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지호가 어제부터 열이 심해서 집에 있던 해열재를 6시간 간격으로 먹였다. 해열재을 먹고 조금 있으면 열이 내려가고 정상적인 아이처럼 놀다가 열이 다시 오르면 힘이 쭉 빠져서 힘들어 한다. 새벽 1시경에도 잠자리에서 열이 심해 지호가 잠을 못자고 일어나서 다시 해열재를 먹였다. 한시간정도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밥을 먹기전에 열이 심해서 다시 약을 먹이고 몇숟가락 밥을 뜬후 곧장 무주읍내에 있는 의료원으로 지호를 데리고 달려갔다. 의사선생님이 다른곳은 이상없으며 목 안쪽이 부어있는 인후염이라서 열이 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삼일 정도면 나을거라고 하니 큰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계속 오르는 열과 주루룩 흘러나오는 콧물이 맘에 걸린다.
병원을 나와서 집에 오는길에 무주군청에 들렀다. 군청의 위치도 알아둘 겸, 자동차등록소에 가서 전입신고이후 차량또한 주소지 변경을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내차번호가 전국구쪽이라 전입신고시 자동적으로 처리되니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지호를 어머니께 맡기고 다시 안성면사무소로 갔다. 귀농신고서 작성 및 농지원부만들기, 농지임대계약등에 대하여 알아보기위해 농업경제담당 박인기계장을 만나봤다. 처음 전화통화시 다소 불편한 느낌이 있었는데 만나보니 상당히 친절하였다. 간단한 귀농지원정책을 설명해주었고, 내 귀농이유를 잠깐 들어주기도 하였다. 귀농신고서 양식을 받고 농지원부만드는 방법을 얘기하다가 아버지 이름을 말하게 되었을때 가축병원을 하고계시는 아버지를 대번에 알아보셨다. 계장님이 아버지 소유의 농토를 확인해 보시더니 아버지와 상의해서 법규상 필요한 1000제곱미터의 농토을 소유권이전해서 귀농신고서를 작성해 오면 농지원부만드는데 처리기간을 많이 단축시켜주시겠다고 하였다. 기타 몇몇 얘기늘 나누고 면사무소를 나왔다. 다시 집으로 가는중에 통안마을에 있는 아버지 소유의 약200평 정도되는 땅을 보러갔다. 작년말에 진입로 확보를 위해 경계측량을 하고 진입로 6미터 도로를 정비한 것이 보였다. 하지만 안쪽으로는 감나무 몇그루와 커다란 바위에 의해서 무언가 텃밭으로 활용해 보려던 내 마음과는 거리가 먼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병원간 얘기며 면사무소 얘기를 전해주었다. 어머니는 대전스님 소유의 밭을 임대하는것이 나을것 같다고 하셨다. 어쩌면 아버지 소유의 재산을 아무런 댓가없이 내 소유로 옮기다는 것은 나도 왠지 꺼림직 했다. 스님의 밭을 임대 계약할 수 있다면 그러는 것이 나을듯 싶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통안의 밭 얘기를 꺼내셨는데, 내가 보고 왔다고 하자 당장 집을 지을 형편은 안되고 땅을 그냥 놀리는 것보단 호두나무를 심어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셨다. 당장 눈에 가시같은 몇그루 감나무를 베어버리고 밭을 어느정도 정리해서 호두나무를 심어놓으면 몇 년후에 얼마될지 모르지만 하나의 소득원이 생기신다면서..
농사짓겠다고 내려와서 아무 계획도 없는 내가 답답하셨는지 어머니는 이런저런 대안들을 가끔 내게 내어 놓으신다. 얼마전에는 이곳 진오스님이 사두셨던 약 오천평의 밭을 우리가 사서 농사를 지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고... 아마도 백수로 살면서 자급자족으로 만족하고 싶은 나의 농사계획에 많은 차질이 생길것 같다. 부모님의 눈에서 사십이 넘은 자식이 두딸을 데리고 한량처럼 집에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일리는 없을 것 같지만 어쩐지 마음 한편으로는 부모님곁으로 내려온게 잘 못 된것이 아니가 하는 조심스런 걱정도 된다. 하지만 어찌하랴....부모님과 같이 살고 싶어서 내려왔으니 어느정도는 부모님뜻을 받아주는것이 자식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차츰 삶의 변화를 내 중심으로 맞춰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