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귀국했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계신 해외교민이 3만여 명입니다. 지난 금요일(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분들을 위로하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를 초청해주셨지만 광주. 전남 대의원대회 일정과 겹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행사에서 전후석 감독의 다큐 영화 <헤로니모>가 상영됐습니다.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전 감독은 2015년 말 휴가차 쿠바에 갔습니다. 공항에서 탄 택시 기사님이 마침 한인 3세였습니다. 기사님이 말해준 가계도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현실판이었습니다.
기사님의 할아버지 임천택. 구한말 황성신문의 ‘묵서가’란 약속의 땅이 있다는 광고를 보고 태평양을 건너 멕시코에 도착한 1033명 조선인 가운데 한 분입니다. 계약 만료 후 임천택 등 일부는 조국이 일제의 침탈로 사라진 것을 알고, 쿠바로 재이주했습니다. 임천택 등 이민자들은 쌀을 모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자금을 보냈습니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도 기록돼 있습니다.
임천택의 9명 자녀 중 장남이 헤로니모 임(임은조)입니다. 헤로니모는 젊어서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혁명을 도모하며 도시 게릴라로 활동했습니다. 혁명 후 공로를 인정받아 차관까지 역임했습니다. 은퇴 후에는 쿠바 한인공동체와 한인 정체성 복원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다큐 영화는 헤로니모 가(家) 3대를 조명하며 한국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줄거리만으로도 가슴이 묵직합니다.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세계민주한인회의’란 기구를 두고 재외교민의 참여권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의 기치를 들고 열심히 도와준 건 해외교민들이었습니다. 조국으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은 적 없는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 멕시코 농장 노동자들이 돈을 모아 임시정부로 독립운동자금을 보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신군부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꾸며 사형판결을 내렸을 때도 해외교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미국과 일본 교민들 중심으로 구명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당시 저도 음모 사건의 행동책으로 엮여 안양교도소에 수감 됐었습니다.
교민들의 적극적인 항변 덕분에 김대중 대통령은 사형에서 구제돼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미래 한국 민주주의의 거인을 구한 것입니다. 이렇듯 해외교민은 우리 민주당의 깊은 뿌리입니다.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역사입니다.
집에 못 가고 발이 묶이신 교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가족과 다시 만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