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어린 시절에 남자 아이들이 ‘언니’라고 부르면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해 주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을 놓고 왜 남자는 누나’라고 하고, 여자는 ‘언니’라고 하는가? |
(2) |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 중에 남학생들은 사투리를 여전히 쓰는 데 반해 여학생들은 오래지 않아 서울말로 바뀌기도 하는데, 단순히 언어능력의 차이가 아니라면 무슨 까닭에 그럴까? |
(3) | ‘미녀’는 여자이고, ‘미남’은 남자인 게 분명하지만, ‘미인’에 대해서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좀 애매해지는데, 아무래도 여자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
(4) | ‘노총각’이라는 단어에는 별로 부정적인 뜻이 없는 것 같은데, ‘노처녀’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가치 판단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왜 그럴까? |
(5) | ‘여사장, 여기자’라고 말하면서 왜 ‘남사장, 남기자’라고는 하지 않는가? |
(6) | 길을 지나다가 분명 남자 목소리인데 ‘어머머, 별꼴이야.’라는 표현을 듣게 될 때, 남자답지 못하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지는 것은 왜 그럴까? |
이런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가 하는 말의 차이에 대한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의문점들에 대한 답을 찾아서 남자와 여자라는 성에 따른 차이가 언어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국어를 대상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기로 하겠다.
2.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가 다르다고 할 때, 성의 차이가 언어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가 서로 다른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차이는 언어 체계의 차이가 아니라 남자들이 사용하는 어형과 여자들이 사용하는 어형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Trudgill(1983), 이익섭(1994) 참조.]
2.1. 화자의 성에 따른 차이
화자의 성에 따라 배타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최초로 기록된 것은 17세기에 카리브(Carib)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보고서이다. 이 지역에서 남녀가 다른 어휘를 사용하게 된 원인은 침략자인 카리브 사람들이 전쟁에서 아라왁어(Arawak)를 사용하는 토착민 남자들을 다 죽이고 토착민 여자들과 결혼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여성들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언어를 가르쳤지만 소년들이 자라면 남자들에게 맞는 어휘나 표현들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성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용어들 중에는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남자들이 말할 때와 여자들이 말할 때 어형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동일한 대상을 화자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는 국어에서도 나타난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남자가 부를 때는 ‘누나’라고 하고, 여자가 부를 때는 ‘언니’라고 한다. 또,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를 남자가 부를 때는 ‘형’, 여자가 부를 때는 ‘오빠’라고 하는 것이다.1)
그러나 때로 남자 아이가 누나를 부를 때 자매들끼리 부르는 것처럼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 여자 대학생들이 남자 선배를 부를 때 ‘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일반 명사에서 남녀가 사용하는 어형이 다른 경우의 예를 일본어에서 볼 수 있다 . 일본어에는 ‘물’이라는 단어를 남자는 [mizu], 여자는 [ohiya]라고 하고, ‘배’를 남자는 [hara], 여자는 [ohiya], 1인칭 대명사를 남자는 [boku], 여자는 [atasi]라고 하는 등 화자의 성별에 따라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많다.
특정 단어만이 아니라 어형의 활용에서 규칙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북미 인디언어의 하나인 야나어(Yana)에서는 여성형에 접사를 첨가하여 남성형으로 파생시킨다고 한다.(예: 여성형 ‘ba’에 대응하는 남성형은 ‘ba-na’와 같이 접사가 첨가된 형태이다.) 또 다른 인디언어 코아사티어(Koasati)에는 동사 활용을 할 때 화자의 성별에 따라 규칙적으로 음운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예: 여성형이 비모음으로 끝나면 남성형은 그 모음을 구강모음화하고 뒤에 -s를 붙인다, 여성형이 -l로 끝나고 그 마지막 음절에 하강조가 놓이면 남성형은 -l을 -s로 교체하고, 하강조를 고조로 바꾼다 등). 몽고어도 남자와 여자의 말 사이에 규칙적인 모음 대응을 보이는 언어로 알려져 있다.
또 남녀가 사용하는 어형에 음운의 대응이 나타나는 언어와 달리 여성이 사용하는 말에는 특정 음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남아프리카의 줄루족(Zulu) 언어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는데, 여성이 /z/ 음소를 사용하는 것이 금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말하는 사람이 여자인가 남자인가에 따라 다른 어형을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상당수 있고 규칙적인 음운 대응까지 보이는 언어가 있다는 보고는 흥미롭다.
2.2. 청자의 성에 따른 차이
청자의 성에 따라서도 어형이 달라지는 언어가 있다고 한다. 북부 인도의 드라비다어의 하나인 쿠룩스어(Kũrux)에서는 여자가 여자에게 말할 때만 쓰는 형태 변화가 있는데, 이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말할 때나 남자들이 말할 때에 쓰는 형태와 다르다고 한다. 이 언어에서는 화자와 청자의 성에 따라 동사 어미가 복잡한 양식으로 구별이 된다고 하는데, 즉 남자 대 남자, 남자 대 여자, 여자 대 남자, 여자 대 여자의 경우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다음에 제시된 동사 ‘bar-’의 현재 시제 변화 유형을 보면, ‘여자→여자’의 형태가 특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남자→남자 | 남자→여자 | 여자→남자 | 여자→여자 | |
1인칭 단수 | bar-dan | bar-dan | bar-dan | bar-en |
1인칭 단수 | bar-dam | bar-dam | bar-dam | bar-em |
2인칭 단수 | bar-dayi | bar-di | bar-day | bar-din |
2인칭 단수 | bar-dar | bar-dar | bar-dar | bar-dayii |
3인칭 단수 | bar-das | bar-das | bar-das | bar-das |
3인칭 단수 | bar-nar | bar-nar | bar-nar | bar-nayii |
2.3. 선호형 선택에 대한 남녀의 차이
유학 온 학생들을 관찰해 보면 여학생들이 사투리를 덜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사회언어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표준형을 더 선호한다고 하는 조사 결과가 있다.2)
Fischer(1958)는 미국 뉴잉글랜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에 비해 ‘-ing’의 비표준형 ‘-in’을 사용하는 빈도가 낮다는 것을 밝혔고, Trudgill(1974)도 ‘-ing’을 ‘-in’으로 발음하는 빈도를 계층별로 조사한 결과 여자들이 비표준형을 덜 쓰고 있다고 하였다. Wolfram(1969)에서는 미국 디트로이트 흑인을 대상으로 다중 부정문의 사용 빈도를 계층별로 조사하여 여자들이 비표준형을 덜 쓰는 것을 보여주었다.[이익섭(1994) 참조.] |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표준형을 더 선호하는 까닭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자들이 뭔가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타내는 현상이라는 해석이 있다. 남자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매겨지는 것과 달리 여자들은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사회적 자리 매김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부부 싸움을 할 때 부부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흥미로운 보고도 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는 스와힐리어가 국어이고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는데, 남편은 스와힐리어로 말하고 아내는 영어를 사용해서 싸운다는 것이다. 그 까닭은 남편은 전통적인 가치를 고집하는 마음이 있고, 아내는 전통 사회보다 남녀평등이 실현된 외래 규범을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영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여자들의 표준어 지향이 단순히 지위를 드러내 보이려는 것만이 아니라 남녀 불평등 사회에 대한 거부의 자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Trudgill(1983) 참조.]
또 사회 교류망의 유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밀로이(Milroy,1980)는 남자들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여가 시간까지 같은 지역 안에서 보내지만 여자들은 그 지역 밖의 직장에 다니고 있는 마을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고, 남자들이 사투리를 많이 쓰는 데 반해 여자들이 표준형을 많이 쓰는 것은 이러한 교류망과 관계가 있다는 해석을 하였다. 지역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 의미에서 남자들은 그 고장 사투리를 쓰고, 여자들은 직장에서 외지인과 접촉을 해야 하므로 표준형을 많이 쓰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남자들이 사투리를 남성다움의 표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사투리를 고수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남자들은 실제적으로 하고 있는 발음과 자기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발음의 상관관계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남자들은 표준형을 사용하면서도 자기는 표준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축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참고해 볼 때, 서울에 유학 온 남학생이 사투리를 계속 쓰는 것은 서울말로 바꾸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투리를 고수하는 것이 자기 출신 지역의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을 지키는 것이 남성다움의 표징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학생들도 사투리를 많이 안 쓰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해석이 다시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3. 언어 차이를 보는 관점의 변화
언어에 나타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관심은 오래된 것이지만, 남자와 여자가 사용하는 언어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예스페르센(Jespersen,1922)에서 이루어졌고, 1960년대 이후 사회언어학자들의 조사 연구가 진행되면서 남녀 성에 따른 언어적 특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성주의 관점이 대두되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언어에 반영되어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여성 차별적인 언어에 대해서 ‘여성어’라는 용어가 정립되었으며, 여성주의적 언어학이 정립되기에 이른다. 남녀의 성에 따른 언어적 차이가 사회적 계층이나 연령, 종교 등이 언어 변이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처럼 언어 변이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에서 남녀의 사회적 위치, 사회적인 가치관과 관련 있는 것으로 봄으로써 인식의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3)
성에 따라 다른 언어의 특징적인 차이에 대한 지적은 성차(sex difference)의 연구이며, 남성 중심적 언어가 여성을 억압하고 가부장적 체제 유지의 방편으로 쓰이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은 성차별(sex discrimination)의 연구로 이 둘은 구분된다. |
(1) | 색채어 사용에서 여성들은 엷은 자줏빛, 베이지 색, 라벤더 색, 짙은 홍색 등을 즐겨 쓰는데, 남성들은 이런 색깔을 별로 쓰지 않는다. |
(2) | 여성들은 ‘damn, shit’와 같은 강한 간투사를 쓰지 않고 , 그 대신 ‘oh dear, fudge’ 등과 같은 표현을 쓴다. |
(3) | ‘great, terrific’ 등은 남성과 여성이 같이 쓸 수 있는 형용사이지만, ‘charming, divine, adorable’ 등은 여성만이 사용하는 형용사이다. |
(4) | 여성들은 부가 의문문을 남성들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 이러한 문형은 보통 청자에게 진술의 동의를 구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불확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
(5) | 여성들은 평서문을 의문문의 어조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
(6) | 여성들은 지시적 화행에서 가능하면 정중하고 약한, 화자의 의지가 담기지 않은 방식의 명령문을 사용한다. |
이상과 같이 여성 발화의 특징이 나타난 원인은 언어문화가 남성에게는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는 기회를 주는 데 반해 여성에게는 감정 표출을 억제하여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없게 하는 데 있는 것임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공손하고 완곡하게 표현하게 되는 특성 자체가 사회의 가치관과 관련된 것임을 강조한다.
또 레이코프는 언어로 지칭하는 대상이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따라 차별하는 가치가 있다는 지적을 하였다. ‘bachelor’와 ‘spinster’의 예를 들어, ‘bachelor’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남편될 가능성이 있는 바람직한 남자이지만, ‘spinster’는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하지 못한 사람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여자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같은 기질이나 성품이 그 소유주의 성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사회적 가치관 때문에 기인하는 것으로 한 대상에 대한 표현의 의미가 대상 그 자체보다는 대상에 대한 인식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주는 것이다.4)
‘governor’가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실권이 있는 유능한 사람’을 가리키고, ‘governess’가 ‘부자에게 고용되어 침식을 제공받으며 그 집 아이를 가르치는 여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말의 ‘노총각’, ‘노처녀’의 의미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
4. 국어에 나타나는 남녀 차이
남녀 언어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국어를 대상으로도 많이 되어 왔다. 이제 국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참조하여 지칭 표현과 발화상에 나타나는 남녀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4.1. 지칭 표현에 나타나는 남녀 차이
1) 지칭어
국어의 어휘가 지칭하거나 표현하는 대상에 남녀 차별적인 의미가 반영되어 있는가? 성 범주가 있는 인구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어휘 자체로서 성별 구분이 없고, 남성형과 여성형이 대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성별의 차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동일한 대상에 대해 여자는 ‘언니’라고 하고 남자는 ‘누나’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이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에 성별의 차등이 있다고 할 것인가? 화자의 성별에 따른 언어 차이이지 차별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어휘에도 차별이 생기게 된다고 본다.
여성 지칭어에 대한 연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유창돈(1966)에서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 중에 후대에 이르면서 차등어로 변한 말이 적지 않게 있다고 하였다. ‘갓나이, 계집, 녀편’ 등이 그것인데, 이 말은 지금은 비어나 욕으로 쓰이지만 조선 초기에서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고 단순한 평어였다는 것이다. 이 단어들의 대칭어인 ‘사나이, 남편’ 등이 전혀 차등어로 변하지 않은 사실과 비교해 볼 때 그 차이를 알 수 있으며, 이로써 조선조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에 비해 후대에 올수록 지위가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녀’가 여성을 지칭하고, ‘미남’이 남성을 지칭하는 말인데 비해, ‘미인’은 통칭으로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럼에도 미인에 대해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여자가 추구하며, 여자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미’라는 사회의 가치 기준이 작용한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지칭어에는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양상을 살펴보면 남녀를 차별하는 가치관을 읽을 수 있다.[김진우(1985), 이석규·김선희(1992)참조.]
(1) | 사람들은 ‘의사, 변호사, 조종사, 교수, 사장’ 등의 지칭어에 대해서 남성명사로 인식한다. 그리하여 예외적인 경우는 ‘여’ 자를 앞에 붙여 ‘여의사, 여변호사, 여교수, 여사장’이라고 한다. 반대로 ‘간호원, 모델, 유치원 선생, 산파’ 등은 여성명사로 해석되고, 예외적인 경우는 ‘남’ 자를 붙이게 된다. |
(2) | 남성을 지칭하는 말이 남녀 모두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이 많다’, ‘형제가 많다’고 할 때는 여자가 포함되지만 ‘여식’, ‘자매’는 딸만 가리킨다. ‘소년 동아일보, 소년 중앙’은 소년만 보는 신문과 잡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3) | 어순에 있어서 대부분 남성형이 앞에 오고 여성형이 뒤따른다(예: 소년소녀, 남녀문제, 자녀 교육 등). 반면에 속어나 비어 등 부정적인 언어에서는 여성형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예: 년놈들, 에미에비도 모르는 자식 등). |
(4) | 남존여비의 어휘와 용법을 보여준다. 경멸적이고 모욕적으로 여자를 지칭하는 어휘는 많지만(예: 갈보, 걸레, 메주, 암캐, 절구통, 화냥년 등), 모욕적으로 남자를 지칭하는 말은 그리 많지 않다. |
2) 대상 표현
대상 표현이란 남자와 여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사용되는 표현을 말한다. 국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표현은 여성의 신체나 태도, 성품 그리고 행동 등에 관련되는 것이 많고, 여성의 일에 대해서는 적다고 한다. 여성과 관련된 표현에는 여성의 생애와 관련된 것,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된 것, 가사와 관련된 것, 용품과 관련된 것 등이 많다고 한다.[임홍빈(1993), 민현식(1995) 참조.]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여성의 생활 영역이 가정에 국한되고 남성에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표현을 놓고 볼 때 그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나는데, 사랑 중심인 것, 감성적인 것, 성적인 것, 눈물이 많은 것, 사랑에 속는 것, 이별을 당하는 것이 여성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 관련어가 남녀 불평등을 나타내고 있음은 ‘처녀성’이라는 단어에 대칭되는 ‘총각성’이란 말은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을 묘사하는 표현 중에는 특히 외모 묘사어가 발달하였지만, 부정적 여성관이 작용한 결과로 생겨난 부정적 성품 묘사어와 부정적 행동 묘사어가 많은 것을 볼 때 이러한 표현들이 여성을 억압하고 멸시하는 도구로 기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민현식(1995)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성 묘사 표현의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1) | 외모 묘사어: 곱살하다, 아리땁다, 요염하다, 얼굴이 반반하다, 초승달 같은 눈썹, 코가 오뚝하다, 앵두 같은 입술, 얼굴이 호박 같다, 무다리, 몸매가 좋다, 몸매가 잘 빠졌다, 살결이 야들야들하다, 살결이 부드럽다, 간드러지다, 꾀꼬리 같다, 방울이 굴러가는 듯하다 등. |
(2) | 성품 묘사어: 참하다, 뾰로통하다, 요망하다, 히스테리, 앙큼하다, 토라지다 등 |
(3) | 행동 묘사어: 나긋나긋하다, 교태를 짓다, 꼬리를 치다, 눈을 흘기다, 아양을 떨다, 애교를 떨다, 바가지를 긁다, 앙탈부리다 등 |
4.2. 발화에 나타나는 남녀 차이
1) 발음의 차이
여성과 남성이 발음할 때 음운적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서구의 연구에서도 지적되어 왔는데, 국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임홍빈(1993), 이석규·김선희(1992), 민현식(1995) 참조.]
(1) | 여성은 남성보다 경음을 더 많이 사용한다. ‘다른 거’를 ‘따른 거’로 발음하고, ‘작다’를 ‘짝다’, ‘조금’을 ‘쪼금/쪼끔’ 등으로 말하는 것이 그 예이다. |
(2) | 여성 발화어에는 ‘ㄹ첨가’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예로는 ‘요거로-요걸로’, ‘안 오려다가-안 올래다가’, ‘알아보려고-알아볼라구’ 등을 들 수 있다. |
(3) | 억양에 특징을 보인다. 평서문의 경우, 남성의 말은 짧고 급한 하강조로 끝나는 경향이 있고, 여성의 말은 다소 길고 완만하고 부드러운 억양 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의 경우, 하강조로 끝나는 것이 전형적인 유형인데, 여성어에 있어서는 끝이 다소 올라가는 느낌을 준다. 상승 억양이 쓰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단언적인 표현이 억제된 여성이 청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확인성 부가의문문 어법을 발달시키다 보니 평서문에서도 부가 의문문식 억양을 수반하게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본다. |
(4) | 표준 발음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교양 과시와 신분 상승의 욕구 때문에 여성이 표준음을 선호함을 지적하고 있다. |
경음을 더 사용한다는 것이나 ‘ㄹ’ 첨가 현상은 남성 발화와 여성 발화의 차이로 지적될 뿐 이러한 특징이 여성 차별 현상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논하기 어렵지만, 억양과 표준 발음의 현상은 레이코프(Lakoff1975)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여성이 확고한 진술과 관련된 하강 어조보다는 의문과 관련된 상승 어조를 많이 쓰는 이유가 여성이 남성보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확신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 어휘 선택의 차이
남자가 ‘어머머’라든가 ‘몰라몰라’, ‘별꼴이야’ 따위의 어휘를 사용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반인들도 어휘 사용 면에서 남녀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의 연구들에서 지적하고 있는 남녀의 어휘 사용 특성은 다음과 같다.[이석규·김선희(1992), 임홍빈(1993), 민현식(1995) 참조.]
(1) | 여성은 남성에 비해 축약된 형태의 어휘를 많이 사용한다. 그 예로 ‘그치?, 근데, 어쩜, -죠, -잖아요’ 등을 들 수 있다. |
(2) | 여성은 지시사의 사용을 통해서 작고 귀여운 어감의 어휘를 선택한다. ‘요것, 고것, 조것’, ‘요기, 고기, 조기’, ‘요거, 고거, 조거’, ‘요게, 고게, 조게’ 등이 그 예이다. |
(3) | 여성은 감성을 나타내는 부사나 감탄사를 빈번히 사용한다. 예로는 ‘아마, 너무너무, 정말, 사실, 굉장히, 아주, 무지무지, 막, 참’ 등의 부사나 ‘난 몰라, 나 어떡해, 이를 어째, 어쩜, 어쩌면, 얘는, 어머머, 어머, 엄마, 에그, 에그머니, 애걔걔, 망측해라, 세상에, 웬일이니’ 등의 감탄, 놀람을 나타내는 말, ‘글쎄 , 몰라, 몰라몰라’ 등의 애매함을 나타내는 말, ‘피, 흥, 남이야’ 등의 질투를 나타내는 말, ‘이것아, 얘’ 등의 호칭을 나타내는 말, ‘아니야, 싫어해’ 등의 부정을 나타내는 말, ‘미워, 깍쟁이’ 등의 반대 의미를 나타내는 말, ‘맞아, 있잖아, 누가 아니래’ 등의 맞장구를 치는 말, ‘뭐, 음’ 등의 군말, ‘계집애, 못된 것, 별꼴이야, 속상해, 이것아, 못살아’ 등의 분노나 욕설을 나타내는 말 등을 들 수 있다. |
(4) | 여성은 듣는 이의 말에 공감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어휘를 많이 사용한다. 예로는 ‘그래서? 그런데? 그러게 말야, 그럼, 저런, 쯧쯧, 어쩌나, 참 잘됐다, 멋지다, 어머나, 정말이야?’ 등의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다. |
(5) | 여성은 욕설과 금기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남성은 ‘제기랄, 자식, -새끼, -년’ 등을 강도 높게 사용하지만, 여성은 ‘계집애, (그) 작자, -년’ 따위를 쓴다. 그리고 성, 생리, 혐오물, 혐오 관련 표현을 남성들은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성은 이런 것을 꺼리는 심성이어서 완곡어를 쓰거나 비유하거나 은어화한다. |
여성이 사용하는 어휘의 측면에서 제시된 예들은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이 쓰는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어서 일반적인 추세 면에서는 타당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남녀 비율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대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요즘 젊은 남성들이 사용하는 어휘들 중에는 기존 논의에서 여성 어휘라고 하는 것들이 많이 쓰이고, 또 여학생 집단에서 직설적인 욕설과 금기어 사용이 점점 느는 추세여서, 앞으로 실제 조사로 규명된 자료가 더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
3) 말하기 방식의 차이
여성이 사용하는 말과 남성이 사용하는 말에 문법적인 차이가 있는가, 또 담화 속에 나타나는 화용적인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중심되는 내용들을 정리해 보이면 다음과 같다.[김선희(1991), 이석규·김선희(1992), 임홍빈(1993), 민현식(1995), 김순자(2000) 참조.]
(1) | 문장 유형 면에서 볼 때, 남성은 여성보다 서술문을 더 선호한다. 요청이나 명령을 할 경우에 남성은 명령문을 더 선호하고, 여성은 청유문을 더 선호한다. 여성들은 청자와의 대화 지속을 위한 전략으로 의문문을 많이 사용한다. 단순 의문문을 비롯하여 상대에게 동의 확인을 요청하는 다양한 부가 의문문을 사용한다. ‘그렇죠?, 안 그래요?, 그렇잖아요?, 알았죠?, ‘있지(않아요?)’, ‘ -지 뭐니?, -지 않니?’ 등을 사용한다. |
(2) | 여성은 남성보다 문장을 완성시키지 않은 채 끝맺는 미완성형의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
(3) | 남성은 격식체, 여성은 비격식체를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남자는 아주 높임의 ‘-습니다’를 사용하고, 여자는 ‘-어요’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문형에서 아주낮춤의 경우 남성은 ‘-(으)냐’체를, 여성은 ‘-(으)니’체를 사용한다. 남성이 ‘못 하냐, 그러냐, 안 오냐’로 말한다면 여성은 ‘못 하니, 그러니, 안 오니’ 등으로 말한다. 그리고 ‘-우’형은 여성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언니는 왜 그러우? ’와 같은 표현을 예로 들 수 있다. |
(4) | 여성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잘 쓴다. ‘ -더라구요, -거 같아요’ 외에 ‘ -잖겠어요, 글쎄요, 몰라요’ 따위의 예가 이에 속한다. |
(5) | 여성이 다변적이라는 점이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지만 여성이 다변적이라고 보는 것은 편견일 수 있으며 남성이 더 다변적이란 견해도 있다. 남녀 혼성 집단일수록 여성은 침묵하며 친근 대화 상황일수록 여성이 다변적이라고 한다. |
(6) | 남성은 말 가로채기, 화제의 주도, 침묵 따위로 대화를 지배하면서 경쟁적 대화를 추구하지만, 여성은 맞장구치기를 한다든가 상대방 대화에 지원 반응을 보여주며 협동적 대화를 추구한다. |
(7) | 여성은 찬사를 남성보다 많이 하여, 주로 외모, 옷, 장식 등에 대한 직설적 찬사가 많으나 남성은 찬사가 드물다. |
(8) | 여자들이 공손한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좀, 제발, -어 주다, -어 보다’ 등과 같은 공손 표지의 쓰임이 많으며,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맞장구치기, 간접적인 명령과 청유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공손함을 전달하기 위한 말하기 방식이다. |
이와 같은 발화의 특징들이 단순히 성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가 아니라 남녀의 차별이 있는 사회로 인하여 발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 또는 담화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성별 이외의 담화 상황의 요인을 참작한 다각도의 분석 논의가 필요하다. 여성 화자들은 끝이 분명하게 끝나지 않은 문장을 사용한다는 지적도, 보통 회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위가 완결문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성차를 운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남자는 경쟁적 대화를, 여자는 협조적인 대화를 한다는 특징에 대해서 그것을 단지 화자의 성의 변수로만 일반화해 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화의 참가자가 ‘협조적’이냐 ‘경쟁적’이냐 하는 것은 그 상황의 요인들, 곧 참가자가 일치된 의견들을 가지고 있느냐, 서로 호의를 갖고 있느냐, 그 대화를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는가 하는 상황에 의존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Cameron(1985) 참조.]
5. 맺는말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질 수 있는 의문점들을 중심으로 남자와 여자의 언어에 나타나는 차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초기 사회언어학자들은 성이라는 변수가 언어에 어떻게 반영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언어의 변이형에 대해 조사 연구하는 데 힘을 쏟았으나,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해석이 뒤따르게 되면서 남녀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하겠다. 국어를 대상으로 검토해 본 결과 지칭어와 대상 표현들에 나타나는 남녀 불평등의 사회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었고, 발화상의 남녀 차이에도 이러한 사회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하여 언어에 도사리고 있는 남녀 불평등 사상을 인식하게 되었다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남녀평등의 가치를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70년대부터 이러한 운동을 해 왔는데, 현재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Miss, Mrs의 구분을 없애고 Ms로 통일한 것이나, ‘man’이 들어간 단어들을 중성적인 용어로 바꾼 것으로, chairman→chairperson, policeman→police officer, postman→letter carrier, sales man→sales clerk 등을 들 수 있다. 국어에서도 요즘은 ‘학부형’이라는 단어 대신 ‘학부모’를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남녀 차별의 언어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등 언어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카메룬이 지적한 것처럼 언어가 관계하고 있는 현실이 성차별적인 이상 현실에 중립적인 단어는 존재할 수 없다. 오늘날 남녀 간 사회적 위치가 변하고 있어 언어에도 그 변화가 반영될 것이다. 사회의 변화가 언어에 반영되는 것은 시간적으로 더 오래 걸리는 것이긴 하지만 언어가 사회적 산물인 이상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의 결과가 언어에 자연스럽게 반영이 될 것이다. 언어에 나타나는 남녀의 ‘차이’가 더 이상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참고 문헌
첫댓글 남성과 여성의 언어중 제가 최근에 주목한 것이 남성이 쓰는 언어인 '형님/누님'이라는 언어인데요 이 표현이 바로 남성언어가 보여주는 일종의 격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여성도 물론 '오라버니'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왠지 고어체분위기가 나고 잘 쓰이지도 않죠 또 '언니'의 존칭표현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