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갈비를 먹기 위해 알아야 할 최소 상식 '갈비학 개론'
갈비, 제대로 먹고 계신가요?
우리는 갈비를 너무 안이하게 먹고 있다.
대학가에서 파는 수입 늑간살도 갈비라 부르고,
투뿔 한우의 꽃갈비살도 갈비라 부른다.
두 고기의 가격은 열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이렇게 분별없이 먹어서는 소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다.
‘갈비’로 통칭하는 소의 가장 중요한 근육들을
좀 더 자세히 봐야 하는 이유다.
약 177kg의 암소 한 마리에서
등심은 24.79kg이 나오는 반면
갈비는 33.64kg이 나온다.
대분할한 소고기 부위 중 가장 크다.
크다고 최고인 건 아니다.
그 맛이 다양해서 최고다.
갈비에는 운동량이 많은 근육부터 적은 근육,
근내 지방이 많은 살부터 적은 살까지
여러 소분할 부위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그 편차가 무척 크다.
위 등심과 아래 등심의 맛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적지만, 참갈비살과 꽃갈비살의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왜 갈비는 다채롭게 맛있을까?
그건 숨쉬기와 관련이 있다.
고등학생 때 배운 폐의 흡기 원리를 생각하며
가슴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어보자.
갈빗대가 부풀어 오르며 코로 공기가 빨려 들어간다.
들숨은 결국 횡격막을 움직이고 늑골을 들어 올려
흉강의 부피를 넓히는 과정이다.
소도 마찬가지다.
소가 숨을 쉬려면 13개의 갈빗대를 덮고 있는
근육과 갈빗대 사이의 근육을 움직이며
갈빗대를 들어 올려 흉강의 기압을 낮춰야 한다.
이때 어느 근육이 많이 움직이느냐에 따라 살코기,
즉 근육의 맛이 갈린다.
구웠을 때 ‘입에서 녹는’ 근육은 게으른 근육이다.
부들부들 녹는 맛있는 살은 갈비뼈 바깥쪽을
덮고 있는 살 가운데에 있다.
갈비뼈에 번호를 붙일 땐 머리 쪽을 1번으로 한다.
1번부터 5번은 본갈비뼈, 6번부터 8번은 꽃갈비뼈,
9번부터 13번은 참갈비뼈라 부르고,
이 갈비뼈 위를 덮고 있는 살을
각각 본갈비살, 꽃갈비살, 참갈비살이라 부른다.
이 중 본갈비살의 근육은 숨을 쉴 때와
소의 앞다리가 움직일 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
단단하다.
배 쪽에 있는 참갈비살 역시 근육의 양은 적지만
호흡할 때 횡격막의 움직임에 따라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 근조직이 단단하다.
그 사이 6번부터 8번 갈비를 덮고 있는
꽃갈비살 부위의 근육은 한우가 필라테스라도
하지 않는 한 움직일 일이 거의 없다.
긴장과 이완을 반복할 일이 없으니
근조직은 태어나고 자란 그 모습 그대로 연하다.
등급이 높은 소의 경우 마치 고기에 눈이라도 내린 듯
마블링으로 뒤덮여 있어 구워 먹으면 흡사 고기 맛
초콜릿처럼 녹아버린다.
육질이 소의 구이용 부위 중 최고로 치는
살치살과 거의 흡사해 일부 음식점에서는 살치살로 팔기도 한다. 속았다며 기분 나빠 할 필요는 없다.
맛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하고 가격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식육 브랜드 ‘아침목장’ 김성기 대표에 따르면
꽃갈비로 병풍뜨기를 할 때 펼친 고기의 양이 모자라다
싶으면 살치살을 붙이기도 하니 동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근면한 본갈비살은 개성이 넘친다.
등급이 높은 소의 경우 본갈비살의 마블링은
꽃갈비살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구이용 1++등급을 소분할의 경우
보통 본갈비살과 꽃갈비살을 뼈에서 떼어내
‘꽃갈비살’로 함께 팔기도 한다.
그 이하 등급의 본갈비살은 역시 꽃갈비살에 비하면
조금 단단하기는 하지만,
적당한 근내 지방의 고소함과 진한 육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참갈비 쪽에는 살이 거의 없다.
지금 손으로 자신의 갈비뼈 아래쪽을 만져보라.
배 쪽으로 갈수록 뼈가 앙상하게 만져질 거다.
소 역시 마찬가지다.
위쪽에는 그나마 살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아래쪽에는 살이 거의 없어
수입육의 경우 ‘스페어 립’이라 부른다.
참갈비에 붙은 살은 단단하지만 오래 끓이면 연해져
주로 탕용으로 쓴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뼈에 붙은 살을 발라 늑간살과
섞어서 ‘갈빗살’이란 이름으로 팔기도 한다.
〈고기수첩〉의 저자 주선태에 따르면 전체적인
고기 맛은 ‘꽃등심과 양지의 중간’이다.
요즘 음식점에서 자주 보이는 진갈비살은
참갈비살과는 전혀 다른 고기다.
수입육 갈비의 6번부터 8번 부위에서 LA갈비가
나오는데, 그 부위의 덧살을 정형한 게 진갈비살이다.
한우 갈비살인데 좀 저렴하다 싶으면 십중팔구
늑간살이다.
늑간살은 갈비 짝에서 뼈 위쪽의 두툼한 살을 떼어낸 후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낸 살이다.
정형한 모양이 길쭉해 ‘립 핑거 미트’(rib finger
meat)라 부른다.
지방층을 제거하면 대각선 방향의 근결이 보이는데,
구이용은 근결에 수직으로 썰어낸다.
꼬들꼬들하게 씹히며 고소한 게 일품이다.
그렇다면 식당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양념
소갈비는 어느 부위일까?
식당에서 1인분에 2만~3만원 정도 하는
뼈가 붙은 양념 소갈비의 경우
대부분 수입 꽃갈비살 부위를 뼈에 붙은 채로
병풍뜨기한 걸 말한다.
이 수입 갈비의 꽃갈비살 부위를 뼈에
수직으로 단면이 드러나게 썰어 양념한 것은
‘LA갈비’라 한다.
1인분에 5만원이 넘는 한우 양념 갈비는 한우의
꽃갈비살 혹은 1++등급의 본갈비살을 쓴다. →
식육 마케터 김태경 박사가 추천하는 갈비 맛집
김 박사는 “갈비 짝에서 살만 따로 떼어 유통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갈빗살을 소분할 부위별로 따로 구워 파는 경우도
드물다”라며 “경북 지역이 갈비를 구워 먹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아직 그 역사가 정리되지는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영주 동남풍 한우식당,
전주 경기전중앙숯불구이,
대구 국일생갈비와 함께
안동 갈비 골목의 양념 갈비 식당들을 최고로 꼽았다.
김 박사는 “기름진 맛의 갈비를 먹고 싶다면
벽제 갈비를 추천한다”라며
“벽제 갈비는 1++등급 중에서도
소위 ‘마블링 넘버 나인’ 등급 이상의 소만을
사입한다”고 밝혔다.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