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정리하며 블로그에 넋두리 했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차를 정리했다....................................................................................
벤츠 91년식 W126 300SEL 모델로 2009년 10월 18만 정도 뛴 모델을 구입했다.
사실 W140 S320 후기형 모델을 구입하려 했었으나 W140 S320을 타셨던 지인분의 추천으로 구입하게 된 차량이었다.
가장 벤츠다운 벤츠로 손꼽히는 300SEL 모델은 국내엔 김정일 혹은 김일성 벤츠로 알려져 있고 여전히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의전용 차량으로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곤 한다.
3년간 믿음직스런 운송수단으로 멋진 장식품으로 내 장난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이 녀석은 롱휠베이스 모델로 숏 바디에 비해 대략 15cm 더 길고 총 길이 5미터, 휠베이스가 3미터가 넘는 대형 차량이다.
아직도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막을 거침없이 누비며 현역에서 맹렬히 활동중인 구형 벤츠의 내구성을 몸소 입증하는 다양한 차량이 있지만, 오랜시간 차를 만들어 오며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 그들의 금속가공 기술, 차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가치관이 집약된 모델로서 벤츠에서 100만Km 무보링이란 표현은 이 모델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 다섯명을 태우고 1년간 10만Km씩 10년 동안 총 100만Km를 주행해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는 차를 표방했던 차량이고 실제 내구성도 대단한 차량이다.
기계적 완성도의 정점에 올라있는 차량으로 일체의 전자장치의 개입을 배제하고 순전히 기계적인 작동으로만 최상의 승차감과 최고의 엔진 효율을 구현한 차량으로서 KE-J 타입의 직렬 6기통 M103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단단한 차대에서 오는 주행안정감, 후륜구동 특유의 코너링, 물침대를 탄 듯한 안락한 승차감이 일품이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야자수 시트와 향기 그리고 벤츠의 특수가죽, 장미나무로 만들어진 우드그레인과 정갈하고 고급스런 실내, 시간이 흐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디자인은 차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선 느낄 수 없다.
처음 접했을 땐 "아.. 생각보다 구형이구나.." 다음엔 "어!! 묘한 맛이 있네" 그리고 "오호.. 요놈봐라.."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도어에 키를 꼽고 돌리면 진공펌프에 의해 순차적으로 모든 도어가 열리고 문을 열고 벤츠의 특수소재로 되어 있는 시트에 몸을 기대면 안락한 시트가 몸을 감싸고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단정하고 정갈한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쳐지고 시트를 구성하고 있는 천연 야자수의 향기가 코 끝에서 맴돈다. 엔진을 작동시키면 계기판의 바늘들이 작동하고, KE-J 특유의 엔진음이 들려온다. 잠깐의 예열을 거치고 차를 출발시킨다. 미끄러듯 스스륵 주차장을 벗어나 검은 아스팔트에 차를 올렸고 잠시 동안의 워밍업을 거쳐 악셀을 힘차게 밟는다. 묵직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민첩함을 뽑내며 도로를 꽉 움켜쥐고 달린다. 단단한 바위를 타고 구름위를 날아가는 듯한 오묘한 승차감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교만함을 표현 하는 것이다. 특유의 승차감 덕분에 운전하는 내내 입가엔 알 수 없는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크고 넓은 시원한 윈드쉴드 너머 쭉 뻗은 본넷 끝으로 우뚝 솟아있는 삼각별은 운전하는 내내 지금 내가 최고의 차를 타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차를 타고 고속주행을 하다보면 단단한 차대에서 오는 주행 안정감과 함께 물침대에 앉은 듯한 부드러운 승차감에 압도되고 놀라운 정숙성에 놀란다. 주행을 마치고 차를 주차하고 수직으로 열리는 본넷을 열면 자가정비를 하는 오너와 엔지니어를 배려하는 우수한 정비성을 나타내는 직관적인 엔진룸의 레이아웃에 다시한번 감탄을 하게된다.
91년식 W126 300SEL, 애칭 벤돌이, 이 녀석과 함께 하는 시간 동안 항상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차령이 있는 탓에 가끔은 속썩일 때도 있었고, 수입차 그것도 연식이 있는 수입차를 다루는 곳이 지방엔 없었고, 더구나 이 차에 적용된 KE-J 방식은 국내에서 적용되지 않아 차의 매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 꾸준한 관리를 요하는 KE-J 엔진의 특성상 차에 소비 되는 시간도 많았고, 가끔은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정비업체와의 마찰도 있었다. 하지만 4년의 시간동안 참 즐겁고 재미있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고, 이 차로 인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지만 차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앞으로 내가 접할 차들에 대한 방향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당장엔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지금 타고 있는 벤츠 95년식 W202 C200과 현대 12년식 베라크루즈 300VX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게 목표다. 시기는 정확히 정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다시 W126 300SEL를 경험하던지 처음 생각대로 경제성이 우수한 W140 S320L 후기형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대의 명차 W140 S600L을 욕심내보고 싶다.
사람들은 왜 오래된 똥차 타면서 돈이며 시간이며 낭비하냐고 그냥 편하고 좋은 국산차 타라고 한다. 관점의 차이다. 차는 보는 것이 아니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는 것이다. 나에게 그러한 말을 하려면 관리가 잘 된 구형 모델을 최소한 1년이상 경험해보고 와라. 난 90년대의 벤츠를 또 그들의 철학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다양한 이유에서 그 당시엔 내가 누릴 수 없었던 것들을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차를 타면 탈 수록 그리고 알면 알 수록 그들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고 차는 이래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그들은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왔다. 달리고 서는데 충실하고 운전자는 차를 믿고 차는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는데 충실하다. 쓸데없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다는 말이다. 내가 베라크루즈를 타며 느꼈던 것은 요즘 차 다운 동력성능과 편안함 그리고 다양한 부가기능 좋고 편하다는 것이다. 베라크루즈 뿐만 아니라 내가 접했던 신형 국산차 모두가 편하다. 하지만 차가 편하고 운전하기 편하다는 것이 아니다. 부가기능이 편하다는 것이고 이러한 것들은 당시의 벤츠에서는 없어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전기, 전자적인 부분으로 구형모델은 요즘의 신형 차량에서 느낄 수 없는 기계의 투박함과 신뢰성이 있고, 탄탄한 차대와 단단한 차체, 안정적인 조향능력과 제동능력, 뛰어나진 않지만 빼어난 동력성능 난 그것이 좋을 뿐이다. 당시의 차들도 ABS, SRS 에어백 다 장착되어 있고, 에어컨 히터 걱정없이 작동한다. 효율적인 파워트레인 덕분에 연비도 우수하다. 이렇게 좋은 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따져보아도 신차를 구입하는 비용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이며 그 만족감을 따진다면 그것은 애초에 비교가 불가능하다. 차는 이미 90년대 독일의 기계식 차량에서 완성되었고 이제는 친환경적인 차를 지향하고, 탑승자를 조금 더 배려한 구성과 공간, 거기에 전자적인 편의사항과 기계적인 한계를 벗어나 전자적인 도움을 받는 것 뿐이지 새로운 차는 아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차는 목적지까지 가는 운송수단이다. 단지 얼마나 안전하고 편안하며 그리고 재미있게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나에게 그러한 만족감을 추는 차가 가장 좋은 차이다.
내가 구형 모델들을 타는 것을 보고 몇몇은 겁없이 덤벼들곤 한다. 난 말리지 않는다. 그리고 조심스레 추천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분명하게 말해준다. 차를 진정 좋아하지 않으면 곧 질리게 되고 후회하는 순간이 올거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겁없이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이들을 여럿 보았다. 다들 돈이 있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애정이 있어야 한다. 당신 같으면 애정 없는 차에 돈을 쓰겠는가?
다시말하지만 오래된 차를 타는 것은 그리 낭만적인 일은 아니다.
잘가라 벤돌이...
첫댓글 맞습니다. 올드카는 아무나 갖을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렇죠.. 싼맛에 국산 중고차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덥석 물고 시작하기엔 감내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죠.
정말 차를 아낄 수 있는 사람이 올드카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막 타다 버려지면 아까울 차들이 너무 많아요..
보낼때의 아쉬움, 현실과의 타협, 아,, 에전에 저의 첫 올드카 생활을 시작하게 했던 1991년식 마지막 us 버젼560sel이 생각나네요, 하늘색 바디에 그 웅장함을 아직도 못 잊습니다.. 경제적이유로 제손을 떠나게 된 멋진 차였습니다...
지금은 202에 매진하고 훗날 다른 올드카를 시작할 땐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해보려구요. 말그대로 올드카를 취미로 즐기면서 여유를 찾는거죠..^^
지금은 이것 저것 신경쓰고 노력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네요.
지금 제차를 더 아껴야 할것 같습니다 ^^
네. 같이 노력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