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속, 안동에서 울다
당신은 여수에서 죽은 사내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는가. 새파란 분말의 쥐약을
삼키고 개처럼 죽어간 ― 40년을 개처럼 살았던
삶이다 ― 세일즈맨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는가? ― 모른다면, 당신은 신문을 읽지
않는 얼마 되지 않는 정의로운 시민 가운데
한 사람일 것이다 ―
신문 사회란에 실린 사내의 약간 심약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아, 하고서 ― 왜냐하면
그 역시 당신과 똑같이, 흰 수건을 가슴에
달고 다닌 코흘리개 국민학생이었고, 중학생,
고등학생이었으니 말이다. 또 꿈 많은
대학노트를 옆에 끼고 ― 가끔은 노트 대신
새침한 여학생의 팔짱을 끼고 ― 4년 간의 대학
생활을 했고, 풀기 먹은 육군 병장으로 제대를 했다.
그 사이, 당신은 그 옆자리에 앉았던 동료였거나,
같은 학교를 다닌 동문이었거나, 한 축구팀의
선수였을지도 모른다.
여수에서 죽어 버린 사내 ― 왜 한 많은 사내들은
여수에 가서 죽는 것일까? ― 그 사내의
약간 우수에 잠긴 긴 얼굴을 보고 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를 기억해낼 것인가 ― 전국의
모든 유곽에서, 일제히! ― 그는 살아 생전 자신의
신세를 혀로 핥고, 주무르고, 사정해대었으니
그리고 알 만한 창부들은 다 알 것이다.
그가 얼마나 다정다감했던 줄을 ― 비록 향수값을
거웃한 그곳에 더 얹어주진 못했어도 ―
파란 쥐약을 먹고 여관방 쓰레기통을
안은 채 새우처럼 등이 굽어 버린 사내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는가. 커다란 첩보원 가방에
월부책 카다로그를 가득 넣고, 전국을 개처럼 돌아다닌
그의 말없는 가죽구두에 대하여 ― 그의 가죽구두는
네 짝 ― 그 외롭고 큰 네 발에 대하여 당신은
들은 적이 있는가? 가족을 지척에 두고 간이역과
간이역을 내쳐 뛸 때, 그는 깨달았다. 날이 갈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하여 그는 끝장냈다. 더는 울지 않고 ― 언젠가 초라한
여관의 꿉꿉한 이불 위에서 그는 울먹인 적이 있다.
끝? 끝? 이라고 ― 스스로의 목구멍을 막았다. 견디지
못하여! ―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그의
생을 우리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그 때문에,
우리가 목격하는 자살은 언제나 타인의 몫이 된다.
결국, 그것이, 그렇다 ―
해 버리면, 그것으로 일이 끝난다면
얼른 해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mama I love you..
오늘도 死神을 못 보고 잔다. 아마도 죽음은
꿈이 없는 잠. 여보, 용서하구료. 회한 속에 몸부림
쳤고 매일매일 더 잘해보자고 자신을 격려
했었소. 박과장, 더러운 새끼! 휴식과 알콜에
넘친 어둠. 숙아 아빠가 불쌍하지? 전화 52,
2158...... ― 그의 검은 수첩 여기저기에 적힌 말들 ―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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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햄버거에 대한 명상 중 <세일즈맨의 죽음>
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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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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