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하몬은 크게 하몬 이베리코(jamón ibérico)와 하몬 세라노(jamón serrano)로 나눈다.
1) 하몬 이베리코
하몬 이베리코는 털이 뻣뻣하고, 발굽이 까맣고, 도토리를 많이 먹고 자란 이베리코 돼지(cerdo Ibérico) 품종으로 만든다. 이베리코 돼지의 검은 발굽은 햄을 만든 후에도 특징적으로 남아 있으므로 하몬 이베리코를 ‘파타 네그라(pata negra, “검은 발”이라는 뜻)’라고도 한다. 포르투갈의 일부 지역에서는 프레순토 이베리코(presunto ibérico)라고 부른다. 스페인 남서부와 포르투갈 남동부 지역의 토종인 이베리코 돼지는 다른 종에 비해 살이 빨리 찌고 마블링이 많다. 부모가 모두 순종인 경우에만 ‘푸로(puro, pure)’라는 마크를 붙일 수 있다.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 중부와 남부에 걸쳐 200만 헥타르 넘게 펼쳐진 데에사(dehesa, 목장)에서 방목된다. 데에사는 관목이 무성한 초원지대로 코르크나무(cork oaks)와 참나무(holm oaks, gall oaks), 야생 허브와 풀 등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며, 이는 돼지의 식습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돼지의 식욕이 떨어지는 여름철에는 데에사에서 방목하다가 10~2월 사이에 돼지들이 좋아하는 상수리나무와 코르크나무의 도토리를 잔뜩 먹여 급격히 살을 찌운다. 이 기간을 몬타네라(montanera)라고 하는데, 하루에 9kg가량의 도토리를 먹여 몸무게가 60% 정도 늘린다. 도토리와 적당량의 운동 덕분에 상아색의 지방층이 근섬유로 침투해 퍼지면서 마블링을 만들어내는데, 대부분 단일불포화지방으로 합성된다. 도축한 돼지의 뒷다리는 소금에 절여 14~36개월간 엄격히 조절한 온도에서 숙성시킨다. 이 기간 동안 지방이 서서히 녹아내려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근육은 붉은빛을 띠고 지방으로 인해 독특한 향을 풍긴다. 도토리에서 비롯된 고소한 향이 특징적이다.
하몬 이베리코는 품질을 기준으로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jamón ibérico de bellota)
하몬 이베리코 중 최상품이다. 베요타는 스페인어로 “도토리”를 의미한다. 상수리나무 숲에 방목하여 기른 돼지로 만들며, 햄은 염장 후 최소한 36개월간 건조시킨다.
하몬 이베리코 중 최상품인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상수리나무 숲에 방목하여 기른 돼지로 만들며, 염장 후 최소한 36개월간 건조시킨다.
· 하몬 이베리코 데 레세보(jamón ibérico de recebo)
목초지에 방목하며 도토리와 곡물을 섞은 사료를 먹인 이베리안 돼지로 만든 하몬이다. 염장 후 24개월 이상 건조시킨다.
· 하몬 이베리코 데 세보(jamón ibérico de cebo)
곡물 사료를 먹여 우리에서 사육한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하몬이다. 염장 후 24개월 이상 건조시킨다.
2) 하몬 세라노
하몬 세라노(jamón serrano)는 예로부터 스페인 산악지대(sierra)에서 흰 돼지 뒷다리를 바다소금에 굴렸다가 서까래에 매달아 건조시켜 만들어 먹던 햄이다. 12~18개월 정도를 건조시킨 후에 얇게 포를 떠서 익히지 않고 바로 먹는다. 만체고 치즈(manchego cheese)와 잘 어울린다. 오늘날 스페인에서 만드는 햄의 약 90%를 차지하며, 곡물을 먹여 기른 흰 돼지를 현대식 생산 시설에서 전통적인 방법을 응용해 만든다. 주로 두록(Duroc), 피트래인(Pietrain), 랜드레이스(Landrace) 등과 같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돼지 종을 이용한다. 다른 나라의 햄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짙은 붉은색의 살과 약간의 마블링(marbling)이 풍미를 낸다. 세라노 보데가(serrano bodega), 세라노 레세르바(serrano reserva), 세라노 그랑 레세르바(serrano gran reserva)의 3종이 있다. 하몬 세라노 제품에 하몬 레세르바(jamón reserve), 하몬 쿠라도(jamón curado), 하몬 엑스트라(jamón extra) 등의 이름을 붙여 팔기도 하는데, 보존가공법에 의한 분류일 뿐 품질과는 상관이 없다.
참고로 팔레타 데 세르도(paleta de cerdo) 또는 팔레티야(paletilla)는 돼지의 앞다리를 이용해 만든 햄이다. 앞다리는 뒷다리(6~9.5kg)에 비해 크기가 작아 보통 4~6kg 정도 나간다. 뼈 무게를 감안할 때 뒷다리로 햄을 만드는 것이 더 많은 양의 햄을 얻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 염장해서 건조시키는 기간이나 맛도 차이가 있어 팔레티야는 하몬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하몬 (세계 음식명 백과, 마로니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