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스님의 말씀
"너무 바쁘지 않으시냐?
법회하시느라 바쁘게 오가시고 방송도 여러 개 하시고... 그리 계속 하시다 보면 몸을 상하실 수 있다, 너무 유명해지시고 그러면 좀 시끄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라..."
지난 일요법회 법문 중에 우리 스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부산 서울을 매주 오가시며 법문을 하시고 강의 촬영도 하시며 TV에도 다른 방송에도 출연 중이신 스님께 주변 여러 도반님들께서 걱정하시며 이런 저런 말씀들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땐 그런 걱정들이 참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을 좇아가다보면 이 스님이 이리 저리 다니느라 일이 복잡하고 바쁜 듯하기도 하며 늘 시간을 다투며 위태롭게 사는 듯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그냥 눈앞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가? 그냥 그 때 그 때 법회를 할 뿐이다. 일주일에 겨우 세 번 아니면 네 번 법회를 하고 있는 것 뿐이지 않은가? 실은 전에 군법사 시절에 비하면 정말 편하기 그지 없으며 하나도 안 바쁜데 말이다."
#2 선향지의 이야기
이제 다음 달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대원정사에서도 연등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법회가 있는 이틀 정도를 제외하고는 법당 문을 평소에는 열지 않기에 직접 오셔서 등접수를 하시는 신도님들은 적습니다만, 유튜브와 방송에서 우리 스님께서 전하시는 "생사를 대적할 이 공부"에 발심하신 여러 법우님들께서 전국에 심지어 전세계에 걸쳐 계시다보니, 홈페이지를 통해 또 유튜브 안내글을 보시고 등접수를 하시겠다 연락주시는 분들이 부쩍 많이들 계십니다.
부득이 늘 비어 있는 법당의 전화 문의에 조금이라도 응답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번호 착신을 해 둔 탓에, 이제 총무의 핸드폰은 그야말로 전국 목탁소리 법우님들의 공용 전화가 되었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 또한 참 감사한 쓰임임을 알겠습니다. (^^)
연등접수 공지가 나가면서 한 며칠 간은 이 개인 폰으로 등접수 연락을 무척 많이 받기도 하였습니다. 통화 중에도 울리는 전화들이 많아 못받은 전화들이 더 많았을 정도였습니다.
얼마 전인가, 쉴 사이 없이 울려대는 저의 전화와 연등접수 통화 모습을 얼마간 지켜보시던 한 도반께서 무척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무리 복짓는 일이라 좋아도 그렇지, 자기 일도 하느라 안그래도 바쁘게 사는 사람이 또 이렇게 법당 일까지 본다고 종일 전화를 붙들고 살아서야 되겠나? 바쁘지 않은가? 그렇게 힘든데도 이 일 저 일 다 하려고 하는 것도 욕심이 아니신가? 부지런히 노력하는 모습도 참 좋지만 바쁘고 아프고 할 땐 이 일도 좀 내려놓아야 하지 않는가...?"
우리 스님께서 저 위에 적힌 법문 말씀을 하신 것이 제가 이러한 걱정 아닌 걱정 말씀을 듣고 난 뒤 곧 이었습니다.
아......! 스님의 저 말씀에 선향지가 속으로 얼마나 염화미소를 지었던지요! 저 영산회상에서의 부처님과 가섭의 이심전심도 이만하진 않았을 것이리라... 감히 이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웃고 또 웃었습니다!
#3 선향지의 마음공부
우리 스님께 이 공부를 가르침 받은 이후로 그래서 이 세상의 근본 이치에 눈을 뜨고 부터는, 감히 말씀드리건대 언제부터인가 "애써 열심히 노력하고 억지로 부지런히 정진하는 마음"을 쉬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바도 없으며, 좋은 결과 내기를 바라기도 합니다만, 모두 그냥 합니다.
이 일이 내게 이익이 되니, 복짓는 일이니, 돈이 되니, 하기 싫어도 열심히 부지런히 한다면 그것은 욕심일 것입니다. 앞으로 좋으려고 지금 좀 하기 싫지만 억지로 애써 한다면... 그 노력은 매우 가상합니다만, 그것은 무위가 아닐 것입니다.
몸 받아 사는 이 세상에서도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있으며, 그 일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한다면 그것은 유위의 억지 노력일 것이며, 해야하는데 안 하고 나태하다면 그것은 게으른 방일함일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나가서 해야 할 직장 일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살면서 해야 할 집안 일들도 있습니다. 그 여러 일들의 한 가운데에, 생사의 도리를 환히 밝혀주신 한 분 스승께서 계시는 대원정사의 법당 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매일 매일 쉴 틈없이 해야할 일은 또 전혀 없습니다. 모두 눈뜨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듯, 배고프면 밥먹고 목마르면 물마시듯 하는 일들일 뿐입니다. 다 그러합니다. 그러니 실은 아무 일이 없습니다. 그저 눈앞을 살 뿐......
하고 싶어 욕심나서 하는 일들도 아닙니다. 노보살님들께서 한 번씩 칭찬과 격려의 말씀으로 해주시듯, '이 좋은 소임을 맡아 하고 있으니 앞으로 복많이 받고 크게 좋은 일만 있으리라' 하고 바라면서 하는 일들도 아닙니다. 이 일이든 저 일이든 힘든 데 억지로 하는 바도 없습니다.
다 인연따라 눈앞으로 따라온 일들이라 그 인연에 반응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 돈벌어서 좋으니 직장일도 악착같이, 복지어서 좋으니 법당 소임도 열심히?... 때로 너무 그런 마음이 아니어서 스스로 너무 송구할 때가 있을 만큼... 다 그냥 하고 있습니다.
작년, 스님께서 대원정사를 개원하시기 직전까지만 해도 욕심이 있었을 겁니다. 어떤 소임이든 맡아 열심히 부지런히 누구보다 잘 하리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이 일이 우선이라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이 일부터 하겠다 했을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 같았다면 아마도, 이번 주 아카데미에서 스님께서 주신 미션 숙제의 "절대 버리기 힘든 일" 중 유일한 하나의 리스트가 이 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지금은 모두 그냥 합니다.
이 일도 저 일도 모두 밥먹고 물마시듯이 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선 종횡무진 훨훨 날아다닌다고 사람들이 말합니다만... 그런 척하는 것일 뿐, 실은 다 그냥 하는 일입니다. 법당에서도 이것 저것 다 합니다만, 좋아서 신나서 잘하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다 그냥 그냥 합니다.
싫은데 힘든데 좋아지려고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합니다. 행여 인연이 다 하여 더 못할 사정이 되면 또 그대로 훌훌 털고 돌아설 줄 아는 인연으로 반응할 것입니다.
이 몸으로 살아온 이번 생 동안 밥먹고 살아왔듯이 그렇게 이 일도 저 일도 하는 것입니다. 가족들도 그렇게 만나며 집안 일도 그렇게 합니다.
여러 좋으신 도반님들도 좀 죄송하긴 하지만 좋아 죽겠는 마음으로가 아니라, 사실 그 하나의 마음으로 대합니다. 우리 대원정사 모든 법우님들께도 그러하며 또한 이렇게 살도록 인연길을 밝혀주신 한 분 스승을 대할 때도 그렇게 만납니다.
산책 길에서 나무를 꽃들을 만날 때도, 시원한 봄바람을 만날 때도, 흐린 하늘을 대할 때도, 우산 없이 소나기를 만날 때도, 도로에서 차 앞으로 끼어들어 깜짝 놀래키는 운전자들을 대할 때도... 다 같은 마음으로 만납니다. 다 그냥 합니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열심히 애쓰고 있는 모습으로 다른 분들의 눈에 비치는 것이라면... 선향지가 그런대로 이 모든 역할들을 꽤나 매우 잘 하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니 그 또한 좋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내 진짜 마음만이 알 일입니다. 내 부처는 다 알고 있을 마음입니다. 그저 이 일밖에 다른 일이 없으니... 이러하다 해도 이 일이요, 저러하다 해도 이 일이며, 잘한다 하더라도 이것이요, 못한다 하더라도 이것일 뿐...
애쓰고 말고를 훌쩍 넘어
잘하고 못하고를 훌쩍 넘어
좋고 싫고를 더 훌쩍 넘어...
다 그냥 합니다.
다 그냥 할 뿐입니다.
그저 이 일 뿐입니다.
그저 그랬을 뿐입니다.
전부가 이 하나의 일임을 마침내 다 알게 끌어가 주셨기에 스승께 매일 감사의 삼배 합장 올립니다만... 이 또한 그냥 합니다.
이렇게 법상스님께 계속 배우며
그냥 그냥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선향지 합장 올림
#4 덧붙임
"아니 전화를 왜 그리 안받느냐,
대체 연락이 왜 그리 어려우냐,
전화를 얼마나 했는지 아느냐,
몇 번을 해도 안받기에 며칠동안 계속했는데 이리 갑자기 받으니 할 말을 까먹었다..."
전화를 제 때 제대로 받아 응대를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할 적이 많습니다. 전화 통화가 많아서일 때도 있고, 다른 일들이 있어서일 때도 있으며, 가끔씩은 바쁘다고 혼내시는 저런 도반님들과 함께 있어 눈치보느라 그럴 때도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하실 땐, 먼저 문자로 말씀을 남겨주시면 후에 다시 꼭! 총무가 순차적으로 연락을 드립니다.
여러 도반님들의 양해와 사랑을 구하오니 너그러이 좀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늘 감사 또 감사드리고 있는 이 마음을 다 알아주시리라 합니다.
이 말씀을 올리려고 시작한 글인데... 또 이렇게 길어 집니다.😂
모두 둘 아닌 하나로 사랑합니다
감사 또 감사합니다
💧대원정사 총무 선향지 올림
첫댓글 🌸🌸🌸🌸🌸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