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사라지는 염리동 소금길

[金 英 男]

재개발로 사라지는 염리동 소금길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산동네인 염리동은 범죄가 많은 곳이었다. 골목길 한경개선

과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시범대책을 시행한 것이다. 그 길이 염리동 소금길이며 약

1.7km로 A,B 코스로 구분할 수 있다. 소금길 명칭은 마포나루에서 염리동을 지나

염창동까지 소금을 운반하던 역사가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소금길은 연속되어 있고 계단도 있으며 어떤 길은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다.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으슥한 곳이 없도록 가로등을 설치하고 긴급 신고 시스템

도 만들었다. 범죄 예방시설 효과는 시행 전 대비 70% 감소라는 놀라운 사실이 입

증 되었으며 다른 지자체에 확대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벽화의 시작은 미국의 대공황 시절 공공건물에 벽화를 그려 넣어 도심을 밝게 해

주면서 실업자 구제 대책으로 시작 했다. 그러나 염리동 소금길은 밝은 환경을 만

들어 범죄 심리를 순화시키려고 담벼락에 재미있는 벽화를 그려 놓았다. 또한 어두

운 골목이 없도록 가로등을 설치했고 범죄 발생시 정확한 현재 위치를 신고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웠다. 가장 눈에 잘 띈다는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전신주 69개에

현 위치를 알려주는 일련번호 팻말과 긴급 호출 벨까지 설치한 것이다. 왕래가 잦

은 주요 통로에는 CCTV가 24시간 촬영하고 있다.

염리동은 이대역과 공덕역이 있어 지하철 이용이 편하고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집

값이 저렴하여 서민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구릉지에 있는 염리동은 비탈길이

많고 좁은 골목에는 자동차도 자전거도 다니지 못한다. 그 길을 정비하고 전문가에

게 의뢰하여 계단길과 골목길의 운동효과를 분석, 예쁜 종아리 만드는 길, 튼튼한

허벅지 만드는 길 등 운동효과를 검증한 길 이름을 만들었다. 불편한 길이지만 매

일 다니면 건강에 좋은 길이며 재단장후 소금길은 관광 명소로 변했다.

1990연대 염리동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큰 변화가 왔다. 주민들 성향은

세입자가 많았는데 재개발이 늦어지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한 가수요가 생겼고 집을

보수하지 않으니 불량주택이 늘어나고 범죄가 더욱 늘어난 것이다.

시범대책은 성공적이었고 오랜 진통 끝에 재개발이 확정되어 대부분 이사를 갔고

일부는 철거 공사가 진행중이다. 특히 소금길 주변 빈집은 문짝을 뜯어가고 깨진

유리창과 버리고 간 세간들이며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이 우범지대로 변하지 않

을까 무서운 생각이 든다.

‘도시는 생명체와 같다’ 라는 말이 실감이 온다. 조선시대 용산나루가 한강물 흐름

변화로 쇄퇴하고 마포나루가 번창한다. 염리동은 마포나루에서 하역한 소금을 염창

동까지 운반하는 길목이 되어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았는데 귀한 소금을 보관하려면

항아리가 필요했고 근처 용강동에서 팔았다. 애오개역이 있는 전철역 이름과 근처에 애오개 길 이야기가 나왔다. 애오개 순수 우리말인데 정확한뜻을 모르고 있었다.

이름의 유래로 인근 지형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도성 중심에서 마포나루를

가기 위해서 남쪽의 만리재나 서북쪽의 애오개를 걸어 넘어야 했다.

남쪽의 만리재는 높고 길어서 고개를 넘는 데 반나절 이상 걸리지만, 서북쪽의 고

개는 훨씬 작아 넘기 수월하였다. 이 고개는 아이처럼 작다는 의미에서 애고개로

되며 발음이 순화되어 애오개가 된다. 다 자라지 못한 호박을 애호박이라 하듯

‘애’라는 의미가 같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린이 사망률이 높은 시절 죽은 애가

오는 길이라 애오개 길이라 불리고 근처에 어린애들 공동묘지 있었다.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알 수 없다한다.

조선시대 소금은 금값이었지만 일제에 의해 국내에서 천일염이 생산되면서 소금

값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더구나 수도 방위를 위해 한강입구에 수중보를 설치하면

서 마포나루는 하항(河港) 능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수도권이 확장되면서 도로와 한

강다리가 여러 곳 신설된다. 지하철 4개 노선이 통과 하니 마포구는 사통팔달 교통

요지가 된 것이다. 염리동이 재개발 가능해진 것도 교통요지가 되면서 재개발 이익

으로 개발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재개발되는 세대는 1000가

구가 넘는다. 재개발은 갈등이 많은 사업인데 대부분 주민들은 이사 갔다. 건물주는

아파트를 분양 받지만 세를 살던 이들은 교통편한 이곳을 떠나면 여기서 살던 비용

으로 갈 곳을 찾는데 얼마나 곡절이 많았을까 상상해본다.

소금나루 까페가 보인다. 주민들의 의사소통 공간으로 이용되는 장소이기도 한다.

이곳을 소금나루라고 하지만 소금을 하역하는 곳은 마포나루다. 쌀쌀한 날씨에

카페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며 일차 답사구간을 이야기 하며 몸을 녹였다. 이 카페

자리는 상수도 가압장 이었는데 페쇄되어 쉼터를 만들었다. 지금도 지하에는 저수

조가 있어 내려가 보니 물이 차 있었던 얼룩진 흔적이 남아있다.

수도관을 잘라낸 자리는 비가 많이 오면 관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한다. 길 안내지

도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길이 있는데 우리가 답사한 길은 노란색 길이었다.

이제부터 답사할 파란색 길은 경사도 심하고 집을 비운지가 오래된 곳이 아니었

다. 노란색 소금길의 주택과는 대조적이었고 지저분하지 않았다. 빈집 담 옆 길가에

필요한 이가 가져갈 수 있게 그릇을 수북하게 쌓아 놓았다.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

는 구역과 경계를 이루는 구역을 지나게 되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에 앉아서

우리를 처다 본다. 예쁜 꽃 이름으로 장식한 안내판이 보이고 골목길마다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빍게 웃는 아이를 그린 벽화가 돋보인다. 라이락길 옥잠화길 해바리

기 길 등 안내가 있고 꽃에 대한 간략한 소개까지 한다. 사람사는 곳은 역시 훈짐

이 난다. 이사 가버려 빈집들만 있는 동네와 온도차이가 나는 것 같다. 범죄 예방

을 위하여 벽화와 밝고 환한 골목길, 편리한 범죄신고 시스템이 효과를 보면서 환

경개선 본보기가 된 소금길은 다른 지자체에 본보기가 되었다. 밝은 환경이 마음을

순화시켜준 효과를 만든 곳인데 염리동 소금길이 재개발로 사라진다니 아쉬움이 있다. 청계천 하류 청계천 역사박물관 앞에는 판잣집 몇 채를 보존하고 있어 그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는 선진 유럽보다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 과거에 화장실을 더럽혀 저급한 경고문을 써놓기도 했었다. 지금 화장실에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마음에 공감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날씨에 소금길과 염리동 역사를 안내해주신 해설사께 감사한다. 

[유연숙]

김영남 선생님 간만에 나오셔서 이렇게 후기 올려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