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과 더불어 1990년대 초 개발된 우리나라 1기 신도시인 분당에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현행법상 1990년대 초 만들어진 아파트들은 만들어진 지 15년이 넘어 리모델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당에서도 가장 먼저 들어선 아파트들인 서현동의 시범단지들과 효자촌 그린타운, 야탑 공무원2단지, 분당 샛별동성 등이 그 진원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모델링 열기=GS건설은 최근 분당 효자촌 그린타운 주민들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효자촌 그린타운은 건축된 지 13년 된 아파트로 효자대우, 효자LG, 효자대창, 효자화성 등 4개 단지 총 1700세대 규모다. 아직 리모델링을 하기에는 2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일찍 리모델링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다.
▲ 분당 이매촌 금강아파트에 크게 붙은 리모델링 추진 현수막. 분당 곳곳에 이런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서울의 일부 아파트들은 엘리베이터 리모델링 축하 현수막도 건다”며“일정 부분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규화 인턴기자
GS건설 최재원 차장은 “좌석을 300여개를 마련했는데 400여명이 올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분당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리모델링 추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처럼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분당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고층이어서 재건축을 통해 층수를 높인다고 해도,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리모델링을 하면 각 세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파트 면적의 30%정도를 늘릴 수 있다. 99㎡짜리 아파트가 중대형인 132㎡이상으로 넓어질 수 있어 아파트 프리미엄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시범 한양, 시범 삼성, 시범 현대아파트 등 분당에서 가장 먼저가 입주가 시작된 서현동쪽에서 리모델링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공여부 속단 아직 일러=리모델링 추진 이유는 넓은 집을 비교적 싸게 마련하면서, 동시에 집값 상승을 노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녹록치 않다.
▲ 분당 각 지역 아파트 단지에 걸려있는 리모델링 현수막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활발한 활동은 기대하기 힘들다. /전규화 인턴기자
싸게 넓은 집을 얻는다고 하지만, 비용부담은 만만치 않다.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압구정동 등 강남 부촌(富村)도 세대당 리모델링 비용이 총 3억원을 넘어가면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고, 송파·서초구도 2억원이 거의 한계라고 보고 있다. 실제 서울 서초구와 강동구에서는 비용 문제로 리모델링을 포기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최근 속출했다.
현재 리모델링 비용은 3.3㎡당 300~350만원 선이다. 중대형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132㎡ 이상의 아파트를 원한다면 최소 1억2000만원은 든다는 얘기다. 여기서 각종 금융비용과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기간 동안 이주할 집을 얻는 비용을 계산하면 1억5000만~1억8000만원은 훌쩍 뛰어넘는다. 보통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중산층으로서는 빚을 얻는다고 해도 부담스러운 액수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중대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리모델링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업추진에 필수적인 주민동의 3분의 2 이상을 받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요즘 부동산 경기를 보면 리모델링이 대폭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아파트 값이 하향 안정화 돼 있고, 송파신도시·판교 등 향후 아파트 공급물량이 많아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H아파트와 S아파트 등에 확인해본 결과,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설립은 돼 있지만 활발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였다. 이는 분당 대부분의 지역에서 마찬가지다.
GS건설 최재원 차장은 “재건축 아파트 열풍도 관련법이 생긴 뒤 10년 가까이 돼서야 열풍이 불고 15년째에야 성숙기에 이르렀다”며 “리모델링은 이제 도입된지 7년 정도 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확신을 갖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 아파트 리모델링은 아직은 실체가 모호한 미풍(微風)에 불과하다. 하지만 4~5년 후에는 분당을 바꾸는 태풍(颱風)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