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여, 구체적인 꿈을 꾸세요.
캐나다 뮤즈 한국 청소년 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Violinist, 수필가 박혜정
연휴를 맞이해서 ‘날씨도 화창한데 어디 갈 곳이 없을까?’ 하면서 신문을 뒤적거렸다. 일단 피곤하지 않게 갔다 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을 찾았더니 ‘시애틀’이 생각났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넥서스 카드도 새로 만들었는데 한 번 사용해 보자라는 생각도 들었고. ‘시애틀’ 하면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곳이지만 정작 신문에 나는 여행사 코스는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정한 곳이 ‘보잉사, 마이크로 소프트본사, 시애틀 다운타운’ 등이었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보잉사 투어를 하면서 ‘이런 세계적인 기업에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거를 더듬어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이민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 강사가 “우리 애는 지금 유엔에 근무 한다.” 는 말을 했었다. ‘한국에서는 열심히 해도 우수 기업에 들어가는 것 정도인데, 유엔이라니! 그만큼 외국에 가면 더 넓은 세계로 나가 우리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이민을 결정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나는 직업 상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를 하면서, 또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지도하면서 청소년들과 가까이 지내게 된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구체적인 꿈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 할 때가 다 되어서야 겨우 문과와 이과 정도만 정해서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가끔씩 아이들에게 “너의 꿈이 뭐니?” 하고 물으면 “잘 모른다.” 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만해도 전부 ‘대통령’이었다. 그땐 왜 그리도 대통령이 선망의 대상이었는지······.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니? 아니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니?” 라고 물어도 역시 “잘 모른다.” 라는 대답뿐이다. 그나마 이곳에서 사이언스(Science) 과로 가는 학생들은 거의 의,치대에 가고자 지원을 한다. 하지만 막상 졸업을 할 때는 한국 학생들이 몇 명이나 가는지는 모르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의, 치대에 진학한 아이들은 거의 한 두 명 정도 있을까 말까하다.
나의 경우 많은 시간을 청소년들과 지내다보니 아이들의 성향을 부모님보다, 본인 자신보다도 더 객관적으로 정확히 알 수 있다.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디자인을 전공하겠다는 아이들이 많다. 내 생각에 디자이너는 창의력이 우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창의력은 별로 없는 반면에 굉장히 꼼꼼한 성격을 가진 학생이 그런 대답을 하면 약간의 방향을 수정해서 제시해 본다.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면 몬스터들의 털이 부드럽게 움직이고, 또 영화를 보면 분장을 통해 등장인물의 성격도 만드는 것도 멋지지 않니? 그런 것을 전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라고.
또 아주 똑똑하고, 한국어도 완벽하게하고, 인성도 좋은 학생이 돈을 많이 벌려고 회사를 담당하는 회계사가 된다고 하기에 “너는 교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디가 콕콕 쑤신다.’ 라고 이야기를 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어가 유창한 의사가 없는데 네가 그 역할을 하면 좋겠다. 넌 하얀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낀 모습이 너무 어울릴 것 같다” 고 해서 생각을 바꾸고 다음 학기에 의대에 합격해서 가는 제자도 있다.
특히 이곳은 한국과는 달리 성적도 중요하지만 스펙(specification)이 더 중요하다. 성적은 순간 올릴 수도 있지만 스펙을 쌓아가는 것은 단 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므로 미리 계획을 세워야한다. 또 대학만 졸업할 것인지 아니면 대학원까지 갈 것인지도 미리 정해서 계획을 세워야한다. 대학원을 염두에 둘 때는 너무 대학 이름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대학 이름만 신경 쓰다 돌아서 결승점에 가는 경우도 보았기 때문이다.
북미주 대학을 가는 것 특히 대학원을 가는 것은 전략(Strategy)을 잘 세워야한다. 7학년 때부터 음악과 체육, 봉사활동 면으로 계획을 잘 세워서 8학년 때부터는 실행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대학의 경우 5년간의 스펙을 보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은 한국과 달리 영어도 서툴고 영어가 된다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대학교’ 이런 식으로 간단하지가 않아서 엄마들끼리 정보 교환도 원활하지 않다. 대상이 북미주 전체가 될 수도 있고 그 중에서도 자기가 전공하고 싶은 학과가 우수한 학교는 따로 있어 더욱 어렵다. 그래서 본인 자신이 많이 찾아보고 연구해야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꿈은 크게, 높게 갖고 전략은 미리 구체적으로 잘 세우라는 것이다. 막연히 “의, 치대를 갈 거야”라고 하지 말고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전략을 잘 짜야한다. 특히 의, 치대를 가려면 대학 1학년 성적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3,4학년은 누구나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도 의대와 관련 된 것은 기본이고 그 외의 특이한 경력이 있으면 좋다.
학교 공부도 바쁘겠지만 그래도 계속 악기하나를 꾸준히 레슨 받고 더 나아가 오케스트라 활동도 한다든지, 이왕이면 운동도 조금 색다르게, 예를 들면 수영보다는 스킨 스쿠버 등등. 스펙을 쌓을 때도 꾸준하게 5년간 지속할 것 1개와 다양한 볼런티어(Volunteer) 경험 등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더욱 좋다.
부모님께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꿈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도와주며,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잘하는 1.5, 2세들이 되도록 어렸을 때부터 신경을 써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가 속한 사회를 떠나지 않고 주류사회와 한인사회의 훌륭한 교량역할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우리 청소년들은 부모님들이 고향을 떠나 먼 이국땅에서 겪는 고생이 보람으로 바뀔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당부하건데 인생을 길게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자신이 원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기 바란다. 더 나아가 개인적인 바램은 한국청소년들이 주류사회에 많이 진출해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