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뜬 ‘동물이름 상표’
기업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대책의 하나로 ‘CI (Corporate Identity)전략’이 있다. ‘CI전략’은 최근 LG그릅 계열사인 ‘LG정유’가 ‘GS칼텍스’란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고 CEO허동수 회장이 자율준수 경영방침을 재천명함으로써 LG그릅 계열사의 이미지를 벗어나게 했던 것처럼, 기존기업의 명칭을 다르게 하여 수요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업의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케팅활동 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상표(brand)의 명칭을 새롭게 하여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참신한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것으로 ‘BI(Brand Identity)전략’이 있는데, BI는 브랜드컨셉의 개발을 통해 표적고객의 마음속에 어필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활동으로 특허청에 등록되어야 한다.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 중에는 예로부터 인간의 길흉화복과 궁합, 운수와 운명을 예점(豫占)하고있는 12지의 띠 동물을 소재로 한 상표들이 많다.
지난 2000년부터 금년 초까지 5년간 집계된 통계를 보면, ‘돼지’가 들어간 상표출원이 총 593건으로 단연 우세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돼지’가 곧 ‘복(福)’을 상징한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통념이 반영된 당연한 수치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종래에는 간결한 표현으로 된 명사형 위주의 상표가 많은데 비해 최근에는 수요자의 감성과 상품의 성질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서술적인 긴 단어로 이뤄진 상표가 많다는 것이다. ‘책 읽는 돼지’(에니메이션 제작업), ‘벌침 맞은 돼지’(식당업), ‘돼지가 바다가는 길’(식당체인업)이란 브랜드가 요즈음 뜨고 있다는데 정말 희한하다.
12지의 띠 동물 중 쥐, 소, 호랑이, 토끼를 소재로 하여 등록된 상표를 보면, ‘서울쥐 시골쥐’(의류), ‘황소가 장가가는 날’(간이 식당업), ‘까치 호랑이’(의류판매 대행업), ‘호랑이표 청수’(식품공업) ‘토끼랑 상점찾기’(광고업)라는 상표들이 요즈음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좋은 이미지의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용, 뱀, 말, 양을 소재로 등록된 상표에는 ‘용의 눈물’(주조업), ‘쥬라기 십이룡’(과자와 빵류), ‘우주인과 뱀’(서화, 조각류), 당근과 말밥‘(가공곡물류), ’양치는 소녀‘(조각류, 인쇄물) 같은 것이 인기가 있다하니 흥미롭기는 하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이밖에 원숭이, 개를 소재로 한 등록상표로는, ‘원숭이 엉덩이’(과자와 빵, 간이 식당업), ‘웃음천하 원숭이학교’(학습장), ‘개똥이’(음반류, 인쇄류)가 있고, 닭은 올해(乙酉年)의 주인공으로 ‘개쫓는 닭’(치킨전문점) ‘닭이 먼저 계란이 먼저’(치킨전문 식당업), ‘깨고나온 닭 우나 벗은 껍질 없다’(서적), ‘참나무 숯불에 닭이 만나는 순간’(식당체인업, 한식점 경영업)이란 브랜드가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어쨌든, 요즈음 소비자들은 감성을 자극하고 상품의 성질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서술적 표현의 상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허청에서는 상표를 사용하고자 하는 상품과 관련하여 그 상품의 보통명칭이나 효능과 용도, 성질등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거나 상품의 품질을 오인,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한동안 동물상표는 ‘말표 구두약’, ‘오리표 싱크’, ‘제비표 페인트’같이 초창기 국내산업을 이끌던 기업들이 많이 사용했으나 올드 패션의 이미지를 준다는 인식 때문에 꺼려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전용 쇼핑몰이 있는가 하면, 동물병원, 애견샵, 애견 전문미용실, 애견호텔, 애완견 액세서리 용품점, 사진관, 유치원, 전용헬스장, 수영장, 놀이방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장례실, 납골당까지 마련하여 고객(?)유치작전에 혈안이 되고 있으니,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해야할까…, 아무튼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내 몇 개 대학에서는 애완동물관리과를 신설하여 애완동물 관리분야의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애완동물관리사, 애견미용사, 애완동물 간호사등 전문관리자 양성에 나서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지속 될 수 있을런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앞으로 동물이름으로 된 상표는 계속 뜰 전망이다.
2005.05.17
김 홍
동강대학 테크노마케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