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 김정인 회원
SAMSUNG Forever(삼성그룹 퇴임임원 동우회 회보)
2018년 여름호(26~29페이지)
홍콩과 한국의 풍수 이야기
100여 년 전의 홍콩과 한국은 세계적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한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100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풍수적으로 보면 홍콩은 중국 본토 끝자락이 남쪽으로 뻗어 바다에 잠긴 섬도시인데, 이 조그마한 섬마을이 영국이 통치한 지 100여 년이 안 되어 국제적 도시로 성장하였다.
한국은 중국 본토 동쪽으로 백두산이 치솟아 3면이 바다로 반도를 이루며 뻗은 끝자락이다. 이곳에 조선이 개국하면서 한양에 도읍을 정한 후, 이씨 왕조가 518년간 지속되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안되어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에 랭킹 되었다.
홍콩의 풍수를 찾아 떠나다
홍콩 풍수학회의 안내를 받아 홍콩의 명당지역과 부자동네, 풍수 스토리 빌딩을 탐방하였다. 홍콩은 아편전쟁(1839~1842)으로 영국에 할애되었는데, 영국은 1898년 99년간 조차권을 얻어 1997년까지 100여 년 간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아주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하던 홍콩은 영국의 통치하에서 100여 년만에 세계적인 국제 금융도시로 발전하였다.
중국에는 진나라 이후 풍수가 성행해 풍수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으나, 중국 본토는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풍수가 단절되었다. 홍콩은 영국의 지배 하에서도 풍수가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왔다.
오히려 풍수를 도시계획과 빌딩건축에 반영하여 풍수 스토리를 전개하였고, 유럽. 미국 등의 해외로 홍콩의 풍수가 전파되었다.
홍콩을 이루고 있는 반도와 섬들은 부분적으로 광동성 동부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나온 산맥이 바다에 잠긴 부분이다. 홍콩은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솟아 있으며, 260여 개의 섬들이 있어 천혜의 풍수적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풍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장풍득수(藏風得水)를 기본으로 한다. 배산임수는 뒤로 산을 등지고 앞으로 물을 내려다보는 지세를 갖춘 터로서, 풍수에서 산은 인물을 관장하고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
장풍득수는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는 의미로 풍수라는 단어가 장풍득수에서 유래되었다. 장풍득수 역시 바람을 막아주는 산이 있고, 산이 물을 만나야 하는데, 홍콩은 산과 물이 조화되니 인물도 나고, 재물도 풍부한 풍수환경을 갖추었다.
홍콩 센트럴지역의 풍수논쟁
홍콩의 주산은 빅토리아 산이다. 빅토리아 산에 피크 트램을 타고 오르면 홍콩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홍콩의 중심가를 이루는 센트럴 지역은 수많은 고층빌딩이 들어서며 아시아 지역 금융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홍콩 중심부에는 영국계 은행인 HSBC은행과 중국은행이 있는데 풍수논쟁의 중심에 있으며, 홍콩의 풍수를 세계로 전파하는 본산이 되고 있다.
중국은행을 지으면서 전통적인 HSBC은행을 누르기 위해 칼날모양으로 지었고, HSBC은행은 여기에 대비해 옥상에 중국은행을 향해 대포를 설치했다. 홍콩시내에는 180m를 넘는 초고층 건물들이 120여개가 있다. 제각각 모양을 달리하며 풍수사상을 건물에 담아 풍수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새부리 모양의 해이반도와 사자 모양의 바위
홍콩의 부자 마을 중 하나가 새부리 모양으로 생긴 해이반도이다. 지형의 모양이 새부리로, 뒤로는 산이 감싸 주고 바닷가 평지에 마을이 위치하여 있다. 전면으로는 낮은 섬들이 감싸 주는 안온한 곳이다.
마을의 생긴 모양이 새부리 모양인데다가 바다에 먹을 것들이 많으니 부자들이 많이 산다고 알려졌다.
반면에 사자산 아래 가면 도교사원이 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도교사원 뒤에는 산이 끝나는 지점에 사자 모양의 큰 바위가 있는데, 전면으로 넓게 트여져 있으니 먹을 것이 없다고 한다.
풍수적으로 보면 앞에 산이나 언덕이 없고 확 트여 있으면 물도 앞으로 빠지고 생기도 흩어지므로 재물도 흩어지고 사람도 흩어진다고 본다.
배산임수 명당지역에 자리 잡은 리펄스 베이
홍콩의 부자동네 리펄스 베이는 빅토리아 남쪽 산 아래 배산임수와 장풍득수가 잘 이루어지는 명당지역에 있다. 빌딩 가운데 구멍을 뚫은 건물도 보인다. 건물을 필로티로 하거나 중간에 구멍을 뚫으면 기(氣)가 분산되어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용이 지나가는 곳이라 길목을 내었다며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풍수의 옷을 입혔다. 건물에는 구멍이 뚫려 있지만 마을의 입지를 보면 뒤로는 산이 둘러 주고, 앞으로는 만이 깊숙이 들어오며, 섬으로 둘러싸인 곳이니 생기가 응집되는 부자마을의 조건을 구비하였다. 마을 앞 해변가에는 인공 모래사장을 만들었는데, 풍수적으로 보면 명당역할을 하여 생기가 모여들게 한다.
홍콩의 풍수, 해외로 건너가다
홍콩을 다녀간 유럽인들이나 미국인들은 홍콩의 수많은 빌딩들이 풍수적으로 건축되고 배치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건물을 지을 때 건물의 모양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 동양의 풍수사상을 접목한다.
홍콩의 풍수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 중 하나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부동산 업자로 동양의 부자들을 만나기 위하여 풍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풍수는 동양의 부자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부자들이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도 랜드마크 건물이 될 수 있도록 터를 잡아 설계하고, 내부 장식에도 황금색과 물이 흐르도록 내부 인테리어에 풍수를 접목하였다. 황금색과 물은 재물을 상징하므로 매우 중요시 여겼다.
물이 모이는 곳에 자리 잡은 한국의 대표기업
한국의 풍수지리는 고려,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중요한 통치수단으로서, 입지를 정하고 양택과 음택에서 공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어져 왔다. 수도의 입지, 궁궐의 건축, 마을의 입지, 향교, 관청 등 제 분야에 풍수사상을 널리 적용하였고, 조선왕릉 40여 기는 하나의 유실도 없이 보존되어 왔다. 최근에 이러한 풍수지리를 가장 중요시한 계층이 부자들이고 기업들이다.
풍수에서 물은 돈을 의미한다. 물은 계속 움직이고, 물이 모이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정보가 유통되고, 시장이 들어서고, 도시가 형성된다. 시장, 백화점 등 유통시설이 있는 곳을 보면, 물이 모이는 낮은 지대에 위치한다. 높은 곳에 위치한 유통시설은 오래 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으며, 물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 유통시설이 번성하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들의 사옥들의 공통점은 물이 모여드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서초사옥은 서초지역의 물이 사방에서 모여드는 강남역 부근에 자리 잡았고, 현대자동차 사옥은 여의천이 앞에서 흘러들어오는 조수지국에 사옥을 마련하였다. 현대가 규모가 커지면서 다시 확장하여 이전하고자 하는 곳은 양재천, 탄천, 한강의 물이 삼합수로 만나는 강남의 삼성동이다.
LG그룹은 창업주의 호가 연암인데, 북한강과 남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서울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수기(水氣)가 쌓여진 여의도에 자리 잡았다. SK의 사옥은 사대문 안의 물이 합수하기 시작하는 청계천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롯데 그룹은 을지로 입구의 물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다.
사대문 안 은행가들의 흥망성쇠
풍수적 입지를 중요시하는 업종 중 하나가 은행들이다. 은행본점이 입지한 곳을 보면 입지의 우위에 따라 은행의 흥망성쇠가 달라졌다. 가장 좋은 터를 차지한 곳은 조선시대 전환국의 터 옆에 자리 잡은 신한은행 본점이다. 인왕산에서 남산으로 연결되는 용맥 안쪽에 자리 잡은 곳으로 풍수적 입지가 뛰어나서 자리가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명당 터에 본점이 위치해 있다.
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라진 은행들을 보면 도로가 직충(直衝)하여 도로살을 받거나, 터널이 생겨 살기를 받거나, 주변의 시설물이 살기를 쏘는 곳에 위치한 은행들이다. 회현동에 본점을 둔 우리은행은 조선시대 명당으로 알려진 동래정씨 400년 세거지이며, 하나은행의 본점은 을지로 입구, 롯데백화점 맞은편이다. 은행의 입지에 따라 은행가의 흥망성쇠가 달라졌다.
풍수명당 국가인 한국과 홍콩
100여 년 만에 세계적 국제도시로 성장한 홍콩과 100년이 안 되어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에 진입한 한국은 공통적인 풍수적 환경을 갖고 있는 풍수적 명당국가이다. 홍콩은 중국대륙의 끝자락이 바다 속에 잠겼다가 260여 개의 섬들이 솟아나 섬과 물로 환포되어 있다.
한국은 백두산 봉우리가 높게 솟아오른 대륙의 끝자락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다. 물로 둘러싸인 대륙의 끝자락이라는 풍수적 명당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주요기업이나 기관들이 풍수적 명당을 찾아 자리를 잡고, 건물을 건축하고 배치함에 있어서도 풍수사상을 적용해 왔다.
풍수는 어떤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어떤 곳에서 좋은 기운을 받는지 경험적으로 축적되고 연구되어 온 학문이다. 100여년 만에 세계적 국제도시로 성장한 홍콩과, 100년도 안되어 세계 경제 10대국에 진입한 한국은 기업가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런데 그들은 풍수적 입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은 눈여겨 볼 사항이다.
* 본 글은 삼성그룹 퇴임임원 동우회 회보 “SAMSUNG Forever, 2018 여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첫댓글 2021.2.25일 공부 합니다.
兀山 김정인 선생님의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