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양양)해발 635m
정상서 동해바다·설악산 조망 가능 구불구불 아기자기한 임도길도 매력
백두대간은 쉽게 속살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악인을 자처한다면 백두대간의 웬만한 악산(惡山)을 숱하게 경험했겠지만, 그래도 알려지지 않은 악산(惡山)이 부지기수다. 바다에서 달이 떠오르면 산이 붉게 변한다 해 이름지어진 양양 만월산(滿月山)이 그러하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와 현남면 하월천리 경계선장에 위치한 만월산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전문가나 심마니들만 알 정도이다. 그렇다고 넓은 산맥을 품은 백두대간의 인심이 그리 팍팍치만은 않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산행은 그리 녹녹치 않지만, 수백년은 족히 됐을 소나무와 전나무, 참나무 군락지, 사시사철 옷을 갈아있는 야생화들이 펼쳐보이는 아찔한 절경과 향기는 산행의 기쁨을 충분히 주고도 남음이 있다. 산행은 양양지역 최고의 계곡 휴양지인 현북면 어성전리에서 시작된다.등산로를 기준으로 한 쪽은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잘 조림된 신갈나무 군락지가, 반대편으로는 원시림 상태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양쪽을 번갈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게다가 수백년은 살았을 아름드리 소나무에는 어김없이 일제시대 수탈의 흔적들이 배여있어 뜻하지 않게 역사의 아픔도 되새기게 된다. 또 멧돼지들이 칡나무 순이나 벌레 등 먹이감을 찾아 파헤쳐 놓은 웅덩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산행의 숨은 재미 중 하나이다. 거의 원시림 상태인 만월산 등산로와 1시간 정도 힘겨운 사투를 벌이다 보면, 어느새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정상에서 동해를 바라보면 손아귀로 바닷물이 흘러내릴 것 같고, 날씨만 허락한다면 저 멀리 속초까지도 충분히 보을 듯 하다. 하산길은 정상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한 신흥사 말사인 명주사 방향이 좋다. 처음보다 경사도가 그리 크지 않은 탓에 큰 힘 들이지 않고 하산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현북면 어성전리에 위치한 명주사는 고려 목종 12년(1009년) 대주와 혜명대사가 오대산 동쪽 만월산 자락에 터를 잡고 창건한 사찰이다. 한 때 강원도에서 건봉사 다음으로 큰 절이었다고 하나 1800년대부터 화재가 계속돼 지금은 조그마한 사찰로 남아있다. 하지만, 어성전의 어성팔경(魚城八景) 중 하나인 명주사의 저녁 종소리는 사찰의 옛 영화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출처: 강원도민일보)
산행코스 : 어성전리 명주사입구 이정표 - 명주사부도 - 명주사 - 임도 - 산길 - 만월지맥 갈림길 - 핼기장 -
만월산 정상- 송이길 - 어성천고개 (도상거리 : 약 8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