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드라마 <그대 웃어요>를 보고 있노라면, 제목처럼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고 만다. 한때 잘 나가던 건설계 재벌집안이 쫄딱 망해 예전 운전기사 집에 사는데, 이 사람들이 구김이 없다. 아니, 심하게 말하면 배알도 없고 심지어 가장인 서정길(강석우)은 강만복(최불암)의 집과 카센타가 자신의 아버지가 사준 사실을 알아내고는 어떻게든 빼앗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단순히 몇 줄로 내용을 요약해서 그렇지만, 진행되는 과정이나 등장인물의 연기가 ‘코믹’에 집중되어 있어 즐겁게 볼 수 있다. 최근 정경호를 사이에 두고 이민정과 최정윤 자매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재밌기도 하지만, 새롭게 형성되는 서성준(이천희)-정지수(전혜진) 커플도 묘한 관심을 끌어낸다.
서성준은 아버지 서정길을 거의 빼다 박은 인물이다. 아버지가 미국으로 해놓은 모든 재산을 라스베가스 도박으로 날려먹은 희대의 걸물이다. 그래놓고는 가족들앞에서 시치미를 뚝 떼다가 나중엔 대성통곡을 하며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서정길과 강만복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강만복에게 붙어 세차일을 도우며 밥줄 얻어먹는데 열중한다.
그런 서성준에게 최근 눈길을 끄는 아가씨가 한명 생겼다. 바로 카센타의 한쪽 귀퉁이를 빌려 떡뽁이 장사를 하던 천애고아 정지수(전혜진)이다. 정지수는 첫출연부터 남달랐다. 그녀는 반쯤 부셔진 트럭을 끌고 와서는 이마에서 피를 질질 흘리면서, 차를 ‘고쳐달라’고 했다.
강만복이 지수를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아 병원에 데려가라고 하자, 성준은 몇 만원이라도 가질 생각에 냉큼 다녀오겠다고 한다. 그리곤 동생 서정경(최정윤)이 일하는 병원에 던져놓고는(공짜로 치료해달라고 하고), 자긴 그 돈으로 와인을 마시는 짓을 한다.
처음에는 별반 관심이 없어보이던 성준은 점점 지수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비록 세차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배운 골프로 돈 벌 생각을 하지 않던 그는, 맨날 지수가 돈을 입에 달고 살자 홧김에 골프교사로 나섰다.
그리고는 지수가 일하는 스낵바에 와서는 돈을 내보이면서, 마침 그곳에 있던 정경과 현수에게 한턱(?)을 쐈다. 지수가 자는 트럭에 와선 그녀가 감기에 든 것 같자, 점심때 찾아와선 병원에 데려가려 하지만 그녀가 막무가내로 안간다고 한다. 대신 지수는 집을 알아보러 가자고 하고 성준은 함께 집을 알아본다.
우여곡절 끝에 월세 20만원짜리 집을 구한 성준은 지수가 내미는 ‘3회 무료쿠폰’을 챙기면서 투덜거린다. 그러나 사실 그녀의 감기가 마음에 걸린 성준은 이불을 사오고는, 쿠폰을 ‘무한제’로 바꿔달라며 실갱이를 한다. 그러자 지수는 성준에게 ‘너무 많이 먹는다’며 그 이상의 쿠폰은 어렵다고 한다. 이불을 가져가라고 하자, 성준은 짐짓 나가있다가 지수가 이불을 써볼때쯤 나타나 다시 ‘쿠폰을 무제한’으로 바꿔달라며 실갱이를 부리다, 지수의 막강한 힘에 허리를 삐끗한다.
지수에게 덤비다가, 그녀가 째려보자 포스에 눌려버리는 성준.
성준은 잘 모르지만 정지수는 사실 보통 여자가 아니다. 카센터에서 일하는 박경수가 첫눈에 알아볼 정도로 그녀는 대단한 싸움꾼이다. 어쩌다 지금은 마음을 잡고 자수성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말이다. 현재 지수앞에서 알짱 거리면서 성질을 돋구는 듯한 성준의 행동은 위태로워 보인다. 성준은 기억 못하지만 얼마전 술먹고 주정을 부리다가 지수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드라마상에서 자세히 묘사는 안되지만, 화난 지수가 술에 취한 성준을 기절(?)할때까지 때린 것으로 여겨진다. 그 증거로 성준이 다음날 몹시 아파하자 파스를 붙여주는데 너무 아픈 부위를 골라서 해준다. 본인이 때리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지수는 현재 매우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고아’라고 했지만 이전까지 그녀의 행적은 전부 알려진 바가 없다. 현재 그녀는 형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 없는 집단에게 쫓기고 있는 신세다. <그대 웃어요>는 명랑 드라마라 끔찍한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 믿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거니까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대왕 세종>에서 장영실로 점잖고 심각한 연기를 보여준 이천희는 이번 드라마 <그대 웃어요>를 통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패떳>에서 웃고 떠들고 오버하는 듯한 캐릭터는 그동안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었는데, 그가 현재 연기하는 서성준은 거기에 너무 잘 맞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지수에게 반해 전형적인 백수형 재벌 2세에서 땀의 의미를 서서히 깨달아가는 청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그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거기에 더해 억척스럽게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지수와 티격태격하며 귀여운 사랑을 만들어가는 둘의 모습은 매우 이쁘다. 앞으로 둘의 애정관계가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그대 웃어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