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
성인제 회화展
2005_0413 ▶ 2005_0419
성인제_마음_장지에 채색_188×346cm_2005
초대일시_2005_0413_수요일_06: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2층
Tel. 02_734_1333
일상의 풍경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신비롭지 않다. ● 그러나 애정을 가지고 자세히 바라보면 저들끼리 맞물려 선을 형성하며 어떤 대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시간을 투자해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열려지는 풍경이다. 마치 옛날 만화나 영화에서 아주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갑자기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듯이. ● 낯선 세계에서 혹은 익숙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해줄 4차원의 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세밀하게 3차원을 형성하는 면과 면 사이를, 2차원을 형성하는 선과 선 사이를 뒤지다보면 어느 순간 4차원의 문이 열려진다. 그 순간 공간은 확장되고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문, 가구, 전등, 층계, 나무, 아스팔트 위의 표시선... 이런 것들이 가려져있던 구성의 묘미를 보여준다.
성인제_사모_장지에 채색_130×162cm_2004
성인제_천국으로_장지에 채색_112×81cm_2004
성인제_눈 내린 날_장지에 채색_35×35cm_2004이렇게 열려진,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과 너무도 흡사한 이 공간은 우리만의 혹은 그들만의 공간이 아닌 공유된 공간이다. ● 그림에는 두 존재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나와 같은 존재이며 하나는 나와 매우 흡사하나 다른 존재이다. 가끔 두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감았던 눈이 떠지면 나는 일상과 흡사하나 다른 대기가 흐르고 있는 풍경을 보게 된다. ● 나는 그 풍경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주로 선, 특히 연필선을 많이 사용한다. 그 풍경이 주는 모호함과 주로 완성되기 전, 밑그림을 그릴 때 사용되는 흐릿한 연필선의 모호함이 잘 맞는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어떤 도구보다 연필을 종이에 대고 그으면서 나의 감성이 화면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느낌을 갖는다. 선들이 갖는 미세한 변화는 마음을 설레게 하며 감정을 정화시킨다. 아무리 가녀린 선이라도 적절한 위치에 그어질 때 공간을 결정하고 공간의 감성을 담아내는 힘을 갖게 된다.
성인제_빈 방 있어요?_장지에 채색_37×53cm_2005
성인제_mug_variation_종이에 혼합재료18×13cm×9_2001
성인제_waterbottle_variation_종이에 혼합재료18×13cm×7_2001그림속의 존재들에게는 표정이 없다. 굳이 표정을 그려야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지만 그릴수도 없다. 표정을 지어준다는 것은 공간을 감도는 대기의 흐름이 멈춰버리게 될 것 같은, 마치 응고제를 넣어버린 화학물처럼 그 모든 상황이 굳어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일게 한다. ● 그리고 어쩌면 다행히도 아직은 그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림 속 풍경은 그림 속 존재의 표정이기도 하고, 그들이 그 속에 섞여 들어가 또 다른 풍경을 이루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