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비정규 노동자 미지급임금 지급 등의 사상최대의 집단소송을 벌인다. 노조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법원에 관련 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노조가 제기한 소송의 피고는 (주)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정몽구, 양승석, 강호돈 등이며 원고는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1천 9백 4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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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4일 고재환 변호사 등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차액 청구소송'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김상민 |
노조가 제기하는 이번 소송은 △2007년 7월 1일 이전에 현대차가 2년 이상 사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차액 청구소송 △2007년 7월 1일 이후에 현대차의 2년 이상 사용요건이 충족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의무이행 및 임금 등 차액청구소송 △2년 이상 사용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7년 7월 1일 이후부터 차별받은 임금 내지 손해배상으로써 임금차액 상당액을 구하는 소송 등 크게 3가지로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 소송 내용을 살펴보면, 노조는 2007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에 대한 현대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다. 2006년 개정 전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3항은 근로자 파견이 2년을 초과해 계속될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근로관계가 성립한다는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1일 이전에 입사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입사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현대차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것.
또한 노조는 이들이 직접고용이 간주된 이후 부터 같은 생산 업무를 하는 현대차 정규직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동일하게 적용받아 임금 및 근로조건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노조는 이번 소송에서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가 입사 2년이 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지급받지 못한 차액 임금을 청구한다.
노조는 2007년 7월 1일 이후 입사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의무 이행과 차액 임금 청구 소송도 제기한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법(아래 파견법)은 파견 기간이 2년을 초과한 경우 사용사업주가 고용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입사 2년 이후 계속 근무한 비정규직의 경우 묵시적으로 근로계약체결 의사표시를 한 것이며 현대차가 고용의무를 이행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의무 대상자는 입사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지급받지 못한 차액 임금과, 2007년 7월 1일부터 2년 동안의 정규직과 차별적으로 적용된 임금 차액을 청구한다. 현행 파견법 제21조에 의하면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업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차별적으로 처우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했음에도 차별적으로 임금을 지급한 것은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현대차 안에서 일하는 같은 근속년수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월급 차이는 대략 1백만 원 정도다. 이에 노조는 현대차에게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차액임금 지급을 요구한다.
현재까지 근무 기간이 2년 미만인 비정규직 노동자 또한 이번 소송에서 위 조항에 따라 2007년 7월 1일 이후 차별 적용된 임금 차액과 손해배상 금액을 청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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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유기 노조 위원장과 소송 대리 변호사들이 현대차에 대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인정과 그에 따른 미지급 임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김상민 |
노조는 “이번 집단소송을 통해 실제 사용주인 현대차가 계약서 명칭이 ‘도급계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책임을 면하는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로 잡을 것”이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잃어버린 권리를 통째로 되찾겠다”고 소송의 의미를 밝혔다.
박유기 노조 위원장은 소장 제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 판결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불법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지금까지 착복해 온 임금을 지급해야함에도 현대차는 오히려 대화조차 나오지 않고 비정규직 탄압만을 하고 있어 집단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는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꾸고 조속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