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일 전야 세미나
지난 여름 섬진강의 추억을 되새기며 저녁 식사 장소에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어둠이 내리면서 내일 일정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저녁 식사는 불고기 전골 대통밥이었는데 이 대나무는 멀리 전라도 담양에서 온 것이라고 하였다. 한양대 계명찬 교수는 낮에 동해에 도착하여 바다낚시를 하려 하였으나 파도가 높아 참가자들에게 싱싱한 회를 제공하려는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아쉬워하였다. 이 높은 파도가 다음날 아침 식사를 어렵게 할 줄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저녁 식사 후 숙소인 수자원공사 달방연수원에 도착하였다. 세미나실과 숙소는 기대 이상으로 깨끗하고 훌륭하였는데, 참가 대학생원들은 모두 수자원공사을 매우 부러워 하였다. 우리 답사회 정도의 소규모 모임에 적합한 시설을 제공한 수자원공사 신재기 박사와 참가한 김호준 박사 및 김준호 연구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계획보다 늦게 시작한 세미나에서 먼저 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섭 박사가 인간 활동과 관련된 하천의 변화와 미래에 대하여 강연을 하였다. 강연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하천이 인간에게 희생하며 봉사하였다면 앞으로는 인간이 하천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댐 건설에 대한 논의는 다음날 답사할 동강에서 계획되었던 댐 건설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다음으로 동부 김성환 상무의 강연에서는 하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던져 주었다. 하천의 형성 원리, 홍수를 활용한 하천관리 및 하천 접근의 대한 틀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였다. 특히 하천사업을 정치적 사안으로 검토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여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강연 후 휴식 시간에는 오랜만에 얼굴을 대한 한국플랑크톤생태연구소 이은주 박사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강릉에서 생선회와 매운탕을 싸들고 한걸음에 달려와 우리 모임에 함께 하였고 특히 앞으로 모임의 방향에 대하여도 조언을 하였다. 휴식 후 참가자 소개가 있었는데 지난 섬진강 답사보다 참가자수가 적었고 특히 토목 분야 학생의 참가가 저조한 것이 아쉬웠다.
이어진 하천답사회 발전 방향에 대하여 건설기술연구원 김원 박사가 발제를 하고 토론을 진행하였다. 김원 박사는 이 모임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하천학교로 발전시키는 것에 대하여 강한 의지를 표현하였다. 참석자는 각자 모임에 대한 성격과 명칭에 대하여 의견을 발표하였고 일단 명칭을 하천답사회로 하고 1년에 3-4회 답사회를 갖기로 하였으며, 모임의 틀을 세우기 위하여 김원 박사와 인하대 조강현 교수에게 공동으로 실무를 맡기기로 하였다.
세미나 이후 호연관의 너른 거실에서 참석자간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술잔을 기울이며 그 동안의 안부를 교환하였다. 거실 대형 TV에서는 가나와의 청소년 축구 대결이 중계되었으나 열심히 응원한 사람은 건설기술연구원 김한태 박사뿐이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건배를 나누기에 정신이 없었다. 이날도 학생들은 오랜 시간동안 술과의 승부를 건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에 숙취해소제가 나누어지고 몇몇 학생은 자동차에 쓰러져 잠에 취하여 있었다.
2) 10일 식생 조사 실습
아침 해장을 위하여 묵호의 곰치국집으로 달려갔으나, 이런... 곰치국을 참석자 모두에게 내놓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파도가 높아 배가 못 떠서 곰치를 잡지 못하였다고 한다. 보관이 어려운 곰치 대신에 동태국을 주문하고 방파제로 나가니 과연 파도가 높아서 도로까지 물보라가 일었다. 동해안에 와서 바다도 못 보고 가나 하였더니 아침 식사가 늦어지는 덕뿐에 파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아침식사는 고맙게도 진주산업대 김기흥 교수님이 대접하였다. 김 교수님은 이번에는 참석하지 못하였으나 지난 섬진강의 즐거운 추억을 전화로 말씀하셨다.
아침식사 후 백두대간의 백봉령을 넘어 영동지방에서 영서지방으로 차를 몰아 식생조사 실습지인 임계천에 도착하였다. 작은 규모인 임계천은 식생 조사 실습을 하기에 적합하였으나 물고기는 많지 않았다. 인하대에서 준비한 식생 조사표에 칸을 채워나가며 식물상, 식생단면 및 식생도 조사를 체험하였다. 특히 식물상에 대하여는 수자원공사 김호준 박사가 지도를 하였다. 하천을 답사하면서 각자 생물군을 정하여 보다 많은 경험을 쌓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실습 후 오던 길을 되돌려 점심 식당을 찾아 감자옹심이를 동동주와 함께 먹었다. 강원도의 대표 음식인 감자와 메밀이 들어간 국수가 특이하였으나 혹시 오후에 허기가 질까 걱정이 되었다.
3) 10일 동강 답사
지난 섬진강 답사에서는 시간과 비에 쫓겨 하천 답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으나 이번 동강에서는 하천을 따라서 충실한 답사를 실시하였다. 먼저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정선 아우라지에서 하천 답사를 시작하였다. 김원 박사로부터 아우라지에 대한 전설과 하천과 관련된 옛이야기를 들었다. ‘떼돈’ 벌었다는 말이 이곳에서 출발하는 목재 뗏목꾼이 벌어들인 돈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사실인지 궁금하였다. 우효섭 박사와 계명찬 교수는 낚시를 하였지만 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였다. 반면에 약간 위쪽에서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는 낚시대를 드리우기 바쁘게 물고기를 건져 올렸다.
이어 동강을 좌안으로 끼고 자동차를 달려 동강할미꽃서식지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동강은 그 본래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었다. 우효섭 박사로부터 동강댐 건설 계획에 대한 이야기와 하천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동강댐 저지의 상징이 된 동강할미꽃을 옆에 두고 하천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가진 우리 답사회의 방향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가졌다.
경관이 뛰어난 귤암교에서 호남대 이승휘 교수의 어류 채집 시범이 있었다. 이승휘 교수는 몸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우리 답사자를 위하여 손수 채집하고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이번에도 섬진강에서와 마찬가지로 투망 사용에 대한 신고가 들어가서 동강관리사무소에서 급하여 달려와 협조를 요청하였다. 멀리 다리 위에서 계명찬 교수가 열심히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제장마을의 하천 사행부를 산책하였다. 석회암 지대의 특이한 지형과 모래 사주가 이채롭고 막 시작된 단풍이 물과 더불어 절경을 이루었다. 참석자들은 물수제비를 뜨며 이번 동강 답사의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었다.
저녁 식사로는 영월 보리밥을 먹었다. 이번에도 예외없이 계명찬 교수는 한 마리 잡은 꺽지를 회로 떠서 내놓았다. 언제 꺽지를 잡았는지 과연 계 교수는 낚시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다음 모임에서는 모두 낚시를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미 섬진강에서 간디스토마에 버린 몸이라 생각하고 꺽지를 한줌 집어 먹었다. 늦게까지 진행된 답사 마치면서 인사를 나누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