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군 군북면 하림리(나골)에 있는 방어산 마애불이다. 801년이라는 절대연대가 있어서 불상의 편년연구에 기준이 되는 중요유적이다. 이 사진으로는 마애불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마애불을 잘 볼 수 있는 사진을 보자.
위의 사진은 최고 전문가가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이 없다면 방어산 마애불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사진을 제대로 보려면 컴퓨터 화면으로 봐야 한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 마치 엑스레이 사진 처럼 세밀한 선까지 다 볼 수 있다. 이 마애불은 대단히 잘 된 작품이다. 이 흑백사진을 누가 언제 찍었는지는 소개돼 있지 않다. 아마 일제시대 때 나온 책에 실린 사진을 옮겨 놓은 게 아닌가 한다.
(전체 마애불 조각은 잘 안 보이지만, 그 중 이 사진을 보면, 이 조각이 얼마나 잘 된 작품인지 알 수 있다.)
위의 사진 제목은 월광보살의 천년의 미소이다.
약 30년 전에 내가 이 마애불을 보려 간 적이 있다. 그 때는 이렇게 또렷이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니, 원래 조각도 잘 되었고, 사진도 잘 찍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죄송하지만 몰래 퍼왔다. 위의 2장의 칼라사진은 <동인우리문화답사회> 카페에서 퍼온 것임을 밝힌다. 실제로 여러 번 가서 실물을 봐도 이렇게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사진을 찍으려면 우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심미안이 있어야 하고, 계절과 촬영시간, 날씨, 촬영자의 실력 등이 딱 맞아야 한다. 이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모르지만 대단히 잘 찍었다. 좋은 사진을 찍어서 이 불상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해준 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 다 사진을 많이 찍는데, 잘 찍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다들 좋은 사진이 어떤 것인지 공부를 좀 할 필요가 있다.
한국불상 조각 중 8, 9세기 조각이 가장 뛰어납니다. 이 조각은 801년, 한국불교 조각의 절정기 때 조성된 것입니다. 이 마애불 조각의 우수성은 월광보살 상호(얼굴)에 유감 없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위의 월광보살 상호를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미인의 얼굴에 마음이 편안하게 잘 쉬어진 모습이지요? 얼굴에 그윽한 미소를 띤 편안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편안하게 잘 쉬어진 얼굴을 그림에 그려 넣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것도 더덕더덕 깨어지고,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 분위기 있는 얼굴을 그려 넣는 것은 대단한 실력자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이 마애불의 특징 중 하나는 아주 거친 암벽면(巖壁面)을 전혀 가공하지 않고, 자연상태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가는 선으로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 그 그림에 영혼을 불어넣어, 감정, 표정, 마음까지 다 그려 넣었다는 사실이다. 중앙에 앉아있는 부처님과 화면 오른 쪽에 있는 보살은 선정(禪定)에 들어, 의식이 자신 내면 깊숙히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면의 왼 쪽 보살은 얼굴에 그윽한 미소를 띠며, 법열(法悅)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고 악조건의 암벽면 위에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 등장인물의 마음까지 그려 넣는 것은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신라인의 마애불을 새기는 실력은 세계 최고라고 할 만 하다. 조각내용의 기발성은 인도가 최고라고 본다. 하지만 바위에 마애불을 새기는 실력은 신라인이 최고가 아닐까 한다. 신라의 마애불에는 생명이 불어 넣어져 있고, 따뜻한 혈액이 흐른다.
이 마애불의 중심 인물은 약사여래다. 약사여래는 약함(藥函, 약이 담긴 그릇)을 한 손에 들고 있는데, 이 불상도 왼손에 약함을 들고 있다. 경전에서는 약사여래를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늘려주며, 재난을 없애주는 부처라는 뜻으로 대의왕불(大醫王佛, 최고의 의사 부처)이라고도 부른다. 약사여래는 중생들을 모든 병고(病苦)에서 구해주고, 온갖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며, 무명(無明)의 고질까지 치유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해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줄곧 "약사여래불"을 많이 부르면 좋다. 이 마애불은 방어산(防禦山) 아래에 사는 사람들의 수복강녕(壽장수 福복, 康편안함, 건강, 寧편안함, 행복)을 빌기 위해 누군가 보시하여, 조성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세상에 와서 천 년, 이천 년 갈 수 있는 이런 작품, 이런 부처님을 하나 남기고 가는 것이 얼마나 큰 공덕이겠습니까? 술, 담배로 날리는 돈이면, 정말 신심이 있다면, 이런 대단한 불사(佛事)를 하고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의 안녕을 빌면서 이런 훌륭한 작품을 하나 남기고 가려고 노력해보시면 여러분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겠지요?
돈, 쾌락, 소유, 욕망만 탐닉하면 개인, 집안, 사회, 국가가 더려워지고, 결국 망하게 됩니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없으면 안 됩니다. 돈은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돈 이외에 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변의 어려운 중생들이 다 잘 되기를 빌어주는 마음입니다. 불교경전에 心淸淨(심청정) 國土淸淨(국토청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청정해지면, 온 국토가 청정해진다는 말입니다. 욕망으로 더러워진 자신의 마음을 맑히면서 더 건강한 가정,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통도사 사문 관정(觀頂) 합장
* 이 글은 다음카페 <함안조가 감찰공파 하림유사(遺事)>에 실린 글입니다. 이 글을 함안조가 일가들 및 관계자들에게 카톡으로 많이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성래(1959년 하림태생) 올림
첫댓글 마애불의 미소에
눈이 청정해 집니다!
하림은 제, 관정이 태어난 마을입니다. 저는 하림 본동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살았고, 그 옆 골짜기가 나골인데, 그곳도 역시 하림리입니다. 약 15여년 전에 나골에는 이 마애불을 근거로 해서 마애사라는 큰 절을 지었습니다. 그 절을 지은 사람은 부산 사람인데, 어떤 인연으로 절을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