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30(토) 17:00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
色 빛 색 童舞; 아이들이 추는 춤
초등학교 1년의 첫 경험은 미지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처럼 다가왔었다.
삶의 시작이라고 정의하여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던 기억이 명징하다.
이른 아침 학교 운동장을 마주하는 느낌은 넓디넓은 대지를 마주하는 나 혼자만의 묘한 시간으로 기억 속 자리하고 있다.
운동장 한편의 철봉을 친구삼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모래밭의 알갱이들이 신발 속 여기저기에 굴러다닐 때면 신발을 집어 들어 손바닥 위로 털어내곤 했었다.
신발 속을 헤집고 들어간 모래알갱이들은 쉽게 눈으로 확인이 어렵다.
말끔히 정리되었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고쳐 신고 조금 걷다보면 어딘가 불편하여 다시 벗어 털어내기를 반복한다.
삶의 여정이 시작되는 찰나였다고 기억된다.
기억은 오래도록 도래되고 있다.
초등학교 1년에서 3년을 함께 다녔던 처지였었는데 나이 들어 중년 즈음에 그 사실을 알았다. 그즈음 집안 사정으로 인근학교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졸업을 함께 하지 못한 이유인즉...
나보다 일찍 무용에 입문하여 무용수로서 입지를 다졌으며, 위로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여 자신의 춤세계를 집대성한 무용가 박경랑.
내가 삶의 참 춤꾼으로 꼽는 몇 안 되는 쟁이 중의 한 분이다.
열의 여섯 배!
이제 박경랑 선생과 내가 맞이한 나이다.
엊그제 초등학교 1년으로 막 입학하여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갈 즈음의 찰나가 어느덧 이렇게 지나와 버렸다.
학교운동장의 모래 알갱이들은 아직까지 두 사람의 예술세계 속에서 여전히 사각거리며 시간을 되돌리려 말썽을 부리고 있건만...
춤 인생의 삼분의 이를 훌쩍 넘어버렸다.
그래서 짧지만 다시 돌아오질 않을 그 시간을 소환하여 지금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난시간의 여정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아이들의 눈망울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맑디맑은 녀석들의 동안(童顔)에서 지난 어린 시절의 동무(童舞)를 색(色)으로 그려 내고자 한다.
춤은 생명이다.
그 끈은 우주에 닿아 있다.
아이들의 춤이⋅아이였을 적의 춤을 만나 또렷한 기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색을 발산한다.
춤은 외마디 주제를 대중에게 전하며 잠시의 시간을 교감하리라.
대중 역시 그 시절이 있었노라고...
지금, 마주하는 이 시간 흐름과 공간의 창출이 겹겹이 채워져 똘똘한 눈망울에 삶의 길잡이가 되길 기원한다.
2021. 10. 30(토) 17:00
경남발레단 예술감독 이동근
프로그램
⋅마스터클래스
박경랑 박경랑류영남교방청춤보존회 이사장
이동근 경남발레단 예술감독
• 색동반디 진주교대부설초 1-4친구들 지도교사 신민규
강예원 김가현 김두영 김민수 김성원 김세은 김지아 박가은 박도은 박민재
백승우 샌 본샬럿김 이재용 장다율 정라힘 정효진 하승희 한여울 황보빈 황윤슬
• 박경랑 소반춤
• 이동근 소
• 박경랑 앞서 간 우리춤 선각자 들을 위한 진혼무
「김해랑 박외선 최현 정민 이필이」
무용가 박경랑은 박경랑류영남교방청춤보존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 1기이수자
⋅1997년 제5회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대통령상수상
⋅1995년 제21회 전주대사습놀이무용부문장원
▶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
영남지역의 교방청에서 추어져 내려오던 춤사위를 박경랑에 의해 집대성하여 추어져 오는 명작춤으로 알려진 영남지역의 춤이며 상, 하 춤사위의 음, 양의 조화가 잘 구성되어 있는 춤사위로 활달하면서도 우아하고 특히 발디딤 또한 여성스런 섬세함이 깃들여져 있는 단아한 영남지역의 교방청춤이다.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은 느린 장단에 춤을 추다 부채를 들고 서서히 빠르게 진행하는데, 경상도 전통춤의 멋이 잘 조화되어 있다. 상체의 동작은 크고 활달하며 시원시원하면서도 동시에 여성스런 아기자기한 어깨 짓과 손목놀음이 있고 하체의 움직임은 다른 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깊이 발목을 접는 굴신과 경상도 덧배기 디딤, 섬세한 버선발 놀음이 안방춤의 여성미를 더한다.
▶ 박경랑류 「교방소반춤」
경남 마산권번의 명기 故김애정 선생에 의해 박경랑 선생에게로 이어 전승되어지는 영남교방청의 교방소반춤(접시춤)을 풍류놀음으로 구성·안무하였다. 머리위에 소반이라는 작은 접시를 얹어놓고 그 위에 또 잔을 올려놓고 추는 예기춤으로 발디딤의 공력이 없으면 신체의 중심을 잡지 못하므로 자세가 흐트러져서 접시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 춤을 출 수가 없으므로 줄타기와 같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박경랑 선생의 독보적인 춤이다. 원래 교방에서 예기들은 권주잔 받아 들고 마시지는 않고 손수건을 꺼내 술잔 위에 덮고 입술에만 축여 다시 술잔은 권주하며 예를 표한 후 접시만 들고 춤으로 회답하였다고 한다. 소반춤은 여성의 교태미와 관능미가 돋보이는 흥겨운 춤이다.
무용가 이동근은 현재 경남발레단 예술감독⋅마산국제춤축제 집행위원장⋅마산청소년발레단 단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무용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발레단의 레파토리 안무작 가스등⋅녹두장군⋅마법의 성⋅녹두꽃 진자리에⋅BIRDY
⋅목신(牧神)⋅General Nok-Du 새야새야 파랑새야...⋅라디오스타‘왕 단종이야기
아름숲발레단의 BOLERO⋅고혹-蠱惑⋅Rhapsody in Blue⋅CARMEN⋅Remembering you
⋅신의 날! 하지만 신은 죽었나이다.
마산청소년발레단의 레파토리 안무작 비발디오보에협주곡⋅
▶ 이동근의 춤 「소」
61년 소띠해 「소」
해 넘어간다!
멍에는 누가 얹혔나?
난 풀 향이 좋아 그윽한 초록에 감탄한 죄.
땡비 녀석 심술 턱에 내 궁둥이 혼비백산!
떨어지는 해님아~
나 좀 살려주 소.
나소 죽 소.
도망가 소.
우리가 태어났던 해
을씨년스럽게 황망함이 가득 찬 하늘
그저 넉넉함은 들판에 펼쳐졌던 재건의 힘찬 결속을 부르짓던 태평성대.
산업화의 언저리에 쪼그려 앉은 신세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었다.
다행히 내가 살며 뛰놀던 곳은 학교를 안고 사는 동네여서 잠에서 깨어나 보면 주위 학교로 난 포위당한 형국이었다.
소가 학교로 들어간다!
소가 개구멍으로 들락거린다.
소가 춤추는 누나들을 바라본다.
넒은 완월강당 한편에 앉은 소는 몇 시간째 흐트러짐 없이 ...마냥 쏟아내는 합창의 전율과 연극배우들의 치고받는 대사를 귀동냥으로 학습한다.
오묘한 소다.
커다란 눈알에 맺힌 글썽이는 망울은 금방이라도
나 그만 돌아 갈래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소의 하루는 마을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저만큼 짖어 되던 백구를 무심코 바라보던 한심스런 눈빛과 개 무시 그 자체였을지도 모를 일.
소는 오늘도 천진난만 똘망똘망한 녀석들을
바라보고 가르치는 일이 좋아 소처럼 일을 한다.
난, 그 녀석들 틈바구니에서 궁둥이 비비며
바쁘게 살다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