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RPG(롤플레잉게임)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끝판왕을 처치하기까지,
수많은 몬스터들과 중간 보스들을 거쳐가야 하는데,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들이 꽤 많아 엔딩까지 도통 진전이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러던 중 같은 게임을 돌리던 친구가
게임을 더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야 너 그거 몰랐어?
이렇게 저렇게 플레이하면, 중간 보스 몇 놈은 상대하지 않고 피해갈 수 있어.
괜히 스트레스 받으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렇게 한 번 우회해 봐.
과연 친구의 말대로 해 보니, 극악이었던 게임 난이도가 꽤 해 볼만해지면서,
엔딩까지 보다 더 쉽고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중요한 건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즐거워야 하는 거 아냐?
뭣하러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일일이 다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해?
이래서 공략집이 중요하다니까.
많이 알수록 문제에 대한 회피"력"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인생이라는 RPG
물론 삶의 풍파를 매순간 직면하고 이겨내면서
한발한발 나아가는 걸 최고의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든 몬스터들을 물리치며 성장하기 때문에,
이들의 레벨업은 그 누구보다도 월등해지고 멘탈의 강인함은 범부들을 뛰어넘게 되겠죠.
문제는 이런 게 가능한 사람들이 지극히 소수란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력과 경쟁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안하는 사람들이 나약하고 게을러서 못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인생 경주에서 뒤쳐진 개인들 탓을 하며 비판하기 바쁘죠.
한국 사회의 가장 특이할만한 문화적 특징 중 하나가 뭐냐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하드코어한 기준을 내세운다는 점입니다.
돈과 성공에 대한 맹목적 추구, 일등주의, FOMO, 갓생......
그 결과, 평균 올려치기라는 기이한 현상이 이 사회에 나타나게 됩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아라곤이며 레골라스일 수는 없습니다.
인간 군상의 모습이란 게 각양각색이듯이,
각 사람들마다 성격, 기질, 체력, 능력, 적성 등이 다 다르고,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좋아하는 일 등에도 다양성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가령, 성격적으로 기질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최대한 회피력을 높여 에너지를 보존한 채로 나아가는 것이 곧 최적의 전략이 돼요.
(ex. HSP, Empath, 신경과민 등)
오히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야기하는대로,
직면하고 맞서싸우고 투쟁하면서 매순간을 나아가게 되면,
남들보다 빠르게 에너지가 소진되어 엔딩을 보기도 전에 풀썩 주저앉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특정 성격 군에게는 회피력을 높여 에너지를 보존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떨 때 회피를 하고 어떨 때 직면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기준이 요구됩니다.
회피의 기준 1. 남 일
인생이라는 RPG에서 피해가야 할 첫번째 원칙은 바로,
남 일에 필요 이상으로 얽매이거나 휘말려들지 말라입니다.
살다 보면 의외로, 내 일도 아닌 남의 일들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가령,
거절을 잘하지 못해 남들의 부탁을 억지로 들어주는 경우라던지,
마음이 약해서 에너지 뱀파이어들과의 관계를 손절하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던지,
오지랖이 넓어 굳이 남들의 사적인 일에 개입하는 경우라던지,
남들의 프라이버시에 관심을 가지고 괜히 끼어들어선 안 되는 일에 휘말려 든다던지
등등.
이런 식으로 남들의 일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힐링을 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노력한다한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너지가 계속해서 새어나가게 됩니다.
내 몬스터들을 때려잡기도 빠듯한 체력인데,
남들 몬스터 잡아주느라 내 체력을 다 빼버리면,
GAME OVER가 되는 시점은 당연히 빨리 올 수밖에 없겠죠?
회피의 기준 2.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
내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비통제영역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주식입니다.
세계 정세, 경제의 미시, 거시적 요인들은 하나의 개인이 당최 어찌할 수 없는 변수들이죠.
물론, 주식이 잘 나갈 때는 날아갈 것 같겠지만,
주식이 잘 안 될 때, 주가에 매몰돼 차트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내 정신건강이 박살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따라서,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은
애당초 주식이나 코인 등에 진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미 발을 들이게 되었다면 시장이 안 좋을 때 차트를 보며 노심초사하는 것보다는
신경을 끄고 한 발 물러나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대처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통제요인에 발목 잡혀 허우적대는 것만큼이나 인생을 낭비하고 소모시키는 일은 또 없을 겁니다.
※ 전업투자자들의 경우,
시장이 안 좋을 때 주의분산을 가능케 할 생업이란 게 딱히 존재하지 않으므로,
차트에 매몰돼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업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시장이 안 좋을 때 주식과 거리두기를 할만한 세컨드 옵션을 반드시 마련해 놓아야만 한다.
회피의 기준 3. 직면이 곧 저항과 싸움을 의미할 때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초식동물이라면,
나르시시스트 등의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그야말로 육식동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초식과 육식을 가르는 차이는 감정 인식에 대한 차별성으로,
초식동물들은 공포심이나 죄책감, 불안감 등도 잘 느끼고 남들의 위험에도 공감을 잘하는 반면,
육식동물들은 상대적으로 공포, 죄책감 등에 무감각하고 공감능력도 굉장히 떨어지는 측면이 있죠.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말과는 다르게,
미친X들은 사실 더러운 것보다는 무서워서라도 더 피해야 하는 것이 맞아요.
이들은, 한 번 잘못 엮이면 온갖 추악하고 비겁한 술수들로
상대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정치적 개싸움의 달인들이기 때문에,
직면해서 이길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설사 이긴다한들 내 쪽에서 어마어마한 희생과 에너지 소모가 필연적이므로,
그냥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회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무조건 이롭습니다.
이 시대의 호환, 마마에 해당하는 것들과 굳이 머리채 뜯겨가며 싸울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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