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화), 선상에서 맞이한 둘째날
시차와의 전쟁
전날의 긴 여행의 여독을 풀고, 오늘 이후의 성지순례 일정에 체력 비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푹 자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눈을 떠 보니 이 곳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이다. 다시 잠을 청하기도 그렇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객실로 매일 배달되는 선상생활 소식지 TODAY를 보니 오늘 일출시간이 6시9분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지중해에서의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하여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6시가 되었을 때 11층 갑판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수평선위로 약간의 먹구름이 끼어있어 온전한 일출의 장면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일출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 다시 도전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백석문화대학 오영애 교수와의 만남
아침 식사를 위해 9층 레스토랑으로 갔을 때 백석대학교회를 섬기는 오영애 권사님과 합석을 하게 되었다. 오 권사님은 현재 백석문화대학 광고마케팅학부 교수이라고 하신다.
어제 비행기 안에서 어떤 사모님과 함께 앉아서 왔는데 그 사모님이 자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서먹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식당에서 어제 그 사모님을 만났더니 반갑게 인사를 하더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냉정하지만, 일단 친해지면 그렇게 친절하고 가까울 수가 없다.
교회에서도 새가족이 처음 들어오면 본인이 얼마나 어색할까? 그런데 기존 성도들이 모른 체하면 두 번 다시 교회에 오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것이다. 자신이 그 입장에 처하여 경험을 해 보아야 잘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오 권사님이 한때 천안백석교회의 담임목사로 계셨던 오 목사님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 목사님은 육사를 졸업하고 대령으로 예편하신 군 출신 목사님이라고 한다. 공개 채용에 의해 천안백석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으셨는데 군 생활이 몸에 배여 담임목사의 지시 한 마디에 일사분란에게 일이 진행되지 못하면 자주 혈기를 부리셨다고 한다. 그런데 담임목사로 부임하신 지 6개월 쯤 지났을 때 몸에 병이 생겨 담임목사직을 얼마동안 내려놓고 미국에 가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병세가 악화되어 소천하셨다는 것이다.
누구든 혈기를 부리면 육신의 질병이 오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매사에 기쁨과 감사함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신다. 오 권사님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는데, 본인의 밝고 쾌활한 성격에다가, 학교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허물없이 부대끼고, 교회에서 권사로서 잘 섬기는 것이 건강과 젊음 유지의 비밀인가 싶다.
선상설명회 : 한국인 승무원 김선정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한 후 선상생활 설명회장으로 갔다. 코스타의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 김선정 씨의 간단한 브리핑과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 이어서 참석한 목사님 부부들의 자기소개 순서가 있었는데 우리 백석교단이 아닌 다른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분들은 CBS 투어에서 신문지상에 성지순례 광고를 내었는데 이를 보고 신청하신 분이라고 한다.
선상부흥회 - 강기선 목사(인천제일교회)
점심식사 후 대강당에서 선상부흥회가 개최되었다. 뜨거운 찬양과 통성기도 후 인천제일교회 강기선 목사의 메시지가 선포되었는데 큰 은혜의 시간이었다. 창세기30:25-32의 본문을 가지고 “내가 복의 근원이 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다”라는 제목의 설교가 선포되었다.
먼저 자신의 간증을 하였다. 자신의 어머니는 무당이었으며, 중학교 때까지 약간의 언어장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하나님을 만나 언어 장애가 치료되고,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서울의 명문고등학교에 수석 입학하였다. 대학 졸업 후 국내 대기업에 취직하여 중동에서 일을 하다가,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 옮겨가기로 약속되어있을 때 하나님께서 자신을 부르셔서 직장에 사표를 내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하였다.
목사님이 사용한 유머가 몇 가지 있어 옮겨 본다.
1) 웃는 돼지머리는 다른 돼지머리보다 5만원 더 비쌉니다.
웃으면서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인사를 나눕시다.
끝까지 웃지 않는 사람은 웃는 돼지보다 못한 사람입니다.
2)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닭은? 후다닭.
가장 야한 닭은? 홀닭.
가장 정신나간 닭은? 헷가닭.
사업을 하다가 크게 망한 닭은? 쫄닭.
가장 위로를 잘 해주는 닭은? 토닭토닭
3) 어떤 초등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아버지가 술에 취하여 집에 오시다가 길거리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노래하는 것을 무엇이라고 하는지 사자성어로 대답해 보세요. 단 마지막 글자는 “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하여 아이들의 다양한 답이 나왔다. 고음불가. 이럴 수가. 미쳤는가. 한 아이가 모범적인 정답을 말했다. 고성방가. 그런데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던 한 아이가 손을 들며 대답한다. “아빠인가” 그 아이의 아버지가 평소 어떻게 살아왔는지 투영된다.
세운 자가 하나님이시라면, 말씀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내가 복을 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나만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통하여 다른 사람도 복을 받도록, 복의 근원이 되고자 함이어야 한다.
우리가 복의 근원이 된다는 것은 다음 세 가지 내용이다.
1)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너 혼자 복받아 잘 살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복의 근원이 되라고 하셨다. 내가 아무리 행복해도 다른 사람이 불행하다면 나는 복의 근원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로 인하여 지옥 갈 영혼이 구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2)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재앙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나 한 사람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고통을 받거나, 실족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결코 복의 근원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을 만들고 범죄할 때 자신의 이름을 생명책에서 지워달라고 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사도 바울은 로마로 가는 배안에서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함으로 인해 배가 파선되었으나 배에 탑승하고 있는 276명이 한 사람도 죽지 않고 구원을 받았다. 소돔과 고모라성이 멸망당할 때 아브라함으로 인하여 그 조카 롯이 구원을 받았다.
목회를 하다보면 목사의 가슴에 못을 박고 떠나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그를 저주하고 미워하지 않으며, 그에게 재앙이 임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계속적으로 사랑을 보여야 한다. 만약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고 나는 이미 복의 근원이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하여 예루살렘을 두루 다니며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자 한 사람만 찾아도 이 성을 멸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다.(렘5:1) 애굽에는 하나님의 신에 감동된 요셉이 있었기에 7년 흉년동안 애굽의 백성이 구원을 받고, 보디발과 전옥(典獄)과 바로의 왕궁에 복이 임하였다. 바벨론에는 다니엘이 있었고, 수산궁에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에스더와 그의 삼촌 모르드개가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한국교회에는, 우리 교회에는 누가 있는가? “내가 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이라도 올라가는 성도 한 사람이 중요하다.
3)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이다.
오늘 본문에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하였던 야곱의 외삼촌 라반이 말한다. “너로 인하여 내가 복을 받은 줄을 안다” 야곱 때문에 라반의 집에 복이 임하였다. 애굽의 바로가 복을 받고 잘 된 이유는 요셉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느 누군가를 잘 만나서 내가 복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복을 받는 사람이 되자.
선장 초청 칵테일 파티
오후 5시부터 이 배의 선장이 초청하는 칵테일 파티가 있다고 한다. 이미 여행사를 통하여 정장과 한복을 준비하도록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정장차림으로 참석하였다. 목사님들 중에는 나비 넥타이에 턱시도까지 준비한 분도 계셨다. 사모님들이 입은 한복은 이곳에서 더욱 진가를 드러내었다. 한복 차림으로 파티장으로 이동할 때 그 배에 탑승하고 있는 많은 승객들이 연일 플래시를 터뜨리고, 아름답다고 탄성을 질렀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선장과 악수 및 간단한 사진촬영을 마친 후 배의 운항에 중요한 책임을 맡은 사람을 한 사람씩 소개하면서 환영의 인사가 있었다. 물론 이 파티장에는 한국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장이 3개 국어로 인사말을 하였고, 한국인 승무원 김선정 씨가 예쁜 파티복을 입고 무대에 와서 한국말로 인사를 하였다. 김선정 씨의 인사말이 끝나자 우리 일행들은 모두 환호를 지르며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저녁식사
파티장을 빠져나와 바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3층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어제 한 번 왔던 식당이라 오늘은 어색함이 덜하였고, 메뉴를 정하는 것도 조금 익숙해졌다. 비행기에서의 기내식부터 지금까지 계속 딱딱한 빵과 함께 나오는 양식 식사보다 얼큰한 된장국이 생각난다. 어딜 가더라도 음식은 잘 적응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별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녁식사 때에는 “Rice"를 주문하였다. 그랬더니 밥이 나왔다. 그런데 마치 냉동실에 있다가 전자렌지로 데운 것처럼 밥알이 따로따로 노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고나니 한결 속이 편안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 후 갑판으로 나가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산책을 하였다. 하늘에는 반달이 떠 있고, 별들이 밝게 반짝인다. 지금 이곳 시간이 저녁 8시, 한국은 새벽 3시이다. 모두 곤한 잠에 빠져 있겠지. 하나님, 우리 성도들과 가족을 지켜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