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묘사가, 처음부터 젊은이가 질 거라는 암시를 풍기고 있습니다. 한 문장을 읽을 때 수미상관에 따라 앞을 보면 뒤를 예상하게 되듯,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젊은이와 노인이 체스로 대결합니다. 우리의 바둑과 같이 젊은이는 흑, 노인은 백입니다. 지고도 이긴 젊은이, 이기고도 진 노인의 묘사가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대한 묘사임에도, 장황한 부연설명이 독자로 하여금 그곳에 빠져들게 합니다. 젊은이는 보나마나 하수입니다. 노인은 좀스럽지만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고수입니다. 젊은이는 오만하고, 패기만만하기만 합니다. 차라리 질 바에야, 예측하지 못하는 하수의 방법으로 돌파나 해봅니다. 어느 한 게임을 시작하여 고수까지 가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자존심 상하고도 시간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자존심만 세고 노력이 부족한 저는 일찌감치 각종 게임들로부터 손을 뗐습니다. 따라서 할 줄 아는 잡기가 없습니다. 작품 속의 젊은이가 오랫동안 노력한다면 저 노인과 자웅을 겨뤄볼만 할 것입니다. 비록 젊은 시절을 다 잊어먹었을지라도 노인은 그 젊은이보다 두 배는 더 살았고, 오래 살아남은 종자입니다.
사족입니다만 저는 로봇이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로봇을 만든다면 로봇은 인간에게 자기들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할 것입니다. 로봇은 인간의 완성체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긴긴 어린시절부터의 성장이 이어져와 어른이 된 것입니다. 젊은이와 노인, 혹은 아들과 아버지의 싸움이란 것이 바로 로봇과 인간의 싸움 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전자는 후자를 이기지 못하고, 비열하게라도 후자는 전자를 이겨버립니다. 그저 벗어나거나 도망치는 정도 외에는, 즉 이 체스 판에서 청년이 나가버리지 않는다면 늘 하수로 남을 테지요.
작품에서 청년은 무례하게 게임을 끝내버렸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긴 것일까요? 그 노인은 체스 게임은 그만두고자 마음 먹어버립니다. 좀스러운 승리, 정석에 따른 승리로 시기의 대상이 되어 전전긍긍하느니, 사교적이고 승패를 가릴 것이 없는 게임으로 옮겨가고자 하는 것이죠.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한자어가 그의 마지막 심정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말뜻 그대로의 전율(戰慄)이랄까요. 두려움과 오싹함.
유: 쥐스킨트가 체스를 잘하거나 고수를 샀거나, 하여튼 경이롭다. 시사하는 바보다는 묘사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임: 노인이 여유없는 챔피언이다. 노인은 야박한 승리, 정없는 체스경기를 해왔던 것이다.
황: 약자를 응원하는 게 아닐까....
유: 내 어릴적 동네에서도 씨름 경기라든가 하는 것이 있을 때 항상 강자가 있곤 했었다.
임: 꼭 약자라서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황: 승부를 깊이에의 강요의 연장선상으로 보는데, 이 노인은 누구에게 졌느냐, 구경꾼들에게 진 거다. 구경꾼들에게 좌지우지 된 것이다. 아무 책임없는 구경꾼들이 만들어 놓은 착시효과다. 종교현상 같은 느낌도 받았다. 기도원에 들어가보았는데, 여기서 며칠 있으면 정상인도 세뇌당해서 또라이가 되더라.
일 때문에 판촉물 행사에 가봤다. 갑자기 애국가를 부르더라.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무신경하게 따라가는 것일까. 이런 무신경이 무서운 것이다. 여론도 무섭고, 여론조작하는 신문도 무섭다. 특히 노동자들이 공부할 여력이 없기에 뉴스에 세뇌당한다.
이: 그렇게는 못 생각했는데 그럴수도 있겠다.
임: 평론가의 말마따나 쥐스킨트의 작품들은 삼각구도다. 3자는 대중이다. 주인공 운명에 가장 큰 결정을 주는 것은 제3자들이다.
황: 왕따현상에 대해 인터넷 토론해본 적이 있다. 어린 친구들은 자기 경험에는 왕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몇 가지를 건드려주면 아 그런 친구 하나 있었어요 하더라. 방관자는 기억을 못하고, 책임지지도 못한다.
유: 동조하는 다수자와, 소수의 의견선도자.
황: 맞다, 다수자가 무섭다.
이: 심리학적 설명들.#^$*%^*(%
황: 억압사회일수록 질서포비아. 돌을 던진다. 독도? 교회? 그저 맹종일 뿐.
임: 구경꾼들에 의해 패배했지만, 노인이 느끼는 것은 젊음에 대한 패배가 아닐까.
황: 젊은 여자가 패배하는 법, 노인이 패배하는 법, 공부만 하던 이가 패배하는 법.
임: 패배라는 점은 쥐스킨트 작품 모두를 관통하는 문제.
황: 한국사회의 루저담론.
임: 홍대 루저녀가 한화그룹에 채용되었는데, 네티즌의 홈페이지 테러로 채용 취소됨.
황: 우리나라가 문제인 게 시스템에 문제제기 하지 않고 마녀사냥을 해버린다.
헐리웃에서는 스타들을 영혼을 판 존재들이라 미국인들은 가십을 씹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도덕을 강요하진 않는다.
유: 기생, 권번의 후계....... 현대 여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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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먼저, 정리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단 위의 맨 밑부분 글(기생, 권번....)에 약간의 부연이 필요할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봅니다. <기생 권번...현대 배우들>이란 말에는 과거 그러니까 전근대 시대의 여성관(남존여비)을 지지적하는 것이었지, 현대 즉 우리시대의 그것은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싶네요. (다만 알게모르게 현대에도 그런(전근대적) 시각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더라는 말과 함께.)
네 기억은 유전된다라고 믿습니다. 억압과 차이와 불평등은 늘 다른 형태로 재생산되었죠
제 정리가 허술해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겠다고 보여지네요 ^^
주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