애 맛을 순수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오래된 보이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운남 하관 보이차의 경우 엔 첫물에도 맛이 같도록 품질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만, 맛이 좀더 부드러워지는 면은 있습니다.
- 다시 물을 붓고, 취향에 따라 찻물을 우려낸 후 여과기를 얹은 숙우에 따라 냅니다.
- 숙우에 담긴 찻물을 찻잔에 따라냅니다.
- 찻물의 색, 향을 천천히 감상하며 찻물을 음미합니다.
(3) 수온
차를 우리는 3대 요소로 수온, 찻잎의 양, 우려내는 시간을 들 수 있습니다. 찻잎의 양이 많아지면 농도가 진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수온이 높을수록 또한 차의 농도가 진해지며 향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보이차가 100도의 끓는 물을 사용하는 것은 향기와 맛을 더욱 순수하게 내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찻잎을 데우는 온차(溫茶) 과정이 필요합니다. 끓는 물을 다호에 넣은 다음 바로 따라낸 후 찻잎의 향기를 맡습니다. 이때 향기가 순정하지 못한 느낌이 들면 다시 한번 위 과정을 반복합니다. 일반적으로 온차는 1-2회 정도가 적당하며 가급적 빨리 물을 따라내야 합니다.
(4) 찻물 우리기
보이차를 우리는 법은 크게 나누어, 끓인 물을 붓는 포차(泡茶)와 물과 같이 끓이는 자차(煮茶)의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설이 분분합니다. 이유는 보이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운남성 소수민족은 여러 가지 곡식이나 우유, 심지어 돼지기름까지 섞어 끓여먹는 방법이 발달해 있었고, 녹차를 애용하던 중원의 한족은 포차법에 익숙해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차법이 옳으니, 포차법이 옳으니 말이 많지요. 일반적으로 덩어리차는 자차를 하고, 잎차는 포차법을 씁니다. 그 이유는 덩어리차의 내부가 물에 쉬 침출되지 않기 때문인데, 잘게 쪼개면 상관없습니다. 한국 사람으로선 녹차를 마시던 습관이 있어 자차법이 그리 익숙하진 않습니다. 포차법 지지자들이 더 많은 편이니 그냥 물 끓여서 부어 마시면 되겠습니다. 운남 하관 보이차는 포차법에 맞게 나온 제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물을 부어서 얼마나 두어야 하는 문제도 중국인들이라고 전부 같은 게 아닙니다. 오래된 보이차의 향을 중시하는 대만 사람들은, 끓는 물을 부은 후 바로 따라내 마십니다. 자연히 맛은 연하지만 향을 감별하기 쉽습니다. 대륙인들은 진한 맛을 좋아해서 오래두는 편인데, 심지어 맛의 감별을 위해 5분을 두기도 하더군요. 그러니까 여기에 너무 얽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삼아 대만식으로 해보십시오. 너무 엷다 싶으면 조금 더 두었다 마시며 좋아하는 맛을 찾아내면 됩니다. 주위 사람에게 시음을 시켜보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진한 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만 오래된 진품 보이차를 구하셨다면 대만식으로 바로 따라내 마시는 방법을 추천해드립니다. 오래된 보이차의 가장 큰 특색은 숙성된 나무향이니까요.
차를 우려내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우려내는 시간도 조금씩 길어집니다. 보이차는 다른 차에 비해 여러 번 우려내도 변화가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8-10회 정도가 적당하며 맛이 너무 엷어지면 우려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여러 번에 걸쳐 우려낼 생각이라면 처음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우려내지 말고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좋은 보이차는 여러 차례 우려내도 맛과 색, 향의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감미로움, 입안에서의 굴러가는 느낌, 익음, 두터움, 순함, 부드러움, 단맛, 생기, 청결함, 밝음 등의 요소를 평가해 좋은 보이차를 감별합니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사람으로서는 이것이 자신에게 맞는가 아닌가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보이차 마시는 법(사례)
찻주전자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포트나 도자기로 된 포트를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 마시는 법 중에는 함께 끓이는 방법도 있지만, 대개는 끓는 물을 붓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끓는 물을 부을 때엔 거름망이 있는 주전자나 컵을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전에는 스테인레스 금속망을 썼었는데, 요즘 나오는 제품 중에는 이처럼 세라믹으로 된 거름망도 있습니다. 거름망을 쓴다고 해도 밑에 약간의 찌꺼기가 가라앉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데, 세라믹 망이 그나마 덜 남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재빨리 따라내 첫 물을 버립니다. 약간 촉촉해졌을 뿐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자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보이차 마실 때엔 전기주전자가 대단히 유용합니다.
이번엔 찻주전자에 넣고 물을 붓습니다. 물을 붓고 넣어야 하는지, 먼저 넣고 물을 나중에 붓는 것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는데, 사실 큰 차이는 없으며, 다도에 얽매이지 않으신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 없습니다.
붓는 도중에도 찻물이 우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이차는 굉장히 빨리 우러나는 차입니다. 다관처럼 작은 용기를 쓴다면 우려내는 시간을 매우 짧게 해야 할 것입니다.
500ml 주전자의 경우 20초 기다렸다가 따라내 보았습니다. 찻물 색이 보리차와 비슷하고, 소타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연히 맛과 향이 은은합니다. 처음부터 진한 맛을 원하신다면 30초 정도는 우려내야 되겠습니다.
다시 끓는 물을 붓고 20초를 기다려 따라내었습니다. 아까보다는 색이 진해졌고, 찻잎도 완전히 풀려 있습니다. 소타차가 가진 부드러운 향과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두 번을 찻주전자에 우려냈으면, 1리터 이상을 우려낸 셈입니다.
다시 끓는 물을 붓고 20초를 우렸습니다. 색이 처음처럼 다소 약해졌고, 맛은 부드러워졌습니다. 조금 전의 맛을 원한다면 우리는 시간을 조금 길게 해야겠지요? 그러나 이미 1.5리터를 우려낸 셈이므로, 소타차 하나로 진하게 마신다고 해도 페트병 하나 정도의 분량은 충분히 감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우려내는 시간을 20초 정도로 유지한다면 소타차 하나로 500ml 머그컵 4잔 분량을 우려낼 수 있습니다. 더 묽게 마시거나 우리는 시간을 길게 하면 훨씬 많겠죠. 소타차 매니아의 경우 7리터들이 주전자를 써서 물 대신 마시기도 합니다. 이때에도 소타차 2개 정도면 충분히 우려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거름망이 딸린 개인 컵을 쓰신다면, 소타차의 위력(?)을 감안할 때 차를 쪼개어 드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니면 주위 사람들과 나누어 드시면 되겠지요. 소타차는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마시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므로, 찻주전자를 이용해 여러 사람들과 나누어 드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이용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보이차의 보관
오늘날 보이차라는 이름으로 생산되는 제품은 모두 속성 발효시킨 것입니다(그렇지 않은 경우엔 청차(靑茶)라고 따로 부릅니다). 제품 공정에 안정화시키는 기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제품을 구입해 바로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다시 오래 묵히면 더욱 좋은 맛을 냅니다. 청차는 구입 당시엔 녹차와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가 진행돼 보이차가 되기 때문에 보관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청차든 보이차든 저장을 하고 싶다면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하고 잡향과 잡미가 없는 곳에 보관을 해야 합니다. 차 찌꺼기를 탈취제로 쓸 수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냉장고에 넣어두면 효과가 만점입니다. 그만큼 차는 냄새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석유, 가스, 음식, 야채, 담배 등의 냄새 피우는 물건은 보관시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기가 전혀 유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피고 썩을 수 있기에, 통풍을 시켜주어야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특히 아파트 같은 곳에서 이런 장소를 찾기란 힘들죠. 일반적으로 보관한다면, 도자기 항아리 같은 것에 넣어 밀봉한 후 때때로 꺼내 마시는 것이 적절한 선택일 것입니다.
운남성의 기후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습도가 높으며 특히 여름이나 장마철엔 더욱 높아집니다. 따라서 냄새 배는 것을 제외한다면 곰팡이가 보관시 가장 유의할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곰팡이는 발효에 필수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곰팡이가 슨 보이차를 무조건 못 먹는 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그 곰팡이가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가 없고 관리할 수도 없겠죠. 운남 하관 보이차의 경우, 제품 출하 당시의 수분은 10% 미만이며 이 조건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규정에도 부합합니다. 따라서 보관하실 때 직사광선은 대개 피할 수 있으니, 습한 환경에만 노출시키지 않으면 오래 두고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이차는 유통기한이 따로 없는 차입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제품을 유통시킬 때 기한을 정하도록 하고 있죠. 운남 하관 보이차의 경우 티백과 소타차는 3년, 궁정보이차는 5년의 기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 기한이 지나면 일반적 유통경로로는 팔 수 없겠지만, 판매 가격은 오히려 비싸지겠군요.^^
티백 제품은 수출용이기 때문에, 어느 사이트에서도 하관차창의 보이차 티백 제품을 보실 수 없습니다. 중국인들은 차를 즐겨 마시기 때문에 티백 제품의 소비가 매우 적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생각합니다. 잎차를 애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지요. 그래서 보이차 티백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입니다.
애초에 하관차창이 티백 제품을 개발하게 된 건 프랑스측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프랑스는 하관차창의 주력상품인 타차를 1970년대부터 수입해왔습니다. 프랑스 일간지가 보이차에 대해 격찬했다는 광고 문구를 종종 보는데, 그 주범(?)이 바로 하관차창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도 잎차를 애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100g짜리 타차의 경우, 소화에 좋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며 약국에서 팔기 시작해 인기를 끌었다는군요.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수입사측에서는 대중적으로 간편하게 즐길만한 상품이 필요했고, 그래서 티백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하관차창은 이탈리아에서 자동 티백 설비를 들여오게 되었죠. 그 기계가 중국에선 유일하다고 자랑하던 게 생각납니다.^^
사실 그때까지 국영기업 마인드가 강한 하관차창에선, 티백 수출 때문에 꽤나 골머리를 앓았던 듯합니다. 품질은 검증이 됐지만, 티백은 포장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도 티백의 환경호르몬 유출이 문제시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티백과 실 사이에 있는 스테플러(일명 호치키스^^) 심이 꺼림칙하다고 하시는데, 사실 이건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예전부터 철저하게 관리를 해왔고 안전성이 입증돼 있습니다. 금속 주전자에 물 끓여 마시는 것과 다를 게 없죠. 정작 눈에 안 띄고 위험한 것이 티백의 내포장재입니다. 티백 부직포에 묻은 종이의 코팅 성분이, 끓는 물에 의해 녹아 환경호르몬이 된다는 것이죠.
녹차 티백의 원료는 잎차를 따낸 후 나머지를 기계로 수확해 제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값싸게 공급할 수 있죠. 지금은 좋은 원료의 녹차 티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보이차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잔가지나 부스러기로는 발효가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국에서는 티백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하관차창처럼 대규모 제조창에서 따로 티백용 원료를 만들려 하면 오히려 비용이 높아집니다.
- 소타차와 타차는 여러 급수의 찻잎을 섞어 블렌딩을 합니다. 급수가 낮은 찻잎은 맛이 진하고 강한 느낌을 주며, 좋은 찻잎은 향이 좋고 산뜻한 맛을 냅니다. 녹차는 당연히 고급 찻잎일수록 맛이 좋지만, 발효를 한 보이차는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편이 맛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는 찻잎의 양에 좌우됩니다. 티백은 개당 찻잎의 양이 적기 때문에 블렌딩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또 잘게 부순 원료는 향이 쉬 달아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타차나 타차 제품과 비교해서, 티백은 진한 맛은 있으나 향이나 감칠맛이 부족하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티백 제품은 티백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티백이 잎차 자체의 품질에 따라갈 수 없다는 것.
운남 하관 보이차 제품을 생산하는 하관차창은 원래 타차로 이름난 곳입니다(하관차창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 편에도 설명이 있습니다). 보이차가 원래 덩어리차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이제 많이들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초창기의 덩어리차는 공 모양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 모양의 덩어리차는 안쪽 부분의 발효가 더딘 단점이 있었죠. 그래서 여러 가지 모양이 고안되었습니다. 늙은 호박 모양의 금과공차(金瓜貢茶)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청나라 조정에 공물로 바쳐졌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것입니다. 이것을 제외한다면 오늘날의 덩어리차는 공기 닿는 면적을 효율적으로 고려한 제품이라고 하겠습니다.
타차는 뒤집어보면 새 둥우리처럼 생겼는데, 윗면과 밑면이 모두 공기에 닿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원반형의 병차는 밑면의 공기 소통이 약하죠.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치 모양을 그리고 있는 타차는 병차에 비해 두꺼운 편이며, 훨씬 단단하여 깨부수기가 힘들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하관차창의 주력품목인 타차는 중국 현지에서 여러 가지 크기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 중 프랑스에 수출하는 품목은 100g짜리로 맛과 향이 티백에 비해 부드러운 제품인데, 정작 한국에 돌아와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자 마시기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꽤 힘을 주어야 부서지기 때문에 귀찮은 면이 사실 있습니다.
운남 하관 보이차(소타차)는 타차의 단점을 없애고 1회용으로 간편하게 빚은 제품입니다. 소타차는 운남성차엽진출구공사에서도 오랫동안 수출해오던 품목이기 때문에, 간혹 보따리상의 수입품 중에서도 보실 수가 있고 베트남에서도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개는 골무 정도의 크기죠. 운남성차엽진출구공사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소타차는 하관차창의 제품이 아닙니다. 하관차창 것은 원가가 비싸서 그렇답니다. 대개 중국 것이라고 하면 값이 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차에 관해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단적으로 베트남의 차가 중국 것보다 쌉니다. 중국은 개방화와 더불어 점차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하는군요.
중국 내에서도 하관차창의 소타차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200g 들이로 초록색 비닐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소타차를 포함해 하관차창의 내수용 제품을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팔고 있는 것을 봅니다만, 하관차창은 한국 내 어느 업체에도 자사의 내수 제품을 정식 수출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정식 수입품을 판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품질 표시 항목입니다. 한글로 된 품질 표시가 없는 제품은 정식 수입품이 아닌, 속칭 보따리로 들어온 물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이차]는 녹차에 비해서는 위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성분면에서 볼 때, 보이차는 발효를 시킨 차이기에 찻잎의 성분이 시간에 따라 서서히 분해가 되었습니다. 숙성 정도나 상태에 따라 다르겠으나, 일반적으론 자극을 주는 물질들이 녹차에 비해 많이 분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차라는 식품의 성질을 볼 때, 옛 사람들은 차가 냉(冷)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고급차일수록 그렇습니다. 차는 겨울을 지나 봄이 되어 수확을 시작하는데, 일찍 따서 잎이 어릴수록 고급 녹차로 칩니다. 때문에 볕을 많이 받지 못했고, 겨울의 기운이 가시지 않아 찬 성질을 띠고 있다는 것이죠. 그 때문에 차를 덖어 열을 가해준다고도 합니다.
보이차는 제조 과정에서 증기로 찌고, 또 숙성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냉하지 않고 온(溫)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녹차는 공복에 못 마셔도 보이차는 괜찮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위에 병이 있는 경우, 찻잎에 있는 카페인은 위를 자극하기 때문에, 드시지 말라고 의사들이 권고합니다. 보이차도 녹차보다는 적지만 카페인이 함유돼 있습니다. 커피보다 차가 괜찮다는 것은 기타 물질들이 혈액 속에서 발생하는 작용 때문으로, 불면증이나 심장이 많이 뛰는 등의 카페인 부작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경우에는 몸에 흡수되기 이전에 카페인의 자극 정도를 따져야 하므로, 카페인 부작용의 영향과는 초점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보이차에는 발효 과정에서 각종 효소들이 생겨 찻잎에 묻어있습니다. 때문에 식사 후에 마시면 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 좋은 측면입니다.
차의 분류 방법에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발효와 색에 따라 나누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서는 불발효차-반발효차(10~85%)-발효차(85%이상)-후발효차(처리 공정 후 발효)로 분류하고, 색에 따라서는 녹차-황차-백차-우롱차-홍차-흑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개 발효에 따라 녹색->홍색->흑색 순으로 차의 색이 변하게 됩니다.
보이차는 흑차(黑茶)로 분류되는데, 흑차는 일반적으로 후발효차(後醱酵茶)에 속합니다. 그러나 보이차와 흑차의 가공 방법은 차이가 있습니다. 흑차 가공의 원료는 중?소엽종으로, 신선한 찻잎의 채취에서 제품 완성까지의 과정 중에서만 발효가 됩니다. 그러나 보이차의 원료는 대엽종 찻잎을 쇄청(볕에 말려 푸른 기운을 없앰)한 녹차로, 적당한 조수(潮水, 물뿌림)와 악퇴(渥堆, 눌러 쌓아둠) 과정과 미생물의 자연 발효로 품질을 형성한 후에도 보관시 지속적으로 발효가 됩니다. 보이차의 품질은 나무의 품종 외에도, 광화학과 유익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보이차는 짙은 갈색으로 찻물 역시 검고 붉은 빛을 띱니다. 발효된 특유의 향이 있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맛은 떫거나 쓰지 않고, 마신 후 은은한 감미가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나 된장 등의 발효식품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발효차의 효능에 대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보이차의 효능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도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많은 연구가 있어 논문도 발표됐으며, 프랑스에서도 실험한 결과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이차가 화제가 된 것은 그 비싼 가격 때문이겠습니다. 100g에 1000만원이 넘었다는 보도도 있고, 주위에서 파는 것도 몇십만 원을 호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이차가 오랜 세월을 거쳐 숙성되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을 수밖에 없어 파생되는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대만과 홍콩 등지에서 가격이 폭등한 데 원인이 있습니다. 보이차는 운남성 특산품이기 때문에, 중국 대륙이 공산화되면서부터 보이차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졌고, 오래 숙성된 보이차는 그 수가 더욱 적었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어느 정도 무역의 숨통이 트이면서 대만에서는 보이차 붐이 일어나 가격이 올라갔고,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개의 보이차 상식은 대만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도 무리는 아니겠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짜가 성행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눈으로 봐서는 이것이 3년된 것인지 30년된 것인지를 판별할 수가 없다보니, 경험이 별로 없는 손님에게 엉터리 보이차를 권해 바가지를 씌우는 일도 허다합니다. 주로 이런 제품을 가리켜 습창(濕倉) 보이차라고 합니다. 이는 베트남이나 광동성에서 출하된 보이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운남성은 고산지대로 선선한 날씨에 바람이 많아 습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발효도 더디게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 보이차가 덥고 습한 지역에서는 금방 발효가 됩니다. 무역이 성했던 광동성의 상인들은 창고에 쌓아놓은 보이차가 쉽게 발효가 된 것을 발견했고, 한발 더 나아가 제품에 물을 뿌려 발효를 촉진하도록 했습니다. 이 방법은 비록 빠른 발효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다른 잡균을 전혀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습창 보이차는 역하고 자극적인 매캐한 맛이 납니다. 이러한 제품을 좋은 보이차로 잘못 오인하는 경우는 없어야겠습니다만, 많은 상인들이 보이차의 높은 가격을 노리고 마구 파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이차 역사, 품질
보이차가 혁신적인 전기를 맞게 된 것은 1973년입니다. 중국 정부에서는 보이차의 발효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대중적으로 보급할 수 있도록 운남성의 유명 차창(차 제조사)에 개발을 지시합니다. 이때 곤명차창이 연구 개발을 주도했고, 맹해, 하관, 임창 등의 차창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덧붙여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광동성의 습창 보이차의 경우를 유념하여, 적당한 온도와 습도 하에서 발효를 조절하는 기술과 방식을 개발해냈고, 전체 숙성 기간은 3년, 제품 생산과 출하는 3개월로 단축시켰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보이차(이하 근대적 보이차)를 일명 숙차(熟茶)라 부르며, 예전의 보이차(이하 전통 보이차)는 청차(靑茶) 혹은 생차(生茶)라고 부릅니다. 근대적 보이차는 숙성이 된 상태에서 출시되기 때문에, 구입 상태에서 바로 보이차의 맛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또한 보관하는 동안에도 발효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제품 구입 당시에는 전통 보이차가 지닌 세월의 숙성도와 비교할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른 후엔 특유의 숙성된 풍미가 생겨 전통 보이차와 견줄 수 있게 됩니다. 1970년대에 생산된 숙차 역시 지금은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보이차의 생산 공정은 중국 내의 모든 차창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보이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남 보이차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권위를 뺏기지 않고 있습니다. 대엽종 찻잎이란 원료가 발효시에 유리한 면도 있겠으나, 공정상에서의 노하우도 중요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가령 몇급 찻잎을 얼마나 물을 뿌려 몇 번 뒤집어야 하는가는 각 차창마다 다를 것이고, 자연 환경과 창고의 위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절대 기밀사항으로 차창 측에서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보이차는 운남성 보이현에서 집산 출하되었기 때문에 보이차(普?茶)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지역은 현재의 서쌍판납(西雙版納, 시쌍판나)와 사모(思矛, 쓰마오) 일대로, 두 지역의 산과 하천이 연결되어 있으며, 지리적으로 동경 99도 01 ~ 102도 19, 북위 20도 08 ~ 24도 50에 해당하는 구역입니다. 열대와 남아열대 기후가 혼재하고, 일조량이 많으며 연평균 기온이 18~20도, 연평균 강수량 약 1500mm, 평균 습도는 80% 이상의 조건으로 온열습윤한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열대우림과 계절우림, 계절풍의 영향을 모두 받고 있어 습윤한 아열대 상록 활엽림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런 환경적 특성이 이곳을 세계 차나무 원산지의 중심지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소위 육대차산(六大茶山)으로 불리는 만쇄(만사이), 역무(易武, 이우), 만전(만주안), 의방(依邦, 이방), 혁등(革登, 거덩), 유락(攸樂, 이러)이 있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맹해의 남나(南?, 난류)과 사모의 망경(芒景, 망징), 경매(景邁, 징마이) 등의 산지도 모두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차산(茶山)들입니다. 이곳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기 때문에 옛 사람들이 차를 덩어리로 만들어 갖고 다니다가 발효가 돼버린 차를 마신데서 보이차가 유래되었습니다. 옛 보이차는 녹차 덩어리가 오랜 시간을 거쳐 자연 발효된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보이차가 제대로 중국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입니다. 운남성은 원래 남조국(南詔國, BC 649~937)과 대리국(大理國, BC 937~1252)으로 이어지며 소수 민족이 살던 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리국이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에 의해 없어지면서 중국 역사에 포함된 것입니다. 보이차가 알려진 것도 그 이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청나라가 세워진 후 운남에서는 보이차를 공물로 바쳤고, 황실에서는 이를 귀중히 여겼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10대 명차 중에서 운남 보이차는 가장 나중에 알려지게 된 차입니다.
이 지역에 남조국(南詔國)이 있을 당시, 중국은 당나라가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남조국은 은생차(銀生茶)를 주로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후 보이차의 이름을 짓게 된 보이현은 이 때문에 예전엔 은생부(銀生府)로 불리었습니다. 청나라가 들어선 이후 이 육대차산에는 팔백리 안에 수십만 명이 차를 만들고 있다고 할 정도로 차의 생산이 활발했습니다.
명청 이후에는 보이차의 산지가 확대되어 임창(臨滄, 린창), 대리(大理, 따리), 곤명(昆明, 쿤밍) 등지에서도 생산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임창과 풍경(風慶, 펑징) 일대에서는 서기 1597년에 보이현으로부터 원료를 들어와 차를 생산했습니다. 또 대리는 티벳 지역에 공급되는 보이차의 집산지 역할을 했습니다. 생산구역이 당시의 보이현 관할구역에서 점차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운남 하관 보이차의 제조사 하관차창은 바로 대리(大理)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관차창은 지금도 티벳에 많은 양의 보이차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관차창은 보염패(寶焰牌)라는 브랜드로 보이차를 출하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티벳에만 출하되는 것입니다.
보이차의 역사는 비록 오래되었지만, 역사서에서의 문헌 자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唐)에서 송(宋)에 이르는 시기에, 중원과 파촉(巴蜀, 중국 서부)의 단차(團茶, 덩어리 차) 제조 기술이 보이차의 제조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이것은 또한 주요 소비자였던 변방 소수민족과 장거리 운수의 필요성에 의해 빠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명나라의 사조절(謝肇浙)이란 사람이 쓴 <전략(?略)>이란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사대부든 서민이든 모두 보이차를 쓰는데, 증기로 찐 후 그것을 뭉친다. (士庶所用皆普茶也, 蒸而團之.) 청나라 때에 이르러 보이차는 황실에 공물로 바치는 공차(貢茶)가 되었습니다. 이때에 이르러 보이차는 여러 가지 종류로 발전하게 됩니다. 원료의 신선도와 채집시기에 따라서는 모첨(毛尖) 아차(芽茶) 소만차(小滿茶) 곡화차(谷花茶)의 네 종류로 나누었고, 제작 방법에 따라서는 긴단차, 여아차, 금월천, 차고 등으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보이차는 명청 시기를 거치면서 보이부(普耳部)에서 찻잎이 집산 가공되면서 이름을 얻었습니다. 1911년 중화민국이 건국되면서 조정에 바치는 공차는 없어지고, 보이차는 시장에서의 상품으로서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보이차 제조는 초제(初制)와 복제(復制)의 두 가지 공법으로 나뉩니다. 초제에서는 신선한 찻잎을 살청(殺靑, 열을 가해 청색을 없앰), 수유(手?, 손으로 비벼 진액을 배어 나오게 함), 쇄간(?干, 햇빛에 건조시킴)의 세 가지 공정을 거치게 합니다. 복제에서는 정제 작업과 증유(蒸?, 찌고 비벼 모양을 만듬)의 작업을 거칩니다.
정제는 새 찻잎을 형상과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하는 것으로, 상품의 구색에 따라 각각을 섞어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산차는 바로 포장해 시장에 팔리고, 긴압차는 다시 찌기와 누르기를 통해 모양을 갖춥니다. 증유에서는 이미 분류한 찻잎을 각 특징에 따라 배합한 다음, 한 층씩 증기통에 넣게 되는데, 약 20분 찐 후 삼각 베포를 이용해 각종 크고 작은 원형의 형상을 만들게 됩니다. 이후 건조할 곳으로 가서 자연광에 말리면 완성됩니다.
이러한 가공 방법은 전통적 보이차의 품질을 이루는 기능으로써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에서 사람이 나르고 말에 매달아 갖고 다니기도 하여, 찻잎의 품질과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저장 방식과 운반 양식도 보이차 품질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록 보이차가 17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제조 방법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고 기술도 비교적 낙후된 것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이차 제조 방법을 제대로 설명한 서술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중화민국 건국 이후 시장에 나올 때까지도 제조 기술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소비 지역도 한정돼 있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된 후, 1970년대 초에 이르러 외국 무역량이 확대되었지만 보이차의 생산량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 운남성차엽공사는 곤명차창에서 인공 후발효 공법의 보이차를 연구하였고, 맹해차창 등의 국영차창에서 현대적 보이차를 생산하는 새로운 제조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보이차는 과학 기술과 품질, 효능을 중시하는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청나라 옹정 13년(서기1735년)에 집행하기를, 전통적 풍모의 보이차인 병차(餠茶)의 개당 중량을 7량(357g)으로 하고, 7개를 한 통으로 삼아 총 49량으로 하였습니다. 이것을 보관해 두었다 썼고, 해외 화교들이 주로 소비했습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이르러서 이름을 운남칠자병차(雲南七字餠茶)라 고쳤고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알려진 보이차 제품이 되었습니다. 여아차, 인두차는 뭉쳐 만든 단차(團茶)로, 중량이 2량에서 10근까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주로 내부 소비나 공물로 바쳤습니다. 보이차 상점에 쌓아놓고 있는 둥근 공 모양의 차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912년에는 심형긴차(心形緊茶)가 출시되었습니다. 당시에 단차가 운송 도중 곰팡이가 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심장의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을 지었습니다(버섯모양에 더 가까운 듯 보임). 하관과 불해 지역에서 동시에 생산되었으며, 상표를 보염패(寶焰牌)라 하였습니다. 1966년에 생산 중지되면서, 보염패 상표는 '단결패'로 바뀌었고 전차(?茶, 벽돌 모양)의 상표로 쓰였습니다. 1986년, 반선선사(당시 중국 전인대 부위원)의 요구에 의해 심형긴차가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1990년 하관차창에서 정식으로 보염패 상표를 등록해 쓰게 되었습니다.
1940년, 중국차엽공사는 불해차창(현 맹해차창)에서 중차패(中茶牌) 보이차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직후 운남차엽공사와 광동차엽공사가 생산하는(당시 광운병으로 팔고 있었음) 보이차를 한 가지 상표로 통일해 대외 수출품목으로 삼았습니다. 홍인, 녹인, 황인, 대자, 소자 등의 분류가 있는데, 오늘날 진품으로 취급받는 보이차 중에서 이때 출시된 것이 많습니다.
전차(벽돌 모양)는 옛날 사천성에서 주로 생산되었고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이전에는 운남에서의 생산량이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다가 1956년 하관차창에서 시제품을 제작했고, 1966년에 운남성 전역에서 생산을 시작하게 되어 오늘날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원병(小圓餠, 작은 원반형)은 1952년에 개당 100g, 5개를 1통으로 하는 표준이 정해졌습니다.
발수악퇴숙보이차(發水渥堆熟普?茶, 일반적으로 숙차라 칭함)는 1973년 곤명차창에서 연구되었으며, 1976년 하관차창에서 시제품을 일반에 출시했습니다. 그 이전, 광동에서도 운남성 찻잎을 가지고 숙차를 만들어낸 바가 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광동의 숙차를 '습창 보이차'라 부르고, 관리가 제대로 된 1973년 이후의 운남 보이차를 '숙차'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976년, 수출의 필요성에 따라 운남성차엽공사는 보이차에 번호를 매기기로 정했습니다. 병차에는 4개의 번호를 쓰는데, 처음 두 자리는 그 차의 생산년도를 뜻하고, 3번째는 원료인 차의 등급, 4번째는 생산한 차창의 번호(곤명 1, 맹해 2, 하관 3, 보이 4)로 정했습니다. 산차는 5개를 쓰는데, 3번째와 4번째가 원료인 차의 등급입니다. 현재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보이병차의 번호는 7452, 7562, 7572, 75671, 76563 등이 있습니다.
1978년 전후로 맹해차창이 대익패(大益牌) 상호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1992년, 하관차창이 송학패(松鶴牌)와 남조패(南詔牌)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1990년대 초, 소규모 차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차창은 예전 6급 이하의 찻잎으로 보이차를 생산하는 전통에 반해, 3급 이상의 찻잎으로 궁정 보이차를 제작했습니다. 이후 이러한 풍조는 널리 퍼지게 되어 궁정 보이차 이외에도 '금첨(金尖)' '금아(金芽)' 등의 보이차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보이차를 선택 구매하기 위해서는, 보이차가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 대표작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겠습니다. 가령 1940년대 생산된 보이차의 대표는 중차패(中茶牌) 원차(圓茶)로, 홍인(紅印, 붉은 茶 글자가 제품 중앙에 있다) 과 녹인(綠印, 녹색 茶 글자)이 있으나 시장에서의 유통량은 이미 찾아보기 힘듭니다. 1960년대 이후 중차패가 바뀌어 칠자병차(七字餠茶)로 되어, 홍인, 녹인, 남인 등의 표시를 했으나 이들 상품 역시 수가 매우 적습니다. 1970년대 이후 시장의 요구에 의해 발효 보이차가 탄생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후발효차로 불리는 보이차인 것입니다. 여기서 소비자 여러분이 알아두어야 할 점은, 전통적 보이차는 품질이 낮은 찻잎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전통적으로 6급 이하를 썼습니다). 모양이 얇은 정선된 찻잎으로 궁정 보이차와 같은 고급품을 생산한 것은 1990년대 이후의 일입니다. 그러니 궁정 보이차의 숙성년도는 최대한 따져도 10년 정도인 것입니다.
보이차의 연한과 품질은 일반적으로 비례합니다. 그러나 같은 창고에서도 어떤 것은 진품이 되고 어떤 것은 썩어 못쓰게 됩니다. 연한을 따지기에 앞서 품질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는 운남 하관 보이차의 품질에 자신을 갖고 있습니다만, 다른 보이차를 드시더라도 연한이나 상표에 혹하지 마시고 품질 자체에 집중하시는 것이 올바른 선택 방법입니다. 역하거나 매캐한 맛의 차를 오래된 보이차란 말에 참고 드셔서는 안되겠지요. 주위에서 종종 봅니다만, 혹시 선물받은 보이차 맛이 이상해서 그냥 방치해 두시진 않았는지요? 중요한 것은 발효된 구수한 향과 부드러운 뒷맛, 몸이 따뜻해지는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가하는 점입니다. 보이차 선택의 정답은 자신의 몸이 알고 있습니다.
보이차를 부르는 말 중 청차(靑茶, 생차라고도 함)와 숙차(熟茶)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별법은 대만과 홍콩에서 나온 것입니다. 청차란 찻잎 원료를 살청 작업을 거친 후 발효시키지 않고 생산된 제품을 말하며, 반드시 저장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몇 년이 될 수도 있고 더 길 수도 있습니다. 그 후엔 품질이 숙성되어 보이차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원래는 이것을 숙차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숙차라 일컫는 것은 인공발효 과정을 거쳐 생산된 보이차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것은 인공발효 과정을 거친 보이차가 많습니다.
이런 개념이 혼동되게 된 것은 습창차(濕倉茶)와 연관이 있습니다. 1973년 전후로 보이차가 광동, 대만, 홍콩 등지로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늘 선선하고 건조한 기후인 운남성과 달리, 이들 지역은 고온고습한 환경이어서 차가 빨리 숙성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보이차는 또한 색다른 맛과 향을 풍기는데, 이것이 습창차의 기원이라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을 뿌리는 조수(潮水)법을 이용, 잡미와 매캐한 맛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이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방법은 현재 후발효차의 공법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1973년 이후 개발된 후발효차 보이차의 공법은 이를 응용하여 빠른 시간에 발효시키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관건은 차의 균일한 숙성, 적당한 발효와 과학적 원료 선별법에 있습니다. 이것과 습창차와는 같지 않습니다. 후발효차는 전통적 기법으로 눌러 쌓아 저장하는 악퇴를 응용했는데, 이것으로 숙성 방법을 개선하고 품질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장시 습도는 80% 이하로 하여 자연적 숙성을 유도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것을 예전엔 건창차(乾倉茶)라 하였습니다.
습창차는 우선 저장 창고의 습도가 80%가 넘어 쾌속 숙성을 시킵니다. 어떤 사람은 인공발효된 보이차를 다시 습창 처리하기도 합니다. 또는 살청한 찻잎을 습창 처리한 다음에 압제해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습창 처리한 차는 분명한 습창 특유의 맛이 있는데, 색이 검고 숙성된 모양을 띠며, 여기에 모방해 붙인 가짜 내표까지 더하면 오래된 보이차의 형상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새로운 개조차(改造茶)에 불과한 것입니다. 습창차는 광동, 베트남 등 지역에서 보편화되어 있으며,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여러 차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가격은 매우 저렴합니다.
요약하자면 습창차는 광동 지역의 차상들이 그 지역의 환경 조건으로 인해 쾌속 숙성된 보이차를 응용해 생산한 것입니다. 비록 오래된 듯한 모양을 띠고 있지만 맛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1973년 이후 생산되기 시작한 후발효차는 빠른 시간 내에 발효를 시킨다는 점은 같지만, 과학적인 방법과 균등한 숙성 기술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며 제법도 습창차와는 틀립니다. 사실 이러한 구분법이나 단어 때문에 소비자가 곤혹스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맛과 품질이 보이차라 불릴만한 상품이라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은 보이차를 마셨을 때 다음과 같은 느낌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감(甘): 단맛을 일컫습니다. 좋은 보이차는 쓰지 않고 입에서 감칠맛나는 단기운이 돕니다.
활(滑):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목으로 넘어가 편안한 느낌을 주며, 자극이 없습니다.
순(醇): 진하면서도 한결같음을 말합니다.
후(厚): 보이차를 마시면 두텁고 푸근한 느낌을 받습니다.
유(柔): 강한 자극이 없고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활(活): 딱히 뭐라고 꼬집기는 어려우나... 차의 생명력을 말합니다.
결(潔): 더러운 것이 섞이지 않은 깨끗함을 말합니다.
량(亮): 보이차를 보면 밝은 기운이 있습니다. 탁하지 않고 약간 기름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하관차창(下關茶廠)
정식 명칭: 운남하관차창타차(집단)고분유한공사(雲南下關茶廠?茶(集團)股?有限公司)
생산품목: 녹차, 홍차, 보이차, 청차, 삼도차
주소: 중국 운남성 대리시 하관건설서로 141호 홈페이지: www.xgtea.com
운남 하관 보이차를 생산하는 하관차창의 정식 명칭은 운남하관차창타차(집단)고분유한공사(雲南下關茶廠?茶(集團)股?有限公司)입니다. 쉽게 말해 운남하관차창 주식회사 정도 되겠군요. 하관차창이 위치한 하관(下關)은 지금 운남성 대리(大理)시에 속해 있습니다. 원래는 오랫동안 하관이란 지역명을 써왔는데, 이곳이 관광명소로 개발되면서 대리란 이름이 많이 알려져 도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는군요. 우리에겐 대리석이라고 하면 쉽게 와닿겠습니다. 대리석의 원산지가 바로 이곳입니다.
중국인들에겐 그러나 김용의 소설 때문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중원에 당나라가 있던 시절, 이곳엔 태족(?族)과 백족(白族)이 주를 이루어 세운 대리국(大理國, BC 937~1252)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지금도 운남성 대리시는 백족 자치구에 속해 있습니다). 대리국은 상당히 특이한 나라였습니다. 철두철미한 불교 국가로 군대가 없었으며, 왕은 자식이 성인이 되면 미련없이 출가해 승려가 되었고, 혹여 싸울 일이 있으면 상인들에게서 자금과 사람을 빌려 외적을 물리쳤다고 하는군요. 상인들은 왕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도 강해서 기꺼이 돈을 빌려주고 싸웠다고 합니다. 사실 싸울 일이 별로 없을 나라 같은데... 후에 이곳은 원나라를 세운 몽고족에 의해 없어집니다. 그러나 대리국의 성은 지금도 남아 있고,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죠.
소설 <영웅문>으로 유명한 홍콩의 김용은 이 특이한 역사를 가진 대리국을 소설 <천룡팔부>에서 활용했습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과거를 지닌 주인공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중심 인물인 단예가 대리국의 왕자란 설정을 가지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김용의 소설은 중국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고,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다양하게 각색되어 숱한 무협영화 캐릭터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김용의 <천룡팔부>가 나온 이후 대리는 더욱 유명해져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대리는 하관과 상관(上關)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히말라야 산맥의 한 봉우리인 창산(蒼山)을 배경으로 이해(?海)라는 담수호를 끼고 있어 천하절경을 자랑합니다. 후에 김용이 이곳에 와서 하관풍, 상관화, 창산설, 이해월(下關風, 上關花, 蒼山雪, ?海月)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하관에는 바람이 많고, 상관에는 꽃이 아름다우며, 창산에는 눈이 덮이고 이해엔 달이 떠있네 정도로 해석되겠습니다.
그래서 하관차창은 하관 지역에 불고 있는 선선한 바람을 늘 강조합니다. 이곳은 창산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바람이 사시사철 선선하게 불고 있기 때문에, 보이차의 건조에 있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가보니, 바람까지는 모르겠으나 공기가 매우 깨끗하다는 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 뒤로 히말라야 산맥 줄기가 보인다는 게 꽤 색다르기도 했고요.
하관차창은 공식적으로 1941년에 창립되었으나, 실제 제품 생산의 역사는 100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1902년 이곳에선 松鶴牌(송학패) 보이타차가 생산돼 팔리고 있었는데, 하관차창이 그 역사를 계승해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걸 무시하고라도 60년이 넘었으니, 오래된 차창인 것은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운남성의 다른 도시에서 티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거쳐야 했습니다. 때문에 티벳을 상대로 한 보이차 생산이 활발했죠. 지금도 보염패(寶焰牌)란 상표로 티벳에 보이차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운남성은 교통이 불편하고 인구도 많지 않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생산된 차를 팔기 위해선 다른 지역의 브로커와 연계를 해야 했죠. 이들을 흔히 차상(茶商)이라 하는데, 운남성과 가까운 광동성의 차상들이 특히 많은 양을 구입했습니다. 예전의 차창들은 그러니까 단순 생산설비에 불과했고, 판매와 운송은 차상들이 담당했던 것이죠. 오래된 보이차들 중 동경호(同慶號) 복원창호(福元昌號) 송빙호(宋聘號) 등은 모두 차상의 이름을 딴 것으로, 이들은 청나라때부터 번성했던 차상들입니다.
하관차창을 비롯한 운남성의 차창들은 그러나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립으로 변혁을 맞게 됩니다. 1911년 중화민국 건국 이후 활발해졌던 상업이 된서리를 맞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수많은 차창들을 통폐합했고 생산도 정부 관리 하에 실시토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유명 차상들은 모두 문을 닫게 되었고, 대외 수출은 운남성차엽공사진출구공사가 전담하게 되었습니다(혹은 중국토산축산진출구공사운남성차엽분공사...라고도 하는데,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를 뿐 결국 같은 곳입니다).
1980년대까지 중국 정부는 보이차의 대중화와 규격화를 실시합니다. 1973년 진출구공사가 주도하여 곤명차창이 연구 개발하고, 맹해, 하관, 임창차창이 제품을 만드는 형태로 인공발효 보이차가 개발됩니다. 지금은 흔히들 숙차(熟茶)라고 하는데, 발수악퇴숙발효차(發水渥堆熟醱酵茶)가 원래 이름입니다. 이때 맹해차창은 병차(餠茶, 원반형), 하관은 타차(?茶, 새둥지 모양), 임창은 방차(方茶, 정방형), 곤명은 전차(?茶, 벽돌 모양)의 제품을 생산해 규격화하게 됩니다. 물론 제품 생산은 어느 차창에서나 가능했죠. 그렇게 해서 생산된 제품에는 번호를 붙였는데, 앞의 두 자리가 이 제품이 표준화된 연도, 가운데 한 자리가 찻잎의 등급(산차는 두 자리를 씁니다), 그 다음이 차창번호(곤명 1, 맹해 2, 하관 3, 보이 4 등)입니다. 이렇게 해서 7562 녹인이니 7572 대익 같은 제품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중국인들의 보이차 선호는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향과 첫 느낌을 중시합니다. 오래된 좋은 보이차에서는 숙성된 나무향이 나는데, 장향(樟香) 빈랑향(檳?香) 계원향(桂圓香) 등을 높게 치며 맛은 산뜻하고 감칠맛이 나 오래 묵은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이에 반해 대륙의 중국인들은 목에서의 부드러운 느낌과 진한 맛을 더 따집니다. 따라서 차를 우리는 시간도 서로 다르고, 좋아하는 제품도 다릅니다. 운남 하관 보이차 중에서 따진다면, 궁정보이차는 대만과 홍콩쪽의 선호도에 가깝고 소타차는 대륙인들이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소수민족의 자차법에 대해선 따로 이야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운남성에는 20여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로는 200이 넘는다고 하는데... 밖에서 보는 소수민족과, 부락별로 다 다르게 취급하는 현지인의 구별법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안동 김씨는 하나지만 무슨 무슨 파까지 나누면 복잡해지니까...^^ 아무튼 많습니다.
운남성의 산지에는 야생 차나무가 많고, 곡식은 귀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름모를 독초와 샘도 많아서, 여행 다닐 때 아무거나 먹고 마실 수는 없었죠. 삼국지를 읽다보면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러 나갔다가 맹획과 싸우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때의 배경이 바로 지금의 운남성입니다. 그 중에서 맹획이 산지로 도망친 후, 촉의 군사들이 뒤쫓다 괴상한 물을 마시고 병에 걸려 제갈량이 난처해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맹획의 형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튼 제갈량은 병사의 독을 없애기 위해 어떤 나무의 잎을 끓여 마셨는데, 그게 차(茶)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제갈량이 지팡이를 꽂았는데 후에 이것이 자라 차나무가 되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제갈량의 남만 정벌 이야기는 중국 식문화에서 차와 만두를 탄생시킨 셈이 되었습니다만... 이 지역에서 자생된 역사서가 없는지라 제갈량이 차의 시조라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많이들 믿고 있다 합니다. 역사적으로는 한나라때(BC 59) 이미 차를 즐기는 사람의 기록이 있습니다.
고차(苦茶)
토기로 된 다관을 불에 빨갛게 달군 후, 차를 넣어 볶습니다. 찻잎의 색이 황갈색이 되면 뜨거운 물을 붓고, 알맞은 농도가 되었을 때 따라내 마시게 됩니다. 고차는 지금도 운남성의 납고족(拉袴族), 와족(?族), 이족(?族) 등이 흔히 쓰고 있으며, 손님이 왔을 때에도 환영의 뜻으로 대접하고 있습니다. 납서족(納西族)은 용호투(龍虎鬪)라 하여 차를 볶아 끓인 후 소량의 술과 섞어 마시기도 합니다.
와족의 경우 소차(燒茶)라 하여 다관 대신 철판에 볶는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이들의 차 중 특이한 것이 고차(苦茶)입니다. 이것은 차를 끓여 다섯 모금 정도가 될 때까지 졸인 것으로, 맛이 쓰지만 오히려 해갈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애용합니다. 이것은 차의 엑기스를 만드는 법과 유사한 면이 있는데 이를 차고(茶膏)라 합니다.
중국인들도 녹차를 애용하긴 하지만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나기 때문에, 방법은 좀 다르지만 차를 볶아 고차를 만들어 마시는 게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 중국요리점에서도 흔히 마실 수 있습니다.
타유차(打油茶)
타유차는 운남성 영승현(永勝縣)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이곳엔 백족(白族) 이족(?族) 납서족(納西族) 보미족(普米族) 등이 살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이족(?族)의 생활풍습은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어, 상하 관계가 분명하고 부계와 모계의 족보를 따져 서열을 매깁니다. 자리도 나이 따져가며 연장자를 상석에 앉히고, 손님이 오면 무조건 상석을 양보합니다. 타유차 재료로는 찻잎 외에도 쌀, 라드(돼지기름), 땅콩, 깨, 산초, 설탕, 소금 등을 준비합니다.
-다관을 불에 빨갛게 달굽니다.
-쌀, 땅콩, 깨, 산초 적당량을 넣고 향기가 날 때까지 볶습니다.
-신선한 라드를 넣습니다. 라드와 쌀의 품질과 양이 타유차의 질을 좌우하게 되므로, 재료들이 충분히 잘 섞이도록 수시로 다관을 흔들어줍니다.
-쌀이 볶아져 갈색을 띠면 사람 수를 감안해 적당량의 찻잎을 넣습니다. 넣은 후엔 신속하게 흔들어 재료와 잘 섞이도록 하며, 찻잎이 타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물을 넣고 끓입니다.
-다 끓었으면 차를 냅니다.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소금을 치기도 합니다.
우리로서는 익숙하지 않죠? 이것은 차가 흔하고 상대적으로 곡식이 귀했던 운남성 산지의 전통음식이고, 차를 이용해 스프를 만들어 먹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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