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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명, 의료 윤리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되신 이유는?
--> 몇 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생명의료윤리와 의사직업윤리, 연구윤리등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외부자극들이 저를 깨우고 이끌고 간 것 같습니다.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겪어야하는 억울한 의료환경과 비난, 그리고 진료를 하면서 맞닥뜨리는 답답한 윤리적인 문제들이 저를 깨우고 있었습니다.
생명의료윤리에 대해서는 큰 충격을 준 책이 있었습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책입니다. 읽어 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우리가 필요한 기능을 가진 또 다른 부류의 인간들을 공장에서 생산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같은 인간이 아니라 나의 필요에 따라 소모품처럼 생산되고 버려지는 또 다른 인간!
어떻게 80여년 전에 이런 상상을 소설로 쓸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실제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동물의 몸을 이용해서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 이식해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또한 골수이식을 위해 HLA가 맞는 골수를 얻으려고 아이를 임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근처 나라에 돈만 내면 간이나 신장을 원하는 날에 장기이식을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을 했었을텐데 나의 입장만 생각하고 장기를 공급해주는 공여자의 희생은 외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거짓말로 믿고 싶지만 어느 나라에서 사람을 납치해서 필요한 장기를 떼내어 판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신분도 있을 겁니다. 정말 삭막하고 겁나는 세상입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생명의 존엄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자신이 보호받고 존중받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것이 바로
윤리입니다.
그러던 중 <의료윤리의 네원칙>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재미 있었습니다. 그런 흥미가 더해가면서 의료윤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가지에 가기를 치고 나갔고 더 깊은 내용까지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윤리에 대해 대학시절 그 누구에게도 배워본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공부였습니다. 아마 현재 대한민국 10만 의사 들 중에는 의료윤리 4원칙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의사로서 꼭 알아야만하고 지켜야만 하는 기본 원칙을 모르고 살아온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의사들이 착각하고 있는 일중의 하나가 나이가 들면 윤리적이 된다고 믿는 것과 전문지식을 많이 알고 있으면 최고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윤리수준을 가진다고 믿는 것입니다. 제 자신도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무지하게 살아온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2. 의료윤리연구회가 창립하게 된 계기는?(자발적? 필연적?)
몇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생명의료윤리와 직업윤리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데
개원의로서 다시 대학원에 가서 강의듣고 숙제하고 논문쓰는 일은 너무 벅차보였습니다.
기존의 윤리학회는 주로 교수님들로 이루어진 모임이고 너무 아카데믹한 것 같아
접근하기가 두려웠습니다. 나와 뜻이 같은 분들과 함께 모여서 편한 마음으로 강의도 듣고 의문이 가는 부분들을 서로 묻고 생각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모임이 개원의 생각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 먼저 깨닫고 호소했던 오피니언 리더 분들의 노력이 열매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생명의료윤리나 직업윤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자료가 부족한 우리나라 의료계 현실을 돌아보면서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하고 지켜야만 하는 기본적인 윤리를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우리를 다스리려고 다가올 것입니다
남들에게 다스려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다스려야만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겠다 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들이 깨끗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좋은 사회적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는 꼭 이런 모임을 빨리 시작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의료윤리연구회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3. 우리나라는 의료 윤리에 대한 연구자료가 많지 않을텐데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셨는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 의사가 아닌 분들이 의사들보다도 더 많이 의료윤리와 의사직업윤리에 대해 연구와 논문을 발표하고 있고 책들도 많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관련 책을 구입해서 사보고 그 책중에 나오는 refenrence 책이름을 알아두었다가 사서봅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 의료윤리상황과 정보를 접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다른 나라(미국, 캐나다, 영국등)에서는 의사협회에서 제공하는 윤리강좌가 많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진료를 하면서 꼭 지켜야 만하는 기본적인 의사직업윤리와 생명의료윤리에 관한 자료를 의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업데이트 하면서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회원은 매년 몇 시간씩 의료윤리와 직업윤리 공부를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만약 윤리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많은 불이익이 주어집니다.
인터넷과 기관지등에 이름이 공고되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벌금도 내야하고, 그래도 윤리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면허재등록을 할 수 없습니다.
비윤리적인 회원의 경우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하는 것처럼
징계의 한 종류로서 일정시간 윤리교육을 수업료를 내고 받아야만 합니다.
우리의 상황에서 볼 때 숨이 막힐 정도로 엄격한 자체적인 자율규제(self-regulation)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의사들이 전문가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강력한 자정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원들 자발적인 윤리연구모임이 이미 많이 만들어져서 사회적으로 생명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주장합니다.
선거철에는 대통령이나 정당, 선거출마자에게 생명윤리적인 문제나 의료정책 등에 대해 출마자의 윤리적인 견해를 질문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한껏 발휘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면 그 정책을 제시한 후보는 이런 단체의
질문에 그만 나가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후보들은 이런 첨예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피해보려고 그 윤리연구단체가 평소 주장한 정책들을 미리 제시하거나 자문을 의뢰하기도하고 압력이 두려워 단체가 제시한 정책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윤리적 우위를 지켜면서 진정한 압력단체로서 의사들의 권익을 향상시켜나가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4. 의료윤리연구회의 대상은 자격조건이나 제한이 있는지? 현재 동참하시고 계신 선생님들은 어떤 분들이 같이 하고 계신지?
의료윤리연구회는 매 달 첫째 월요일 저녁 8시에 대한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열립니다.
의사협회건물에서 개최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하려면 장소대여비를 포함한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이 낸 회비로 운영하는 회관을 회원들이 이용하는 것이니까요.
대한민국 의사면허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누구든지 의료윤리연구회에 오셔서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저변이 확대되고 영향력이 생기면 의사가 아닌 분들에게도 강좌를 오픈하고 싶습니다. 현재 경기 서울 지역에 한정된 회원 분들만 참여할 수밖에 없는 지역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타지역에서도 이런 모임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져서 지역에 있는 철학과, 법조계, 윤리학과, 종교계 지도자분들과 교류를 쌓으시면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현재 30여분의 개원의 지도자분들과 개인회원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 외에 이비인후과 개원의사회,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 ,서울 중랑구 의사회, 의학교육평가원이 단체회원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제가 소속해 있는 서울시 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도 후원과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더 많은 회원들과 개원의사회에서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리더들은 그 리더를 따르는 회원들에게 꼭 필요한 길을 제시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남이 다스리려고 다가올 것입니다.
5. 의료윤리라 하면 낙태, 존엄사, 배아연구 등 이비인후과랑은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데 이비인후과 개원의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지?
모든 것이 다 해당됩니다.
이비인후과 영역뿐만 아니라 의사라서, 아니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반드시 당연히 꼭 배우고 지켜야 만하는 것이 생명의료윤리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리고 탄생과 죽음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일들이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낙태만 하더라도 가정을 이루고 있는 모든 분들이 한번쯤은 고민하는 일이고,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면서 존엄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아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윤리에는 미끄럼틀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번 잘못 결정된
윤리기준은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것과 같이 모두가 쉽게 그 기준에 따라가기 때문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전체에게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비인후과적으로는 진료 중에 환자를 진찰하면서 꼭 간호 인력을 대동하고 진찰을 하도록 주의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epley maneuver나 청진 등 신체적 접촉이 있는 검사를 할 때는 반드시 다른 의료보조 인력을 동반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분의 병력을 철저하게 비밀로 지켜주어야 합니다. 시술을 하기 전에 충분한 설명(informed consent)을 하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또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첨단 의술이 개발되면서 연구윤리를 반드시 준수하고 그 실험대상이나 적용에도 기관윤리위원회 (IRB ; 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심의를 꼭 거쳐야만 합니다.
각 과 별로 각 과에 해당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먼저 찾아서 기준을 만들고 준비하지 않으면 낙태의사 고발사건과 같은 일들이 각 과별로 많이 발생할 겁니다.
6. 환자를 진료하실 때 특별히 남들과 다른점이 있으신지?
개원한지 올해로 16년 째 됩니다. 처음 개업했을 때의 열악한 진료 환경을 돌아보면 제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진료실과 대기실이 거의 한 공간이어서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한번에 4,5명씩 진료실로 불러서 진료를 했던 끔찍한 시간들이 생각납니다.
그런 열악한 진료실 환경인데도 저를 믿고 찾아준 환자분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지금은 가능하면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도록 진료환경조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 돈은 좀 들었지만 환자 분들을 배려하려는 노력에 환자 분들이 매우 만족해하시고 수입에도 긍정적인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진료할 때에는 웃는 얼굴과 존댓말을 사용하고 환자분에게 가능한 한 친절하게 진료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다들 그러시겠지만 가능한 한 설명을 쉽게 잘 해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노력해도 좀 삐딱한 환자분들이 간혹 속을 뒤집어 놓는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만
이게 내 직업인데 하고 참아 넘깁니다. 환자를 먼저 존중해주고 배려해드리면 환자분은 의사를 더 존경하고 따르게 됩니다. 이런 것이 바로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입니다.
7. 이비인후과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씀
제가 개업 할 때만 해도 왠만하면 개업에 성공해서 소위 메이저라는 숫자의 환자도 보고
빚도 수년 내에 갚을 정도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후배 선생님들을 보면 저보다도 많이 알고 계시고 머리도 좋은 분들인데... 참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더 나아질 상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혹 선배님은 먹고 살만하니까 윤리니 뭐니 하는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이렇게 나선 것이 결코 내 자신만을 위해 앞장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열악한 의료환경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 핏대를 높이는 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었으니까요. 저도 1999년 의약분업파동을 시작으로 의사협회 일에 많이 관여했었습니다. 2002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의사집회에서는 서울시 회원들 앞에서 제가 마이크를 잡고 집회를 인도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 TV뉴스에 제 얼굴이 여러 번 나와서 내가 이래도 되나 하면서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국회의원실과 복지부직원을 만나 설득도 해보고 그것도 성이 안차서 법조계분들이나 타 시민단체 분들과 함께 활동도 했었으니까요. 그런 몸부림의 과정 속에서 고민하며 깨달아가다가 의료윤리연구회까지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내가 속해있는 단체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비난하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내가 참여해서 나와 나의 동료,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힘을 보태 나갔으면 합니다. 우리가 제일 경계해야하는 모습은 바로 무임승차(free rider)하려는 자세입니다.
아무리 진료수가가 싸구려라고 하더라도 나의 윤리의식까지 그리고 나의 진료행위까지 싸구려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남들보다 좀 천천히 벌고 덜 벌더라도 깨끗하게 벌고 자부심을 갖고 의사로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좀 덜 가진 의사라는 판단은 감수할 있지만 비윤리적인 의사라는 판단을 받기는 싫습니다.
일부 의료정책가들과 정치가들이 통계장난과 언론플레이로 의사 옥죄이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르고 빠뜨린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윤리(ethics)입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 우리는 의료 윤리 4원칙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고 해석해서 잘 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윤리는 내가 먼저 지키고 붙잡고 나가게 되면 존경과 권익이 보호되지만
남에 의해 강요될 때에는 엄청난 비난과 수모, 그리고 경제적 손실이 따라 올수 있습니다.
이비인후과 모든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었으면 합니다
의료윤리와 직업윤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자리를 빌어서 의료윤리연구회 탄생에 많은 격려와 힘이 되어 주신 홍성수 회장님과 부회장님, 동료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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