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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일본만화영화는 1917년 시모가오 오덴(下川凹天), 사나우지 준이치(幸內純一), 기타야마
세이타로(北山情太郞) 등 세 사람에 의해 제작된 <문지기 이모가와 게이쇼(芋川 三亥關番の卷)>로 시작된다. 초창기의 애니메이션은
산업적 의미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작업들이었고, 1930∼40년 군국주의 시대에는 신민 계몽차원에서 국가적인 지원 하에 만화영화가
이용되었다.
일본의 만화영화가 지금 같은 틀로 발전하게 되는 것은 도에이라는 미국식 스튜디오의 출범이후부터였다. 1956년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였던 도에이(東映) 영화사는 만화영화 전문 제작 스튜디오인 도에이 동화(東映動畵)를 설립하고 <백사전(白蛇傳,
1957)>, <장화 신은 고양이(長靴を はいた 猫)> 시리즈로 대중적인 커다란 인기와 함께 만화영화의 산업적·대중적인 길을
열어놓았고, 이러한 도에이의 성공은 여러 만화가와 젊은이들을 만화영화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만화의 신으로 추앙 받던 데즈카
오사무의 초인 같은 작업 끝에 완성된 <철완 아톰(鐵腕アトム)>이 1963년 1월 일본 최초의 TV시리즈로 방영되면서 일본 만화영화는
본격적인 성공의 길을 걷게 된다. 아톰의 성공은 이후 소년 로봇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영화 붐을 일으킨 것은 물론 뱅크 시스템, 3콤마 촬영,
외주 시스템 확립 등의 경제적인 애니메이션 시스템들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일본 만화영화가 현재까지 전세계를 석권하는 데 중요한 산업적
근거가 되었다. 동시에 철저한 프로 의식을 갖고 있는 오사무로부터 교육받은 뛰어난 애니메이터들의 배출과 아톰이라는 일본 최고의 캐릭터 창조로
만화영화 대국 일본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1960년대 말부터 일본은 경제성장의 정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전자 산업과 자동차 산업
등의 세계적인 성공은 애니메이션 자체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1964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의 영향과 맞물리면서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스포츠 세계의 근성이 일본 경제성장의 근거임을 보여주는 듯한 이런 스포츠 아니메는 <거인의
별(巨人の星)>이라는 야구 만화를 시작으로 그 인기가 폭발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도교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 배구 팀의 인기에
힘입어 등장한 배구 만화인 <Attack No. 1(アタック NO.1)>, 사회적인 파장까지 일으켰던 권투 작품인 <내일의
조(あしだの ジョ->로 이어지는 이러한 스포츠애니메이션은 이후 70년대 중반 '선라이즈(SUNRISE : サンライズ)'의 메카 붐이
일어나기 전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그 명맥을 잇고 있으며, 보다 다양한 장르의 스포츠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슬램 덩크(SLAM DUNK)>라든지, <사이버 포물러
GPX(新世紀GPXサイバ-フォ-ミュラ)> 등은 일본의 스포츠 애니메이션이 스포츠 자체만큼이나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스포츠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철완 아톰>의 스태프들이었던 사람들이 다시 한번 메카 장르에 도전하게 된다. 메카
장르만을 다루는 프로덕션인 '선라이즈'가 이때쯤에 만들어지고, 도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와 다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로 대표되는 메카 감독들이
등장하면서 스포츠애니메이션의 열풍을 메카애니메이션이 좀더 확장되어 계승하게 되었고, 그러한 작품 중 '건담의 아버지' 도미노 요시유키가
만들어낸 <기동전사 건담(機動戰士ガンダム)>은 현재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계보를 자랑하고 있는 메카 계열을 규정짓는 역사적인
작품으로 기록된다. 현재까지도 그 속편들과 사이드 스토리, SD(초변형) 류의 작품들까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이 작품은, 작품의 역사가
곧 애니메이션 메카 장르의 역사가 될 만큼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받은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 산업이 서서히 확장되어
갈 무렵, 현재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애니메션이라는 장르에 빠지게 만든 작품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戰艦ヤマト)>이다.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첫 TV시리즈가 등장했을 때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점점 관심을 얻기 시작하면서 극장판 <우주전함 야마토>가 등장했을 때는 처음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흥행 면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재의 애니메이션 이끄는 사람들을 만들어낸 작품으로서, <우주전함 야마토>는 데즈카 오사무 이후
제2기 애니메이션을 완성해낸 작품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애니메이션 산업을 점점 확대, 재생산하게 만들면서 산업 자체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 애니메이션은 어느덧 일본을 나타내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이러한 때에 애니메이션 일대 전환점을 일으킨 작품이
하나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단숨에 주목시킨 작품이며, 애니메이션의 수준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였다.
60년대 이래로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이끌어 오고 있는 두 천재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다카하타 이사오(高畑勳)는 일본 만화영화의 최고봉이다. 두 사람은 도에이 시절 만나 우리에게는 물론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미래소년 코난(未來少年 コナン)>, <알프스 소녀 하이디(アルプスの少女ハイジ)> 같은 시리즈를 시작으로 감독과 프로듀서를
번갈아 맡으며 일본 만화영화를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명콤비이다.
현재 전세계에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향수, 자연과 인간과의 화합을 주제로 한 장편 만화영화들을 1984년 이후 차례로 히트시키며 그야말로 '세계의 미야자키'로
추앙 받고 있다. 반면, 다카하타 이사오는 미야자키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의 소중함, 노동의 기쁨,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주제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어쨌든 이 둘의 작품과 협력은 월트 디즈니가 전세계 배급을 맡을 정도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지닌 동시에 일본 만화영화의 기둥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의 표현과 성공 아래 수많은 천재들이 몰리고 그들의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장편의 성공 못지 않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르인 OAV가 탄생한다. 1983년 세계 최초의
OAV작품인 <달로스(タロス)>가 탄생하는 것이다. 1987년, 작품적으로 완성도가 높았지만 흥행에서는 실패한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王立宇宙軍 : オネアミスの翼)>의 탄생과 실패는 이후 일본 만화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시리즈
만화영화와 OAV의 구분을 확연케 하는 분수령이 된다.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오토모
가츠히로(大友克洋)의 장편 만화영화,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가이낙스(GAINAX)로 대표되는 OAV, 그리고 도리야마 아키라(鳥山明),
이노우에(井上雄彦)의 시리즈 만화영화로 분화 재생산되며 전세계에 아니메(アニメ)라는 단어를 각인 시킨다. 최근까지 동남아와 일부 매니아들을
열광시켰던 아니메는 1990년대 들어 급속히 전세계적인 지지를 획득하기 시작하였고, 1995년 <메모리즈(Memories)>,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 그리고 가장 아니메적이라는 가이낙스 스튜디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 エヴァゲリオン)>으로 그
정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OAV는 시리즈물에서는 다루기 힘든 폭력과 허무 그리고 섹스 등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즉, OAV는
아니메의 영역과 주제를 넓혀 나가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런 OAV의 영역과 기법상의 개척은 장편영화 시리즈의 폭과 깊이를 더해 아니메 성공의
1등 공신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문화적 자존심을 내걸고 제작된 <아키라(アキラ)>의 오토모 가츠히로, 만화영화 매니아들의
교주인 <기동경찰 패트레이버(機動警察パトレイバ-)>와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등 젊은 신예들의 감각적이고,
오타쿠적인 세기말적 작품들은 아니메의 성공의 우연이 아님을 말해 주며, 당분간 지속되리란 것을 예고한다. 여기에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아니메를 재규정지은 작품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등장하면서 2000년을 앞둔 세기말, 아니메에 또 다른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사실 애니메이션 산업은 90년대 들어서면서 어는 정도는 사양 산업이라는 불신감이 팽배해가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작품 제작비의
70∼80%를 차지하는 인건비가 상승하고, 더구나 일본의 버블 경제가 무너지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져 애니메이션 산업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작품인 <원령공주(もののけ姬>와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의 흥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이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흥행에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아니메가 여전히 매력적이고,
고부가가치의 성장 산업임을 보여주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성공으로 아니메계는 다시 한번 활력소를 맞이하게 되었다. 안노
히데야키(庵野秀明)라는 걸출한 감독과 가이낙스라는 최고의 프로덕션을 맞이하게 된 일본 만화영화산업은 아직 시들지 않은, 그 끝없는 상상력의
세계를 보다 넓힐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현재까지 진행된 아니메의 결정체이다. 기법과
내용, 캐릭터 등은 60년대 아톰으로 시작된 아니메가 야마토와 건담, 세일러문(美少女戰士セ-ラ-ム-ン)을 거쳐 신세기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게시록인 것이다. 이러한 것은 현재의 <포켓 몬스터(POKEMON)>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