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에 살았던 기생 황진이가 지은 애정시이다. 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그리움을 비유와 의태적 심상에 의해 나타낸, 시적 호소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있는 달인 12월의 동짓날의 기나긴 밤의 한 부분을 잘라내어 봄바람으로 만든 이불 아래에 잘 서려 넣었다가 추운 날씨에 언 상태로 님이 오신 날 밤에 굽이굽이 펴서 따뜻한 이불 아래서 오랫동안 정을 나누겠다는 내용의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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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황진이(黃眞伊)는 언제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1530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송도(개성)의 유명한 기생이다. 조선 중기 시인. 개성(開城) 출신. 본명은 진(眞). 기명은 명월(明月). 중종 때 진사(進士)의 서녀로 태어나 어머니에게서 사서삼경을 배웠다. 15세 무렵 동네 총각이 그녀를 연모하다 상사병으로 죽자 기생이 되었다고 한다. 뛰어난 시·서(書)·가창 재능과 출중한 용모로 당대문인·석유(碩儒)들을 매혹시켰다. 10년 수도의 생불(生佛)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여 파계시키고, 석학 서경덕(徐敬德)을 꾀려다 실패한 뒤 사제관계를 맺었다는 등 많은 일화가 전한다. 서경덕·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다. 기발한 이미지와 세련된 언어구사 등으로 조선시조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그녀의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동짓달 기나긴 밤을> <산은 옛 산이로되> <어져 내일이여> 등 6수가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전한다.
작품의 특성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인 사물로 형상화하여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했다. 시간이나 애정이라는 추상적인 관념과 정서를 참신한 표현기법으로 형상화하였다.
밤은 자를 수가 없는 것인데도 ‘허리’가 있는 사물로 상정하여 잘라 놓는다고 표현함으로써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어론님’은 ‘어른 임’과 ‘추위에 떨다온 님’으로중의적 표현으로 본다. ‘어른 임’이면 님의 지위가 높음을 말하고 ‘언 님’이면 님이 겨울 추운 때에 온 님으로 볼 수 있다. 후자로 해석하면 겨울의 긴 밤도 모자라서 동짓날의 밤까지 더하겠다는 것으로 님과 오랫동안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 하겠다.
임과 함께 보내는 밤을 더 길게 하고 싶다는 뜻이 담진 중장 종장의 ‘서리서리 너럿다가’와 ‘구뷔구뷔 펴리라’와 같은 의태적인 표현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표현으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이본고
중장의 ‘버혀내여’가 청구영언 가람본 14 와 여러 시조집에 ‘둘헤야’로 기록되어 있다.
참고
한역시
절취동지야반강(截取冬之夜半强)/ 춘풍피리굴번장(春風被裏屈幡欌)/ 유등무얼랑래석(有燈無月郞來夕)/ 곡곡포서촌촌장(曲曲舖舒寸寸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