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동시키는 ‘이야기의 힘’
고급 중국음식점에 가면 ‘불도장(佛跳牆)’이란 요리를 판다. 상어지느러미, 해삼, 전복, 송이버섯 등 20여 가지 재료를 넣어 푹 삶아 만든다. 여러 진귀한 보양재료가 들어가는 만큼 값이 꽤 비싸다. 음식값이 비싸도 괜찮은 ‘비즈니스 접대’ 때 초청자는 호쾌하게 불도장을 주문한다. 요리가 식탁에 오르면 초청자는 모시는 손님에게 으레 불도장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요리 냄새가 너무 좋아 불도를 닦던 스님이 담장을 넘어 먹으러 갔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말한다. 손님은 다른 요리 이름은 잊어도 이 불도장만큼은 오래 기억한다. ‘동파육(東坡肉)’이란 요리도 유래가 흥미롭다. 당송팔대가 가운데 한 사람인 소동파(蘇東坡·1036~1101)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소동파는 ‘적벽부(赤壁賦)’란 명시를 남긴 문호다. 어느 날 그는 음식점에서 돼지고기와 술을 주문했다. 중국은 땅이 넓어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은 잘못 알아들어 돼지고기에 술을 넣고 삶은 요리를 갖고 왔다.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혔다. 이후 돼지고기 요리를 그렇게 만들고 이름을 ‘동파육’이라 붙였다. 이 역시 잊기 어려운 요리 이름이다. 이렇듯 흥미진진한 사연을 담은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끈다. 이야기가 ‘힘’인 것이다. 이런 힘을 마케팅에 활용하면 어떨까.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물건을 만들어놓고 그냥 불쑥 내놓는 것과 그 물건에 얽힌 스토리를 소개하는 것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스토리는 손님의 눈길을 사로잡는 산뜻한 포장지 기능을 하는 셈이다.
스토리텔링의 5가지 요소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리처드 맥스웰·로버트 딕먼 지음, 전행선 옮김, 지식노마드)는 이야기를 기업 경영에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안내서다. 이야기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쓰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1984년 미국 TV에 방영된 매킨토시 컴퓨터 광고가 꼽힌다. 그해 미국 슈퍼볼 경기의 3쿼터 시작 전 60초 동안 방영된 이 CF는 두고두고 화제가 된다. 회색 옷차림의 남자들이 넋 나간 표정으로 좁은 길을 따라 행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때 갑자기 붉은 운동복 반바지를 입은 금발 여성이 올림픽 투포환 경기에 쓸 법한 큼직한 해머를 들고 달려나오고 헬멧을 쓴 경찰이 그 뒤를 쫓는다. 행진하던 남자들은 널찍한 방안으로 들어서는데 그 안에는 비슷한 모습을 한 수백명이 공허한 눈으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에 비친 것은 빅브라더의 거만한 모습이다. 곧 금발 여성이 방에 들어서서 두 바퀴를 회전하더니 해머를 던진다. 공중으로 날아간 해머는 비디오 화면을 박살내고 화면이 폭발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남자들의 놀란 얼굴 위로 흩어진다. 그리고 해방을 상징하는 이 감격스러운 장면 위로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타난다. ‘1월24일 애플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선보입니다. 그러면 귀하는 1984가 왜 (조지 오웰의) 1984와 다른지 알 것입니다.’ 광고의 반응은 놀라웠다. 1주일 만에 미국 전역의 모든 상점에 진열된 매킨토시가 매진됐다. 주문이 밀렸고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이 한 편의 광고로 존폐 기로에 섰던 애플사는 기적같이 살아났다. 광고 속에 담긴 이야기에 소비자가 뜨거운 호응을 보인 결과였다. 이 책에 따르면 잘 짜인 이야기는 5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열정, 청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영웅, 영웅이 맞서 싸워야 하는 악당, 영웅을 성장하게 만드는 깨달음의 순간,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친 후 일어나는 영웅과 세상의 변화 등이다. 이들 요소를 골고루 갖추면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오래 기억하게 한다는 것. 저자인 리처드 맥스웰은 시나리오 작가 경력을 바탕으로 경영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적으로 조언하는 컨설팅회사 ‘퍼스트 보이스’를 세웠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판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컨설턴트로도 활약한다. 공동 저자인 로버트 딕먼은 이 회사의 수석 코치로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스토리텔링 전략을 가르친다. 일본에서 승려 생활을 한 경력이 있는 딕먼은 영화배우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기업에서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소비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그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면서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본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추천한 조일현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열정, 영웅, 악당, 깨달음, 변화라는 스토리텔링의 제조 공정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솜씨가 탁월하다”면서 “갈피마다 만나는 역사학과 서사학의 지식, 인지심리학의 첨단 이론들을 살피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분야 연구에 천착하는 최혜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경영이나 처세를 다룬 실용서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상황, 전략에 치중한 나머지 그 근본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전제, “이 책은 이야기가 감성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진실을 우리 삶의 전분야에 연결시킨 점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스토리가 富를 창조
비즈니스 전문 격주간지 ‘동아 비즈니스 리뷰’(동아일보사) 10호는 스페셜 리포트로 ‘스토리텔링’을 다루었다. 이 잡지는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먼저 강조한다. 기업들끼리 극심한 경쟁을 벌이면서 품질이나 기술,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제품 차별화가 어렵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스토리를 통해 고객에게 ‘감동’이나 ‘재미’를 알려 차별화를 꾀한다. 또 내부 임직원들에게도 조직 안의 감동적인 스토리로 기업 이념과 비전을 전파한다. 창업자나 뛰어난 임직원의 이야기, 고객의 사연, 제품 탄생의 비화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소개한다. 기업의 ‘건국 신화’격인 창업자 이야기는 더없이 좋은 글감이다.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샤넬 향수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 제너럴 엘렉트릭(GE)을 설립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허름한 창고에서 컴퓨터 회사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등의 ‘창업 신화’는 지금도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된다. 또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를 완공하기도 전에 그리스 선주에게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한국인은 예부터 배를 잘 만들었다고 설득해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한 ‘신화’는 언제 들어도 감동을 준다. 기업의 핵심 스토리를 만드는 노하우에 대해 황신웅 비즈니스스토리텔링연구소장은 ①기업이 사라졌을 때 신문에 어떤 기사가 날지 가상으로 작성해보는 등의 차별성 확인하기 ②기업의 비전 찾기, 직원들의 이야기 찾기 등 내부 리서치 ③시장 흐름, 오피니언 리더들을 파악하는 외부 리서치 ④드라마틱한 흥미 요소를 담은 스토리 만들기 ⑤스토리를 통해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알아보는 테스트 등의 5개 과정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이란 진실한 대상에 새로운 관점과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 작업이 성공하면 부(富)를 창조한다는 것. 김종명 설득리더십 컨설턴트는 ‘진실의 힘, 구두쇠의 지갑도 연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진실한 스토리텔링은 기업 특유의 차별적 정체성을 드러낸다”면서 “휴머니즘 스토리가 꽃피는 곳에서 조직 구성원과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톡 쏘는 물맛으로 유명한 페리에 생수의 성공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이 잡지가 소개한 스토리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의 건조한 산악지대에서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샘물이 발견됐다. 로마제국 시절에 시저의 병사들은 이 물을 마시고 갈증을 풀었고 병을 치료하려 샘에서 몸을 씻었다. 세월이 흐른 뒤 샘을 다시 발견한 프랑스인 의사 페리에는 화산 활동으로 암반수의 가스 함량이 높아져 샘물에 거품이 생기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페리에는 샘물에 질병 치유 성분이 있을 것으로 믿고 병에 담아 팔기로 했다. 녹색 병에 담긴 페리에 생수는 미네랄 워터의 명품이 됐다. 생수업체 페리에는 창업 스토리를 들려줌으로써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함을 강조한다. 페리에 브랜드는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므로 소비자는 페리에 물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급한다.
밥상머리 성공교육 효과
경영 강의를 이야기로 배우면 가슴이 울려 머리에 오래 남는다. ‘CEO의 저녁 식탁’(제프리 폭스 지음, 노지양 옮김, 흐름출판)은 ‘밥상머리 교육’의 고갱이를 담은 책이다. 교과서에 실린 경영학 이론은 내용이 딱딱해서 머리에 쉬 들어오지 않는다. 가슴을 울리는 경우도 별로 없다. 만약 ‘전설적인 투자왕’ 워런 버핏이나 ‘경영의 지존’ 잭 웰치 같은 대가와 저녁식사 한 끼를 함께 들며 그들의 경험담을 듣는다 하자.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에서, 코앞 거리에서 뿜어 나오는 체취에서 감명을 받지 않으랴. 마케팅 컨설팅업체 사장인 저자는 직업 특성상 성공한 리더들을 자주 만났다.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부터 저녁 식탁에서 배운 기업가정신과 성공 원칙을 실천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생 선배로서 독자에게 저녁 식탁에서 마음을 터놓고 던지는 충고들을 이 책에 담았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따끈한 성공 레시피’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저녁 식탁’이란 제목과 어울리게 1장 애피타이저, 2장 메인코스, 3장 디저트, 4장 차 한 잔을 나누며 등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 ‘아무도 투덜이와 일하지 않는다’란 글이 눈에 띈다. 누구도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과 칭얼대고 핑계 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투덜이는 상대편의 기를 빼앗는다. 투덜이는 에너지와 시간과 재미를 소진시킨다. 물론 정직한 불만, 이를테면 고객불만은 괜찮다. 어떤 문제가 있다 해도 불평부터 꺼내선 안 된다. 대신 지금 당장 해결책을 찾아봐야 한다. 2장에는 식사 예절과 관련한 흥미 있는 조언이 실렸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 고기 크기를 동전만큼 조그맣게 자르라는 것이다. 그래야 천천히 먹게 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들을 수 있다. 또 “절대 과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어느 술집에서 셔터가 내려질 때까지 마셨다느니 누구랑 술대결을 해서 이겼다느니 하는 술자랑은 금물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냉철한 사람이 맛이 간 주정뱅이보다 언제나 낫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장의 ‘엄마처럼만 살아라’는 글은 가정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주부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직업을 가진 워킹맘의 작업 리스트에는 돈 벌기, 세금 내기, 식사 준비, 시장 가기, 옷 골라놓기, 세탁, 숙제 검사, 침대 정리, 선생님 만나기, 자녀 책 읽어주기, 집안 청소 등 온갖 것이 들어간다. “최고 CEO가 되려면 엄마처럼 여러 개 공을 굴릴 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어느 성공한 기업인은 자신의 어머니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40년 세월에 어머니는 홀로 우리를 키웠습니다. 우리 집은 가난했고 어머니는 늘 잔병치레를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평생 절대 하지 않은 게 딱 한 가지가 있었지요. 바로 불평이었습니다.” ‘서비스 꽃은 세일즈다’(안미헌 지음, 흐름출판)는 서비스와 세일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소설 형식의 스토리 책이다. 고객 감동에 신경을 쓰지만 정작 세일즈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항공사 스튜어디스 ‘서비스 양’과 수완이 뛰어난 수입자동차 딜러 ‘세일즈 군’이 주인공이다. 외국에 나가 사업에 성공한 ‘비즈니스 킹’이란 별명의 박철수 노인도 등장한다. 박 노인은 서비스 양과 세일즈 군을 만나게 해 혼사를 꾀한다. 이들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성공 경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깨닫게 하는 내용이다. 비즈니스 트레이닝 전문가인 저자는 고객만족 경영에 관한 저술, 강연에서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설, 추석 전날에만 칼 퇴근
직장인의 성공 비결을 담은 ‘H그룹 직장 영웅전설’(박성원 지음, 고즈윈)도 소설 형식으로 정리한 자기계발서다. 저자가 직장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콩트로 썼다. 회사 이름과 등장인물을 실명으로 밝히면 곤란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이런 형식을 취했다고 한다. ‘리얼 콩트, 직장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부제가 붙었다. 오늘날 한국 직장인이 겪는 갖가지 애환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엮었다. H그룹 홍보팀 윤병구 대리가 주인공이다. 그는 사보에 실을 것이라며 임원들에게 승진 비결을 취재한다. ‘건강’을 꼽는 전무, 남과 차별화된 일자리로 승부하라는 상무, 정직성을 강조하는 부사장 등 다양한 인물을 접한다. 어느 날 윤 대리는 고참 부장 가운데 임원으로 승진시킬 대상자를 추천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와 함께 그는 H전자 내에 유포된 X파일의 출처와 유통경로를 추적하라는 명령에 따라 백방으로 살핀다. 파일 내용은 20개로 요약된다. 인사 실수로 한 부서에 한 명은 일 없이 1년 내내 논다, 대부분의 과장급은 일하지 않고 지시만 한다, 과장 퇴직자는 집에서 놀고 부장 퇴직자는 하청업체에서 놀며 상무 퇴임자는 꽤 괜찮은 회사의 고문실에서 논다, 엔지니어 생활 5년이 넘으면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 바보가 된다, 추석 전날과 설 전날이 눈치 안 보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날이다 등이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험난한 가시밭길을 통과해야 한다. 직장 안팎에서 만나는 숱한 상대방을 설득해야 살아남는다. ‘엘리베이터 스피치’(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갈매나무)는 엘리베이터 안에 머무는 짧은 시간에 상대방을 설득하는 노하우를 체계화한 책이다. ‘상대의 머리와 가슴을 움직이는 60초 설득법’이라는 부제만 봐도 긴박감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 스피치’는 할리우드 영화감독들 사이에서 쓰이던 용어다. 엘리베이터에서 투자가를 만났을 때 30~60초에 인상적인 설명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너무나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에게 1분 이상의 시간을 얻기가 힘들므로 짧은 시간에 설득하지 못하면 상대는 고개를 돌린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자는 상대방의 즉각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POP’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제대로 알리고(Purposeful), 독특하며(Original), 간결하게(Pithy) 상대를 설득하라는 것이다. 제대로 알리는 수단으로는 충실한 하인 6명을 잘 활용하면 된단다. 그 하인들 이름은 ‘무엇을’ ‘왜’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이다.
|
출처: jclub 원문보기 글쓴이: 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