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집필노동자 홍승은님의 강의를 요약하면서 떠오른 단상들을 함께 나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언급하기 를,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일년 에 500파운드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한 말 이 정말 사실이다. 10분을 쓰더라도 나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공간이 필요하다 .
나는 왜 글을 쓰게 됐는가? 이력서에 쓰여진 삶 을 보고 주석을 달고 해명을 요구하는 세상, 나를 바라보는 납작하고 차별적인 시선과 인식들 을 경험하면서 "내가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작가 홍은전의 <그냥 사람> 서문, "차별 받았던 사람이 저항하는 사람이 되는 일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는 말처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차별 때문에 생긴 고통과 아픔을 달고 살지 않겠다, 나도 모르게 내가 삼켰던 언어들을 벗어내겠다는 결단이었다. 또한 내가 경험한 차별이나 눈 앞에서 목격한 누군가의 차별, 이 세상의 폭력을 기록하는 일이 어떤 운동이나 실천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쓰게 되었다. 그리고 자 신의 언어를, 분노의 방향을 찾지 못한 누군가에게 공명을 주고도 싶었다.
글을 쓴다는 건 "이런 사람, 여기 있어요." 같은 어떤 이정표나 깃발을 흔드는 일과 같다.
"목소리를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 말할 수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역할을 가진다는 것, 주체성을 가진다는 것, "이 경찰이 폭력을 쓰는 것을 내가 목격했습니다"라는 말이든 "아니, 너랑 섹스하기 싫어"라는 말이든 "내가 꿈꾸는 사회는 이렇습니다"라는 말이든 남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리베카 솔닛,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p.88
쓰다라는 동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읽히다라는 동사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 사회에서 읽힐 권리, 들릴 권리로서 이야기해야 한다. 누구 의 말에 더 권위가 실려왔고, 누구의 말을 누가 더 신뢰를 갖고 들어왔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왜 이 이야기는 똑같은 권위를 얻지 못하는가. 어째서 중요한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함께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과 소수자의 글쓰기란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영역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들릴 권리와 읽힐 권리, 최종적으로는 내가 나로 존재하는 권리가 이 사회의 현상들과 다 연결되는 것이다.
어떻게 잘 쓸까라는 익숙한 질문은 잠시 내려놓고 나는 어떤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을 중심에 잡고 쓰기를 권한다.
#집필노동자 홍승은님을 다시 만났다.
여성주의 글쓰기에 가장 적합하고, 가장 잘 강 연해줄 강연자기에 단체에 추천했다. 같은 강연을 두 번째 듣는데도 새롭고 감동과 도전이 있다.
"글을 쓴다는 건 '이런 사람, 여기 있어요.' 같은 어떤 이정표나 깃발을 흔드는 일과 같다."는 말에 마음이 쿵 했다. 다음카페를 개설하고 나는 무엇을 말하고 어떤 메신저가 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도 여전히 탐색중이다. 다음카페에서 나의 위치는? 나의 이정표와 깃발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으로 글을 쓰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나를 다시 고민하게 하는 문장이다!
그동안 다양한 관심사와 이야기, 정보들을 공유하고 공감을 요청했다. 조회수와 방문수를 다 믿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 혼자가 아니구나,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위로를 받았다. 손님으로는 댓글을 남길 수 없어 타인의 댓글 하나 없는 카페지만, 글을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 나만의 글쓰기를 선보였다.
때로 분투하며 진을 뺀 글쓰기 작업은 새벽까지 몰아가기 일쑤였다. 아직은 "저는 이런 사람이예요" 라는 작은 깃발 하나를 내걸고 "여기 좀 봐주세요^^" 하며 작은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리베카 솔닛은 나에게 목소리의 힘을 가르쳐준, 소중한 작가다.
"목소리를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 말할 수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역할을 가진다는 것, 주체성을 가진다는 것, "이 경찰이 폭력을 쓰는 것을 내가 목격했습니다"라는 말이든 "아니, 너랑 섹스하기 싫어"라는 말이든 "내가 꿈꾸는 사회는 이렇습니다"라는 말이든 남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짧은 몇 문장에 글쓰기의 중요 핵심이 다 있다. "제가 경험해봤는데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라는 반박글, "이건 말이 안되잖아요. 이건 바꿔야 해요"라는 주장글, "이건 제가 읽고 보고 써봤는데요. 정말 좋더라구요. 꼭 해보세요"라는 설득글, "저는 요즘 이렇게 생각하고 느껴요" 란 고백글 등 일상의 다채로운 경험과 생각, 감 정, 느낌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때론 친구에게 얘기하듯, 때론 혼잣말로, 때론 잠시 당신의 어깨를 빌려달라며 독자의 호응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같이 사는 파트너보다 더 많이 날 공개하고, 소소한 일상을 더 자세히 열어보인 공간이 이 곳, 여성말글삶 연구소 플랫폼이다.
올해 2월 22일 카페를 개설한 후 살짝 3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늘 이 자리에 머물러 글을 읽고, 카페를 방문해준 모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있지만, 내 목소리가 있는 곳에 찾아와 내 목소리를 읽는 이들이 있기에 다시 글쓰는 힘과 에너지, 용기를 얻었다.
홍승은님의 여성주의 글쓰기를 정리하다 갑자기 감사 인사를 전하게 되었다. 그만큼 나에게 글쓰기는 목소리를 찾는 일이요, 세상과 연결하는 중요 도구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이기에 "여성살롱",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하다.
두려움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 새 분노할 곳에 분노를 쏟아내고, 연대할 곳에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처럼 아파하는 이들과 연대하고, 마음을 나눌 곳에 마음을 나누며, 내가 가진 좋은 것을 공유하며 걸어가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의 말과 글의 생생하고 파워풀한 힘을 보여주며, 여성의 삶을 변혁하고 추동하는 성찰과 실천들을 잘 담아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