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라켓 두자루와 배드민턴 전용화 두켤례를
새로 산 배드민턴 전용 가방에다 이쁘게 챙겨 넣고.....
하얀색 티에 검정색 반바지, 손목엔 아대까지
첫날이라 딴에는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었던거지요.
아 그러나 엘리베이터 거울속에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있었습니다
절망적이게도 피둥피둥 살찐 돼지 한마리가
오통통한 너구리의 손을 잡고 있었던거지요.
체육관에 도착하고보니....
너도 나도 이 신입인 부부회원을 반겨주리라
생각했던 기대는 무참하게 일그러지고 말았는데....
아는 척 하거나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한쪽 구석에 가만히 찌그러져 있으려니 은근히 부화도 나고
오기 싫은 걸 나 하나만 믿고
억지로 따라온 집사람 보기도 미안스럽고 해서
말 걸만한 사람이 없나 하고 이리 저리 둘러보니
체육관 구석 자리에
우리랑 비슷하게 어리버리한 행동으로 눈치를 살피는 부부가 눈에 띄이더군요.
순간 동질감이 확 느껴졌습니다.
먼저 다가가 저어....오늘 처음 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니까
그쪽의 어리버리한 부부중 남편이라는 사람이
손을 내미는데.....표정은 그다지 반가운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인사 말미에 이곳은 레슨 코트여서
레슨 신청자가 대기하면서 몸을 푸는 곳이니
딴데 가서 알아보라는 늬앙스를 풍겼습니다.
아마 몇달 먼저 왔다고 고참 행세를 하려는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깜짝 놀랐습니다.
레슨!!!
아니...배드민턴 치는데 무슨 레슨씩이나???
하기사 뭐 라켓을 생전 처음 잡아보면 배울 수도 있겠네
우리야 뭐 한 6개월이상 공원에서 단련했으니까.....
중급 실력 이상이야 되지않겠어. 하는 생각으로
나중에 어리버리 남편에게 나의 막강한 실력을 보여줘
콧대를 팍 꺽어주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클럽의 총무라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어제 가입하신 분이시죠?
어디 다른 클럽에서 배드민턴 치신적 있으십니까?
라켓은요?
네에!
공원에서 6개월이상 쳤는데요(속으로는.... 나를 초짜로 보면 큰코다치지!!!)
피식!!!(총무의 웃는 소립니다.)
네에...초보시군요!!!!
(어허! 이 친구 봐라 아직 내가 치는 걸 보지도 않고서는 건방지게 초보라니)
그리곤 이친구 내가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장만한 라켓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손바닥으로 툭 툭 쳐보더니
배드민턴 계속 하실 맘이 있으면 라켓부터 바꾸세요한다.....
네???? (이거 비싼건데...하나씩 파는건데)
그리고 레슨도 받으시고......
아...네 뭐 레슨까지는......사실 저희 부부는 배드민턴을 좀 쳤거든요. 6개월 이상이요.
이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 배를 잡고 넘어지는데
뭐가 그렇게 우스운가???? 나중에 후회할려고.....
총무가 저를 데리고 코트에 섰습니다.
그리곤 자기랑 난타를 몇번 쳐보자는 겁니다. 난타!!!!를
저 난타란 말 그대로 어렵게 난잡스럽게 쳐야하는 건줄만 알았습니다.
꼴 같잖게 이리저리 볼을 보냈더니....웃으면서 그렇게 치지말고 똑 바로 주고받는 거라고
알려줍니다. (쪽팔리더군요. 저 혼자라면 보따리 쌌습니다)
아무리 힘껏 쳐도 콕이 날아가질 않는 겁니다.
그 친구는 힘없이 톡 쳐서도 제 머리 꼭대기를
훌쩍 넘겨버리는데...저는 죽어라 치는데도
그 친구가 몇발짝이나 달려와서 받아야만 될 정도로
도무지 앞으로 나가질 않는겁니다.
라켓을 들고 머리위에서 이렇게 돌려서 한번 맞춰보세요 합니다.
돌리면 돌릴수록 맞질 않았습니다. 거의 다 헛빵입니다
셔틀콕은 내 머리통 위에 그냥 떨어지기도 하고
어깨위에도 떨어집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솔려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이럴 정도니 집사람은 더 큰일입니다....이러다 혹시 넘어져 개망신이라도 당하면
몇십만원 그냥 썩이게 되는 겁니다.
두분은 한 일년정도 레슨을 받으셔야 겠습니다!!..........
네에..(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라켓도 빨리 바꾸시고....아...네..(얘가 혹시 라켓 장사하는 넘 아녀??)
집에 돌아와서 집사람과 상의하기를...우리 다시 공원으로 돌아갈까?
아니지!!
이왕 시작했으니....비용이 좀 들더라도 레슨을 받아보자.
그러니까..한달 회비에다가 레슨비에다가....우와
아니 배드민턴 치는데 뭔 놈의 돈이 이렇게 많이드는거야..그래
첫댓글 초보분들 열심히 운동하세요. 퍼온글인데 오해마세요
도대체 그 부부란 분들은 누구에요??무지 궁금^^;
공감공감...
다른 사람들이 오해 안하도록 내용밑에다 먼저 퍼온 글이라고 크게 적어 놓으시지요... 듣는 총무와 어리버리부부,에나는 기분이 묘하네요... 1-6번까지의 글에 모든 회원들이 해당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군요... 조금 더 생각하고 적어 놓으시지...
초보시절에는 누구나공감하는부분인것같습니다. 재미있는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