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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모닥불과 커피 한 잔이면 낭만이 넘치는 한여름 밤과는 달리, 태양이 작열하는 아침 10시의 오토캠프장을 바라보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도 없다. 밤새 벌인 술자리의 뒤처리도 되지 않았고, 텐트 안은 벌써 한증막이 되어 캠핑의 낭만은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이런 때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은 무슨 형벌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주변정리를 하고 나무그늘 아래로 들어가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느끼면 곧 분위기는 반전되고,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 때 간편하고 맛난 요리가 더해진다면 침체된 분위기는 반전되리라 생각한다.
밤새 먹었을 고기 요리의 더부룩함도 달래고 캠핑의 낭만을 마무리 지어줄 요리는 없을까? 맛있는 캠핑요리는 많지만 간단한 준비만으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요리는 의외로 많지 않다. 이번 달에는 한여름 캠프장에서 간단한 준비와 조리만으로 분위기를 한층 더 할 수 있는 요리인 열무김치 보리비빔밥과 건새우 아욱국을 준비해 보았다
허기달랠 땐 보리비빔밥, 숙취 해소엔 아욱국
먼저 조리하기에 앞서 보리밥을 준비해야 하는데, 보리는 전날 저녁에 미리 씻어 밤새 물에 불려 놓는 것이 좋다. 아니면 일반 보리쌀을 준비하지 말고, 가공하여 나온 압맥이나 할맥이 야외에서는 편리하다. 압맥은 농가에서 재배하여 거둬들인 생보리를 가공한 후 수증기로 쪄서 매끄럽게 누른 보리쌀이고, 할맥은 둘로 쪼개어 수증기로 찐 것이다. 따라서 약간 불에 불리면 일반 쌀처럼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
욕심 같아서는 완전히 보리쌀로 만들어진 밥을 하고 싶지만 집에서도 아직 습관을 들이지 않았으면 보리와 쌀의 비율은 2:8 정도가 좋고, 보리밥에 약간 익숙하다면 보리의 비율을 높여 보자. 경험상 맛있는 보리밥은 쌀과 5:5의 비율로 지은 밥이다. 밥을 할 때 일반 쌀밥과 다른 점은 별로 없지만 뜸을 좀 더 들이는 것이 먹기에 더 좋다. 기호에 따라 주먹만한 감자를 잘 씻어 반으로 쪼개 함께 먹는 것도 적극 추천할 만하다.
밥이 준비되었으면, 큰 코펠이나 넓은 그릇에 보리밥을 담고 식힌다. 그냥 식히면 덩어리가 질 수 있으므로 잘 펴서 식히는데, 이 때 들기름을 조금 넣고 살짝 버무려 주는 게 좋다. 그런 다음 열무김치를 먼저 넣고 비빈다. 열무김치는 밀폐용기에 담아 계곡물에 재워 두면 비빔밥의 맛을 배가시킬 수 있다. 계곡물에 재울 때는 양파자루 같은 곳에 담아 큰 돌이나 나무에 묶어 두는 게 안전하다. 맛있게 먹으려고 하다가 떠내려가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계란을 프라이하여 곁들이는데, 역시 계란도 완성된 비빔밥의 맛을 보고 프라이하는 게 좋다. 간이 약간 셀 때는 이것에 소금을 넣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의 후추를 가미하는 것은 어느 때건 좋다. 이렇게 큰 코펠에 완성된 비빔밥은 여러 그릇에 덜어먹기 보다 모두 빙 둘러앉아 함께 먹으면, 서로 간에 정도 들고 설거지도 줄일 수 있어 여러 모로 좋다.
보리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쌀과 함께 우리의 기본식량으로서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러나 80년대부터 소비가 크게 줄어 연간 국민 1인당 소비량은 1965년의 36.8kg에서 1995년에는 1.5kg으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데 관심이 많아져서 예전에 누렸던 인기를 되찾고 있다. 쌀보다 월등히 높은 식이섬유 함량이 보리의 영양가와 인기를 높여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당뇨병의 당내응력을 개선시켜 당뇨환자의 인슐린 필요량 감소시키기도 한다. 인체의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열량은 적기 때문에 비만증인 사람이나 날씬한 몸매를 가꾸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식품이기도 하다.
좋은 보리를 고르려면 손으로 만져보아 부드럽게 느껴지고, 담황색 광택이 있어야 하며, 알이 고르고 둥그스름하며 통통한 것이 좋다.
한여름이 제철인 열무는 비타민과 무기질 공급원으로써 영양학적 효능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잎에는 비타민A, C 및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 무기질이 알맞게 들어 있으므로 혈액 산성화를 방지하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는 아주 매력적인 채소다. 한여름에 떠먹는 잘 익은 열무김치국물은 더위를 잊게 해주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다.
보리와 열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 이것에 곁들일 개운하고 깔끔한 국물을 만들어 보자. 보통 한여름에 열무김치 보리비빔밥을 먹을 때는 좀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가 곁들여지는데, 이것은 염분이 많이 들어간 비빔밥과 함께 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보다는 좀더 부드럽고 구수하면서 깔끔한 국물이 이 요리와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런 면에서 건새우로 국물을 낸 아욱국은 한여름 캠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별미가 아닌가 한다.
아욱은 한여름이 제철인 채소 중 하나다. 다른 땐 잘 나오지도 않지만 제철엔 정말 사기 미안할 정도로 값싼 서민들의 채소다. 가장 큰 장점은 별달리 손질할 것이 없다는 것. 물로 깨끗이 씻어 적당히 잘라서 먹으면 된다. 단지, 쉽게 무르기 때문에 구입해서 얼른 먹어야 한다. 손으로 들어보았을 때 잎이 축 늘어지는 것은 고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준비된 육수에 된장과 건새우를 넣고 5분 정도 끓인다. 된장이 다 풀리고 새우 향기가 진동하면 잘 씻은 아욱을 넣고 3분 정도 살짝 끓여내면 된다.
만들기는 간단하지만 아마도 맛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도 그렇게 구수하고 부드러운지, 입안의 혀가 즐거울 정도로 맛과 느낌이 좋다. 요리를 눈으로 평가하지 않고, 향과 맛으로 우열을 견준다면 과연 이것을 당할 것은 없을 것이다.
아욱을 고를 때는 녹색이 선명하고 싱싱한 것이 좋다. 너무 큰 것 보다 중간 것이 맛이 있으며, 보관할 때에는 삶은 후 물기를 짠 후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으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빙 둘러앉아 커다란 코펠에 담은 비빔밥과 아욱국을 먹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이 넘치고 만족스러울 것이다. 아욱국은 밤새 찌든 숙취를 달래주고, 보리비빔밥은 허기진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한여름 캠핑요리는 조리하기 간편해야
자신이 섬마을 출신이라며 캠핑을 갈 때마다 해산물을 아이스박스 한 가득씩 담아오는 선배가 있었다. 저녁에 먹을 술안주 거리, 아침에 먹을 해장국거리 등 모든 끼니를 해산물을 먹기 위해 그는 새벽에 수산시장에 나가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와 캠핑을 갔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푸짐한 해산물을 가지고 온 선배는 밤새 먹은 술로 그가 장기로 하던 아침 해장국을 끓일 수 없을 정도로 곯아 떨어졌다. 몇몇 후배들이 하는 수 없이 아이스박스를 뒤져서 해산물을 넣어 국을 끓였는데, 어떻게 끓였는지 그 색깔이 기분 나쁜 녹색이 돼 버렸다. 모두들 그 색깔을 보고는 숟가락을 담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맨 마지막으로 일어난 선배는 국 색깔을 보고 후배들을 무척이나 나무랐다. 좋은 재료를 망쳤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 국은 고스란히 가겟집 개의 몫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코펠을 잘 씻지 않아 라면에서도 조차 엄청난 비린내가 났다. 즐거웠던 캠핑의 분위기는 일순간에 짜증으로 바뀌었고, 그 기분 나쁜 녹색국과 비린내 물씬 나는 라면의 에피소드는 캠핑 갈 때마다 회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여름철 캠핑요리는 어렵고 복잡하고 특별한 것보다 간단하고 조리하기 쉬운 것이 가장 좋다. 기본적인 재료만으로도 훌륭한 분위기와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여름 캠핑의 매력이고 아웃도어의 묘미가 아닌가 한다.
♠ 벌레가 없는 엄동설한에 왕성하게 자라는 무공해 식품인 보리는 불모의 알칼리성 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 인스턴트 등의 산성식품의 섭취로 약화된 우리 몸을 알칼리화해 건강체질로 만들어준다. 보리에는 동맥경화를 비롯한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베타 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베타 글루칸은 쌀의 50배, 밀의 7배 이상으로 곡물 중 보리가 가장 많다. 보리를 주식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장시간 가열로 인한 영양분 손실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보리의 영양분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겉보리를 볶아서 가루로 빻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고혈압 : 보리 + 죽순 + 마 + 팥으로 죽을 쑤어 간식으로 먹거나 쌀밥과 혼합하면 피가 맑아져 고혈압 예방에 좋다.
⊙ 중풍 : 보리 + 행인 + 머우잎을 죽을 쑤어 먹으면 중풍으로 인해 가래가 끓거나 한쪽이 마비된 사람에게 좋다.
⊙ 당뇨(상소) : 폐나 심장에 원인이 있어 당뇨가 온 경우에는 물을 많이 마셔도 소변이 적은 경우도 보리 + 칡 + 맥문동을 각 12g씩 끓여서 먹는다.
⊙ 당뇨(중소) : 식사도 잘 하고 소화도 잘되는 데 체중이 10kg이상씩 빠지거나 피부가 거친 사람들은 대개 위와 간장이 좋지 않아서 당뇨가 온 경우에는 보리 + 천화분 + 오미자를 각각 15g씩 끓여 차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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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onggm 원문보기 글쓴이: hong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