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목구어(緣木求魚)
인연 연(緣), 나무 목(木), 연목이라함은 ‘나무를 인연으로 하여’라는 뜻이고, 구할 구(求), 고기 어(魚), 구어라함은 ‘고기를 구하다’ 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연목구어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인연 연(緣)자와 푸를 록(綠)자는 글자모양이 비슷하므로 유의해야한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바다에 가거나, 강에 가서 잡아야 한다, 엉뚱하게 산에 가서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할 때 이를 “연목구어”라고 한다.
연목구어와 비슷한 말로 승산채주(升山採珠)라는 말도 있다.
‘산에 올라가 진주를 캐려고 하는 것’과 같은 불가능 한 일을 비유한 것이다.
삼국지(三國誌)에 전수작빙(煎水作氷)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을 끓여 얼음을 만든다’고 하는 말인데 이 사자성어도 전혀 가당치도 않는 일을 할 때 쓰는 말이다.
순자(苟子)는 권학편(勸學篇)에서 불가능한 일을 이지측하(以指測河)라는 말로 비유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강물의 깊이를 헤아리려 하는 것’ 과 같다는 말이다.
창으로 곡식(기장)을 찧는 것을 이과용서(以戈舂黍)라고 하는데, 이도 역시 목적을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비유이다. 창 과(戈)는 그렇다 치드라도, 찧을 용(舂)과 기장 서(黍) 자는 어려운 글자에 속한다.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시골의 노인이 입으로 불어 전깃불을 끄려고 함과 같이 전혀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할 때 연목구어라고 한다.
이러한 연목구어라는 말은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힘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패도(覇道)이고, 덕으로써 인(仁)을 행하는 사람은 왕도(王道)이다. 힘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킬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복종시켜야 한다.”
하루는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물었다.
“덕이 어떠해야 왕노릇을 할 수 있나요?”
“백성을 편안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 왕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나도 백성을 편안히 살게 해 줄 수 있나요?”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 않는 것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다릅니까?”
“태산을 옆에 끼고서 북해를 뛰어 넘는 일을 사람들이 누구나 ⌜나는 못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진실로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웃어른을 위하여 몸을 굽혀 절하는 일을 사람들이 ⌜나는 못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왕께서 왕노릇을 못하는 것은 태산을 옆에 끼고 북해를 뛰어 넘는 것에 비유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몸을 굽혀 절하는 것에 비유되는 것입니다. 할려면 능히 할 수 있습니다.”
맹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왕께서 영토를 크게 확장하여 여러 나라들을 굴복시키고, 중원에 군림하여 사방의 오랑캐들을 거느리려고 하는 것은 전쟁의 방법으로 큰 욕망을 달성하려 하시는 일로서, 이는 마치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緣木求魚)과 같습니다.”
“그것이 그토록 터무니 없는 일입니까?”
“아마 그 보다도 더 터무니 없을 것입니다.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은 비록 물고기를 잡지 못할지라도 후환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력으로 대망을 달성하고자하면 백성을 잃고 국가재난만이 올 뿐입니다”
이상의 대화는 덕으로써 나라를 경영할 것이지, 힘으로써 다스려서는 않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른바 맹자의 왕도정치(王道政治)의 핵심을 갈파한 것이다.
힘으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새겨들으라고 2,400년 전에 맹자께서 말씀하신 것 같다. 철부지 김정은이에게는 맹자의 말씀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푸틴에게도 맹자의 말씀이 들리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릇 되지도 않을 일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명하다. 공부는 하지 아니하면서 합격을 바란다는 것은 노력없이 성공을 바라는 것과 같다.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대접을 받으려고 하거나, 베풀지 않는 인색한 사람이 남의 은혜를 입으려고 하는 것도 연목구어나 마찬가지의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수영도 할 줄 모르는 사람보고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획득해 오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격형성이 도무지 되지 않은 사람은 설령 지식이 많다하더라도 그 지식을 올바로 쓰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이다. 변명과 위선으로 일관하고 거짓말을 능사로 하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이나 이렇다 할 경륜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요직에 등용해서 일을 잘해 보라고 하는 것도 연목구어 같은 허망한 일일 것이다. 낙하산 인사에 이런 경우가 많다. 입만 열었다하면 거짓말이고,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정치인에게 애국애족을 바라는 것도 연목구어일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주위환경과 인물 됨됨이를 냉철하게 판단하여 등용할 만한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다. 결코 연목구어와 같은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지는 않는다. (202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