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예전 신들메의 전신인 중랑산악회를 만들고 가꾸고 산행기도 쓰던 정태종 동지가 당시의 쓴 글을 주인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퍼서, 퍼날라온 글입니다.
중랑지부산악회의 두 번째 산행지는 소백산으로, 그리고 산행일은 2.28 ~ 3.1일로 결정되었다. 본래 2일 토요일에 가야 했으나 휴일사이에 낀 날을 쓰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는 회원들의 요구에 따라 날짜만 하루 앞당긴 것이다.
28일 근무가 끝난 후 출발하여 당일 소백산 아래에서 일박하고 다음날 일찍 출발하여 소백산을 오른 뒤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온다는 산행계획에 동참하기로 한 회원은 모두 9명. 1박 산행으로는 비교적 많은 회원이 참석하기로 했다.
▶ 참가회원: 정태종, 유희삼, 김시중(등반대장), 조유환, 조미영, 전현숙, 이강호, 원범묵, 장경순회원.
차량3대에 분승하여 서울을 출발한 회원들은 가는 도중 식사를 해결하는 등 조금 지체되어 숙소인 희방사 2010모텔에 도착한 것은 매우 늦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영주지부 이도영동지의 찬조방문으로 막걸리와 맥주로 단결의 밤을 가진 뒤 취침한 것은..... ? ... 글쎄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이도영동지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날 밤 몇 몇 회원들은 각종 기계화차량 굴러가는 소리에 전혀 잠을 못 이루었다고 함.
6시 30분경 기상, 아침식사를 라면으로 간단히 때운 뒤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7시 30분을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우리는 차량으로 희방사 주차장까지 이동한 뒤 그곳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는데 희방사계곡은 깔닥고개라는 이름에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몇몇 회원들의 원성과 아우성에 몇 번이고 쉬어갈 수밖에 없었고 거의 한시간이나 걸려서야 깔닥고개 위에 설 수 있었다. 이날은 조유환 등반2대장이 특별히 수송을 책임져주었다.
깔닥고개부터는 평탄한 길 일색이었다. 약간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능선길은 큰 힘을 요구하지 않았고 뒤에 처지거나 앞서 나가는 회원 없이 김시중등반대장을 선두로 거의 전원이 한 무리를 이루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날도 날씨는 맑고 상쾌했는데 특히 코를 들락거리는 공기의 신선함은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3월 1일인데도 예년 같으면 마땅히 있어야할 눈꽃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9시를 조금 넘어 도착한 연화봉에서의 조망은 우리들의 이런 아쉬움을 많이 달래주었다. 비록 안개가 아직 다 걷히지는 않았지만 탁 트인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굽이굽이 흐르는 산과 산들은 가히 산들의 바다로 불리웠다는 옛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부석사에서 바라본 운해가 한국의 무슨 명승중의 하나라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사진촬영으로 연화봉의 기억을 저장한 회원들은 다시 비로봉쪽으로 길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계단이 많은 것이 불만이긴 했지만 자연훼손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하면서, 회원동지들은 잔설에 비치는 태양의 반짝임과 가끔씩 보이기 시작한 주목의 기묘한 당당함, 그리고 여유 있는 산행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동지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즐기면서 능선의 오르내림을 흐르고 있었다.
10시20분쯤 연화2봉을 넘어 적당한 장소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약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곧 출발하여 12시에 주봉인 비로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은 사실 밋밋한 모습 때문에 인상적이지는 못한 것 같았다. 눈도 없고 세찬 바람도 없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따뜻한 정오의 그곳은 '비로봉' 비석만 없다면 그저 어느 동네의 뒷동산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아래 대피소 부근에 넓게 분포한 주목군락지는 그곳이 틀림없는 소백산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 수 천 그루가 사람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사람이 두른 철망 안에서 서식하고 있었는데, 죽이려는 자도, 살리려는 자도 모두 사람이라는 점이 기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마치 반은 죽고 반은 살아있는 그곳 어느 주목의 기묘한 모습처럼.....
내려가는 길은 천동계곡길을 선택했다. 하산길 곳곳에는 많이 밟혀 얼음길이 된 눈길이 있었지만 따뜻한 날씨에 많이 푸석푸석해진 눈길은 미끄럽지 않아 아이젠이 없어도 위협이 되지 못했다. 튀어나온 돌들을 골라 밟기도 하고 때론 미끄럼도 타면서 우리 모두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으며, 특히 말미에 얼음물 같은 계곡물에서 발을 씻고 나자 쌓였던 다리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뒷풀이는 단양에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강호동지의 도움으로 쏘가리매운탕맛을 보기로 했다. 단양시내에서 좀 떨어진 신군관식당에서 맛본 쏘가리매운탕 맛은 일품이었다. 9명의 회원들 모두는 거의 산행에서만큼이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매운탕을 곁들인 식사를 소주와 함께 해치웠다. 매운탕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대형(?) 쏘가리를 먹게 해 주신 이강호동지께 감사드린다.
1박2일의 어려운 산행에 수고해주신 회원동지들께 감사를 드리며, 특히 우리 모두의 안전한 산행을 책임진 김시중등반대장과 조유환 등반2대장, 또 행동식으로 동지들의 기운을 복돋아 주신(건빵도 그렇게 맛있게 둔갑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신)정은정동지, 여성의 몸으로 당당하게 산행을 마친 조미영, 전현숙동지와 이들의 짐을 도맡다시피한 장경순동지께 감사를 드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