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와 갈라의 사랑
달리가 평생을 사랑하고 존중한 갈라의 본명은 ‘엘레나 드리트미예브 디아코나바’로 슬라브계 여인이었다. 달리가 갈라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달리의 절친한 친구이던 시인 폴 엘뤼아르의 아내였고 그들 사이에는 딸아이가 있었다. 허지만 달리에게는 그러한 일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929년 달리는 폴 엘뤼아르를 포함한 영화감독 루이스 부누엘, 르네 마그리트 부부 등을 스페인 카탈로냐 북부 항구도시인 카타케스에 초대한다. 2년 전 빠리에서 만났던 친구의 아내를 잊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광란적 사랑의 고백으로 갈라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국 빠리로 돌아 간 이들은 사랑의 도피를 시작으로 평생 변치 않는 헌신을 지속해 가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달리는 자신의 아버지와 의절하게 된다. 그 충격으로 삭발을 하고, 먹다 남은 성게 껍질과 함께 잘린 머리카락을 흙 속에 묻는다. 그를 낳고 기른 아버지와 그의 가족 모두를 영원히 매장해버린 달리는 그 대가로 숙명적인 사랑 갈라를 얻게 된 것이다(부자 관계는 1948년 이후에나 겨우 회복된다).
아내와 친구 달리의 불륜을 눈치 챈 폴 엘뤼아르는 아내를 순순히 떠나보내고 만다.
달리의 수많은 작품 속에는 갈라가 등장하고, 모든 여성의 모습은 갈라로써 그려진다. 심지어 그가 그린 성모 마리아의 모습까지도 갈라의 형상으로 대치된다. 정신적인 압박감에서 고통받던 그를 구원한 성모 마리아가 바로 갈라이기 때문에, 그녀는 성모 마리아로 또 다른 형상으로 달리의 그림 속 여인으로 영원히 남게 된다. 광기 어린 시선, 자기중심적이고 불같은 성격의 달리는 갈라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충동을 절제하지 않았던 지난 시절의 방황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갈라의 성적인 방종(달리는 성적인 불구자였기에 부인 갈라가 정부들과 바람 피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물질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야 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갈라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격정적이었다. 1982년 갈라는 달리와의 영원한 이별을 갖는다. 어린 시절부터 잔인할 정도로 탐미적이고 자신의 감각에만 충실했던 달리는 갈라의 죽음 앞에 무너진다. 그리고는 달리와 함께 지냈던 곳에서 칩거하다가 1989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갈라가 죽은 다음해 그의 마지막 그림을 완성한 달리는 그 후로 단 한 작품도 그려내지 않았다. 창작으로의 열정이 모두 꺾여버린 듯 달리는 힘을 잃어버리고 갈라의 곁으로 조용히 떠난 것이다.
한 남자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주고, 그를 최고의 화가로 이끈 갈라, 그리고 그녀를 영원히 사랑했던 달리.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갈라는 지극한 애정으로 나를 감싸 노예의 무리들과 아이러니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있다. 갈라는 나의 인생에 있어 회의주의적인 모든 흔적을 제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