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한 청도여행
쑨난난이 집에 찾아왔다. 나를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큰아버지라 부르기도 하는 23살의 중국 한족 여직원...... 중국의 부친절(아버지의 날)에는 핸드폰에 축하 메시지를 보네주기도 하고 내 생일날을 잊지 않고 기억해 선물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놈에게 너는 내 딸이라고 한다. 가끔 고집을 피우다가 야단을 맞기도 하지만 아주 총명하고 정이 많은 딸이나 달음 없는 놈이다.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전 사표를 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간 쑹칭리가 생각나서 전화를 해 보라고 했더니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전화를 끊은지 얼마 안되어 칭리한테 전화가 왔다. 칭리가 있는 곳으로 놀러 가겠다고 했더니 내일 일요일이지만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칭리를 만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작은 배낭에 세면도구, 신분증, 지도를 넣었다. 가자! 어디를요? 청도! 너 아직 청도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잔아..... 애비가 구경시켜 줄께.... 시외버스터미널에 전화로 문의 하니 청도 가는 표는 한 시간 후 것부터 있다고 했다. 직접 전화를 걸어 차시각을 문의하는 나를 보고 딸놈이 하는 말 “니 쩐 리하이” 중국에 2년동안 살면서 참 많이 들어본 소리다. (ㅎㅎㅎ) 옌타이 창투 치처짠(연태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12시 15분 출발하는 청도행 버스에 올랐다. 연태에서 청도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는 아니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곳도 있고 도시 한복판을 지날 때도 있고 꿔루페이(도로통행비)도 받는 구간도 있고 사람이 횡단도 하는 한국의 준고속도로와 같다. 잘 가꾸어진 가로수가 길 양변에 널어서 있고 길 주변은 7월의 푸르름으로 물들어 여행자의 기분을 최고로 만들어 준다. 중간에 한 번, 5분간 정차를 한다.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약 3시간 조금 지나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지도를 파는 사람, 여관을 알선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시내 중심가인 썅강중루(香港中路)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 중국에서는 버스정류장을 “처짠”이라고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딸의 핸드폰이 울렸다. 고등학교 친구인데 여기서부터 함께 동행하면 안되요? 친구는 롱코우시(龍口)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제남의 대학(2년제)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지금 청도 시내에 있는 미국제약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출발할 때 전화를 해 오늘 청도관광에 동행하자고 약속한 친구이다. 우리 셋은 5.4광장에 도착....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 가이드의 핸드마이크 소리를 들으며 따라다니는 단체관광객...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오늘 5.4광장엔 사람이 무척 붐빈다. 기념사진도 찍고 광장주변과 해변을 산책... 6시 반경 북한 음식점 평양관으로..... 여성복무원들의 한복도 바뀌었고 전에 근무하던 5-6명의 북한여성복무원들이 한명도 안 보인다. 북한 가요를 방영해 주던 TV도 꺼져 있다. 메뉴판을 들고 온 복무원은 중국여성이다. 불고기와 빈대떡, 시원한 맥주를 주문..... 고기를 먹은 뒤 냉면을 먹겠느냐고 물으니 배가 불러 못 먹겠다고 한다. 사실 두 번 먹어 보았지만 이름과 달리 이곳 냉면 정말 맛없다. 저녁 7시부터 하는 복무원들의 노래도 춤도 없어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나이 40을 조금 넘긴듯한 여성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전에 근무하던 복무원들은 전부 평양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면 다시 평양에서 여성복무원들이 온다. 나는 중국인민해방군 현역 여군신분이기 때문에 외국인 조선(북한)과 합작기업을 할 수 없어 이 식당의 명의는 남편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가 사장이다. 그녀가 나의 물음에 답한 내용이다. 중국에 있는 북한음식점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고 여성복무원들은 대부분 평양의 외국어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라는 나의 상식에 큰 혼동을 일으켰다. 전에 왔을 때 찍어둔 북조선처녀들의 사진은 영원히 주인을 찾을 수 없단 말인가? 다시 한번 찾아가서 확인해야만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초고층 빌딩이 운집한 청도의 밤거리는 정말 화려하고 멋있다. 얼마동안 거리를 산책 하다가 우리는 헤어졌다. 딸은 친구집으로 함께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도 나누면서 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그랜드리전시호텔(麗晶大酒店) 부근 민박집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아침식사제공,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독방의 하룻밤 숙박비는 100원(한화 13,000원) 6년전 흑룡강에서 청도로 온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집이다. 이런 민박집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중국의 도시에는 많이 있다. 대개 아파트를 임대하여 방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북경과 천진에는 빌딩 한 층을 개조한 대형 민박집도 있다. 처음에는 안전문제가 염려되어 여행할 때 꼭 호텔을 이용했었는데 주인으로부터 현지 정보를 들을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여행지에서 일을 처리 할 수도 있고 안전문제도 크게 염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호텔보다 훨씬 비용이 저렴한 민박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민박집에서 만난 한국인이나 조선족...민박집 주인에게도 자신에 관한 과다한 정보노출이나 돈 자랑을 하면 안 된다. 그들의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잘 때는 문단속을 완벽하게 하고 꼭 독방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중국에서 돈 자랑 하는 것은 자신을 변사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깼다. 샤워를 하고 주변을 산책 하려고 했지만 비가 내려 포기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지난 밤 집 부근 도로에서 계속 택시운전사와 싸우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한 놈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한국인이라고 한다. 술이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해 택시비를 지불하면서 중국인은 믿을 수 없으니 먼저 잔돈을 주면 100원짜리로 택시비를 지불하겠다고 하다가 중국인 운전수와 싸움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놈의 행동을 보고 중국인 운전수가 한국인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질까? 8시 반쯤 민박집을 나와 오늘 연태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산부호텔 3층에 있는 기차표판매소를 찾아갔다. 청도에서 연태로 가는 기차는 아침 8시 45분에 출발하며 하루에 한 번 있다고 한다. 오랜만에 기차여행을 하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차비는 얼마냐고 물으니 기차역에서 표를 사면 35원인데 호텔 내 그곳에서 사면 수수료 30원이 가산되어 65원이라고 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대답이다. 무슨 수수료가 차비와 맞먹는지............ 중국에서 바가지 안 써는 좋은 경험을 했다. 중국에는 담배값도 지역마다, 판매소마다 다르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청도대학으로 갔다. 청도에서는 제일 좋다는 대학 캠프서를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 두개를 지나면 되는 것 같아 주변 구경도 할 겸 걸어서 갔다. 인조잔디를 깔아 놓은 깨끗한 청도5중 운동장에는 시민들이 보슬비를 맞으며 조기축구를 하고 있었다. 중국에는 중학교의 고유이름이 없는 것 같다. 지역이름에 개교한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는 모양이다. 청도 1중, 연대3중, 북경 70중..................... 학교이름만 보면 해당 학교가 지역에서 몇 번째로 설립된 학교인지 알 수 있다. 지역 이름에 숫자를 붙인 교명은 일제시대 한국에도 있었다. 경남제1중, 제2중, 경남 제1상업중, 제2상업중......
최근엔 구미1대학, 안산1대학도 생겨났다. 파리의 대학이름을 흉내 낸듯하다......잘은 모르겠다. 보슬비 내리는 청도대학 캠프서를 산책하고 있는데 난난이 전화를 했다. 지금 막 일어났는지 잠이 들껜 목소리다. 시계를 보니 9시45분이다. 빨리 일어나 오라고 하니 어제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단다. 곧 중산공원(中山公園)으로 갈 테니 우선 터미널에 가서 연태로 가는 오후 버스표를 예매한 후 10시 30분까지 정문으로 오라고 했다. 청도대학 정문 앞에서 중산공원으로 가는 2층버스를 탔다. 2층버스를 타니 더 멀리 볼 수 있고,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영국 런던 갔을 때 천장도 없는 2층 버스를 본적 있다. 그런 버스 타고 런던시내관광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그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겠다.
내가 막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두 놈이 도착했다. 입장권을 샀다. 한 장에 12원.....자세히 보니 입장권 이름이 日場票이다. 표 전면에는 7월 5일부터 8월 28일까지 “대형 예술등 전시회” 안내가 있다. 후면에는 중산공원은 1901년 식물시험장이었는데 후에 “旭公園” “第1公園”으로 부르다가 1929년 손중산의 이름을 따서 中山公園으로 개명했으며 년간 200만명이 찾는다고 인쇄되어 있다. 정문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주간(아침 6시부터 오후 5시) ->12원 야간(오후 5시 이후 밤 9시 30분) ->15원 중학생, 소학생(초등생) -> 반값 우대, 주간:6원 야간:8원 노년증(노인증) 소지자 ->免費(무료) 키 120cm 이하 어린이, 현역군인, 장애인 -> 면비(무료) 야간에 큰 비로 인해 예술등이 안 켜질 경우 발행일부터 3일간 입장권 유효. 우거진 숲 사이로 많은 길이 있어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시간도 없고 해서 몇 곳만 둘러보고 공원을 빠져 나와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내가 올 때 타고 왔던 316번 2층 버스를 탔다. 그런데 조금 가다가 이상한 소리와 함께 아래층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운전수가 올라와 빨리 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차에 불이 났다고 생각한 승객들이 서로 먼저 내리려고 아우성이다. 겨우 차에서 빠져 나와서 보니 핸들부근이 타면서 연기가 날뿐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층 버스가 구경하기엔 좋지만 사고가 나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버스를 갈아타고 시내에 있는 한국음식점 “청사초롱”으로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아침을 안 먹고 왔다는 두 놈....아주 맛있게 식사를 한다, 주변 대형할인매장을 둘러보고 터미널로 가서 딸의 친구와 작별하고 4시 45분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중국어와 영어 안내멘트가 있은 뒤 복무원에게 청도에서 연태까지 거리가 얼마냐고 물으니 228km 라고 한다. 잠시 후 안내양의 또 다른 안내방송이 있어 딸에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 카드를 만들면 1년에 10번 같은 회사의 버스를 이용할 경우 한번은 공짜라고 한다. 카드이름은 “우혜카” 다시 말해 “우대혜택카드”라는 뜻이다. 카드발행을 위한 복무원의 몇가지 질문에 직접 대답한 나는 그녀로부터 다음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 “니 한위 파인 헌 하오” ㅎㅎㅎ
여행기간 : 2005년 7월 9일 - 2005년 7월 10일 가져온 곳: [송재하의 중국노트]  글쓴이: 송재하의중국노트 바로 가기 가져온 곳: [중국 청도에서 생활하기]  글쓴이: 도우리 바로 가기 |
출처: 송재하의 중국노트 원문보기 글쓴이: 도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