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고, 약사의 정량지도 등 복약지도가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되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에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을 표명했다고 한다.
우선, 일반의약품이라고 하는 화학 물질이 결코 모든 면에서 온전하게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국내ㆍ외 사례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바임은 차치하더라도, 국민권익위원회가 말한 바대로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고 약사의 정량지도 등 복약지도가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란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약사법 제2조 9호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정의를 보자.
9. "일반의약품"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가. 오용·남용될 우려가 적고,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나. 질병 치료를 위하여 의사나 치과의사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다. 의약품의 제형(제형)과 약리작용 상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의약품 |
약사법 제2조 9호에 명시된 일반의약품의 정의에 의하면 국민권익위원회가 말한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일반의약품은 존재할 수 없다. 약사법에 따르면 일반의약품은 “부작용이 비교적 적어,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지“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그 태생이 법에 근거하는 조직임에도 법에 명시된 내용을 함부로 재단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만일 국민권익위원회가 현행 약사법을 무시하고 일부 일반의약품에 대해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말하려면 먼저 그 실증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스스로도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문제가 “고도의 약학적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또한 국민권익위원회는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 시민연대’의 입을 빌어 “휴일, 심야시간에 국민들이 약을 구입하는데 불편함이 있다”고 했는데 이 또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 11일,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여론을 끌어내기 위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조차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벼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1년에 한두 번 일반약을 구입”한다고 한다. 그 마저도 심야나 공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은 경우 52.8%는 “상비약을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또 약국의 접근성을 묻는 질문에는 89.4%가 “10분 거리”라고 응답했다.
해석하자면, 실제 우리 국민들은 1년에 고작 한두 번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약국에 방문하고 있으며, 그 경우 거의 대부분은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약국에서 제 때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극소수의 경우 심야나 공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아 불편함을 겪지만 그 경우에도 52.8%는 집에 있는 상비약으로 해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란 것이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임을 감안 하더라도,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여론을 이끌기 위해 치러진 여론조사에서조차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함인가?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 시민연대’나‘경실련’ 등의 단체들이 주장하는 국민 불편이 실제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우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 시민연대‘나 ’경실련‘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처럼 뜬구름 잡는 식의 여론조사 결과가 아닌, 우리의 주장을 명백히 뒷받침할 만한 실증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5월 초 전국의 시ㆍ군ㆍ구 보건소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우리 국민 50,515,666명 중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아서 불편하다고 보건당국에 호소한 경우가 단지 36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 역시 얼마든지 여론조사라는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마구잡이식 근거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이를 지양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유치한 행위를 하지 않는 지성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말해, 설령 극소수 국민의 불편이 뒤따른다손 그에 따라 국가적 정책이 좌우된다면 법은 왜 필요하며 사회적 규범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정부부처가 좋아하는 미국의 예를 들어, 갈수록 불안해지는 치안 해결의 보조수단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총기류를 소지하도록 하면 어떻겠는가? 일자리도 창출되고 GDP도 늘어나고 치안부재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수단도 생기고,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과연 그래야만 하는가?
넓은 땅덩어리에 응급 상황이 발생 시 경찰력이 즉각 보호해줄 상황이 못 돼 개인차원의 총기류 소지를 허가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동네마다 파출소 등 치안시스템이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어 굳이 개인이 총기류를 소지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미국이 넓은 땅덩어리 대비 약국 수가 적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책을 동네마다 촘촘히 약국이 자리한 우리나라에 대입하지 못해 안달하는 자들의 저의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진정 다수 국민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자 한다면, 일부 단체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동조하기 보다는 다수 국민들의 안위에 천착하고 스스로의 태생에 반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은 부디 거둬들이길 당부한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