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최정헌(박신양 혹은 정우성)의 연기스타일은 어느 배역을 맡으면, 그 배역에 완전히 빠져들어 영화 혹은 드라마 내내 그 배역이 되어버리는거다. 이런 메소드연기 방식으로 정헌은 사람들로부터 연기에 대한 격찬을 받게하지만,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가 끝나버리면 한동안 빠져나오지못하고 헤매야만했다. 방금 막 부모님의 복수를 하기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분노에 바친 남자에 관한 영화를 끝낸 최정헌은 이번에도 그 배역에서 빠져나오지못해 우울해하고있다. 그런 그의 우울함을 달래기위해 매니저 민정기(손창민)는 정헌에게 다음 작품은 머리나 식힐겸 가벼운 트렌디드라마 ‘Romantic'로 하자고 권유한다.
옛사랑과의 상처로 다시는 사랑을 안하겠다고 결심했던 여자주인공 김성혜가 열정적으로 그녀만을 바라보는 로맨틱한 남자주인공 이민식에 의해 다시 마음을 열게된다는 내용의 ‘Romantic'라는 드라마는 예상외로 이삼십대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시청률1위를 비롯 로망스신드롬을 일으킨 대 히트작이 되버린다. 동시에 이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 이민식역을 하고있는 정헌은 갑자기 젊은 여성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된다. 그도 그럴것이 드라마속의 이민식은 멋진 외모에 잘난 집안을 가지고있을뿐더러, 여자주인공의 마음을 돌리기위해 여러 낭만적인 이벤트를 벌이는가하면 헌신적으로 한여자만을 쫓아다니는 순애보적인 인물로 나와 도저히 여성들로 하여금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게 만드는것이다.
그에게 부와 인기를 안겨주었겄만 정헌은 이 드라마가 너무나도 싫었다. 애당초 평면적인 이민식이라는 캐릭터에게만은 도저히 몰입하지를 못해 가식적으로 대충대충 연기했던 정헌이었다. 여태껏 자신이 성심성의껏 연기했던 영화나 배역들은 대중들로부터 별 반응이 없었단반면, 그다지 애착이 가지 않는 드라마의 배역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되자 불쾌감이 일어난것이다. 거기다가 상대역을 맡은 여배우 이미지(신민아)도 마음에 들지않았다. 드라마내에선 여리고 착한 김성혜로 나오지만, 막상 그녀의 실상은 입에서 상소리가 끉이지 않고 한없이 가벼워만보이는 스타일로 사사건건 정헌과 트러블이 생겼다.
이런저런 이유로 짜증이나긴했지만, 그렇다고 정헌은 그에게 쏟아지는 부와 명예가 또 싫지만은 않았다. 그냥 드라마가 하루빨리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릴뿐이다. 하지만 갈 수록 커지는‘Romantic'의 인기에 방송국에서는 이 드라마를 연장상영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드라마가 끝나는 날짜에 맞춰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안개속의 어둠‘에서 짝사랑하는 여자를 계속 스토킹하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는 정신병자 역할을 맡기로 계약이 되있던 정헌은 매니저 정기와 함께 연장상영에선 이민식역을 맡지않겠다는 얘기를 내일 PD를 만나서 하기로 결심한다.
그날 저녁, 새로 창단하는 자신의 팬클럽의 운영진과 처음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는 정헌. 정헌은 그들중에서 유독 한 여자에게 눈길이 끌린다. 자기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할말이 있을때는 당당하게 얘기하는 그녀의 이름은 박현지(임현경). 그녀는 정헌이 인터뷰할때마다 이상형으로 내걸은 귀엽고 순수하지만 동시에 자신감도 넘치는 여자에 딱 들어맞았다. 그들에게 드라마를 관두겠다는 결심을 얘기하는 정헌은 그러나 그들의 예상외의 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정헌을 위해서가 아닌 그들의 팬들을 위해서 계속 드라마에 머물러달라는 현지와 다른 팬들의 요청을 결국 수락하게된다. 정헌은 모임이 끝나고 지현에게 연락하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몰래 넘겨준다.
드라마 ‘Romantic'과 영화 '안개속의 어둠'에 동시출연하며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정헌. 로맨티스트와 정신병자역에 번갈아가며 몰입해야하는 정헌은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지현의 전화만을 기다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현지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을뿐더러 계속되는 팬들과의 만남에서도 얼굴이 보이질않는다. 결국 팬클럽 회장을 맡고있는 성지훈에게 현지의 소식을 은근히 물어본다. 정헌의 속마음을 알아챈 지훈은 현지가 자기학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정도로 인기가많다점, 'Romantic'속 정헌의 역할인 민식에 푹빠져있는상태에서 실제로 정헌을 만나니 실망이 컸다는점등을 가르쳐준다.
고급외제차를 빌려타고 지훈에게서 받은 주소대로 현지의 집을 찾아가는 정헌. 드라마 ‘Romantic’의 주인공 민식이 처음으로 성혜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그대로 말끔한 양복에 각종 종류의 꽃들을 한송이씩 집어넣은 꽃다발을 들고 현지집 초인종을 누른다. 드라마 대사 그대로 “이 수많은 꽃들의 꽃말들을 다 합친 것이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입니다.”라며 사랑을 고백하는 정헌. 현지가 이런 정헌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드라마 ‘Romantic'은 연장방영기간이 늘어날 수록 극중 민식의 이벤트는 말이 안되는 거대한 규모로 커져만간다. 스케이트장을 아예 하루 빌리지를않나, 가수콘서트도중 갑자기 뛰어들어가 사랑을 고백하질않나, 사랑을 고백하는 로맨틱한 셀프다큐를 만들지않나. 정헌이 민식의 성격과 매너와 똑같을뿐만아니라 그만큼의 이벤트를 기대하게되는 현지. 그런 현지를 만족시키기위해 아는 인맥을 다 이용해서 현지를 위한 단독콘서트를 개최하기도하고, 공원에다 촛불로 하트모양을 그리기도하고, 건물에 현지의 사진을 걸어보기도한다. 정헌은 현지의 기대치를 따라가랴, 언론과 대중의 눈을 피하랴, 신경쓸게 이만저만이 아니라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안개속의 어둠’에서 한참 극적인 장면을 촬영한 직후에 현지를 만나는 정헌. 평소와는 달리 신경질적으로 현지를 대한다. 현지는 정헌이 이런 영화를 찍기 때문에 성격이 날카로워졌다고 평하고 영화를 그만두라고 조른다. 둘의 대화는 말다툼으로 발전하고 처음으로 현지를 울리는 정헌. 온몸이 쓰러질듯한 피로를 이기며 간신히 ‘Romantic'의 촬영을 한다. 촬영이 끝나고 의외로 미지가 같이 술을 마시자고 정헌에게 접근해온다. 술을 마시며 현지와의 관계에서의 힘든점을 토로하는 정헌과 역시 자기의 성격을 숨기고 연예계생활을 하는데서오는 피로를 고백하는 미지. 서로 공유하는 문제점을 가지고있는 둘은 의기투합하고 결국 술김에 밤까지 같이 보내게된다. 침대에서 미지는 정헌이 언제부터인가 예전보다 많이 낭만적으로 변했고 매너도 좋아진것같다며 사랑을 고백하고 정헌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말다툼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현지가 정헌에게 전화를 거는 횟수도 눈에띄게 줄어들었고, 정헌을 대하는 현지의 태도도 시들해졌다. 더 이상 정헌의 이벤트에도 감격해하는 눈치도 아니다. 정헌 역시 형식적으로 이벤트를 만들고 지현을 대하게되는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엎친데 덮친 듯 미지와의 스캔들이 신문의 톱기사를 장식하고 그 사실을 별로 부인하지 않는 미지의 태도로 기정 사실화되버린다. 결국 정헌에게 헤어지자는 전화를 거는 현지. 그후 일주일내내 정헌은 현지와 연락조차되지않는다.
‘안개속의 어둠’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촬영분을 찍는 날. 이날의 촬영은 더 이상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않자 결국 목졸라 여자를 살인하고마는 장면이다. 몇 번의 NG끝에 마침내 영화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은 뒷풀이를 가진다. 어느정도 술에 취한 정헌은 매니저 정기의 만류를 뿌리치고 현지의 집으로 향한다. 현지에게서 듣는 충격적인 소식. 새로운 남자친구를 구했다며, 그 남자친구는 정헌처럼 가식적이지 않고 진실하게 자신을 대해준다고 고백한다. 배신감에 자신을 주체하지못하는 정헌. 상황은 방금전에 찍었던 영화의 장면과 비슷하게 돌아가고있다. 영화속 배역인 정신병자처럼 행동하며 현지를 몰고가는 정헌은 현지에게 뺨을 한대맞고나서야 다시 돌아온다.
늦은 밤 거리의 계단에 앉아 술을 마시는 정헌. 정헌의 뒤로 거대한 광고보드가 보인다. 바로 사람좋아보이는 미소를 짓고있는 자신이 나오는 광고. 정헌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소주병을 던지며 화풀이를 해댄다.
민식에게 헤어지자고 얘기했던 성혜가 그의 사랑을 새삼 깨닫고 민트 꽃다발을 들고 다시 찾아가 “민트의 꽃말이 뭔지알어? 다시 한번 사랑하고 싶습니다래..”하며 재회를 암시하는 장면을 끝으로 ‘Romantic'도 마침내 대단원을 막을 내리게된다. 촬영을 마치고 스탭들과 배우들에게 인사를 청하면서도 계속 문뒤에 서있는 자신의 팬들속을 살피게되는 정헌. 그러나 드라마처럼 현지가 찾아오는 일은 일어나지않는다. 씁쓸한 표정으로 미지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촬영장을 떠나는 정헌. 정기는 벌써부터 정헌에게 다음에 찍을 영화들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느라 바쁘다. 둘이 사라진 뒤 스텝은 마지막 장면에 민트를 집어넣어달라는 어느 네티즌의 얘기를 한다. 책상위에 놓여있는 민트 한다발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첫댓글 재밌어요.. 이.. 시놉으로 잘 이끌어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