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은 죽었다'는 말에 대해서,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책마다 또 다양한 방식의 해석의 접할 수가 있는데, 고병권 학자는 이 강의에서 역사적으로 신이 지녔던 의미를 통해서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가 자주 했던 말 중에 하나는, 황혼의 그림자를 조심하라는 말. 뭔 뜻이냐 하면, 해가 질 녘에 길어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라서 마치 그것이 신인 것처럼 착각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노인이 됐을 때, 철학을 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야 하고, 또 두 번째로는 인간의 그림자를 신으로 여기는 것은 결국 인간은 자신의 그림자의 그림자.. 그러니까 우리가 믿는 것은 사실 '신보다는 신앙'이고, 실제로 세상의 모습을 보면 신앙이 먼저인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러한 전제를 이해한 뒤, 이제 '신은 죽었다'는 뜻을 파헤쳐볼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신, 중세의 신, 근대의 신
고대 그리스의 신
고대에는 신을 지나치게 숭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죄를 신에게 떠맡기곤 했죠. 이러한 모습을 가리켜 니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강자' 였다고 말합니다. 그리스신화를 보면 굉장히 비도적적이고 부잡한 신들이 많이 나옵니다. 근친상간은 기본이고 폭력에 윤간에.. 사실 지금의 우리가 보편적으로 여기는 신의 모습과는 좀 다르죠.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마음에 다양한 욕망의 동물이 숨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욕망의 동물들은 밖으로 삐쳐 나오려고 으르렁대는데, 그 순간 하나의 ego를 낚아채면 그게 성격으로 표출되는 것이죠.
그 욕망들이 그리스인들에게는 다 신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것은 그리스인들에게 죄에 대한 알리바이를 마련해줬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면 내 몸에 신이 잠깐 들어와서 한 짓이라고 여긴 것이죠. 니체는 이 때의 신을 가리켜 기독교 신보다 더 고귀했다고 말합니다. 신이 인간에게 죄를 책하고 벌을 주는 역할이 아닌, 인간들의 죄를 떠맡은 더 고귀한 일을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강자였습니다. 결코 신 앞에서 작은 존재도 아니었고, 또한 우습게 보지도 않았지요.
중세의 신
하지만 중세의 신은 매우 거대해져서 인간은 상대적으로 나약한 존재가 됐습니다. 본래 유대교에서의 야훼는 자신들의 장점을 점철시켜 놓은 힘의 표현이자, 강력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몇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유대인들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신을 좀 더 약자에게 맞는 역할로 변형시키기에 이릅니다.
신은 원래 세상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는데, 인간들이 잘 못하고 있어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세상은 뭔가 부조리하고 뭔가 더러우니까, 약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신에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뭐 이런 종류의 것이죠. 지금 우리가 여기는 도덕의 보편적인 개념이 이때 많이 생겨났다고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모든 가치는 신이 정해주고, 좋고 나쁨도 신의 말에 따라야 하는 것이었죠.
근대의 신
하지만 근대가 되자, 과학이 발전하면서 신의 입지는 엄청나게 흔들립니다. 과거 신의 뜻이라고 여겼던 모든 자연의 현상들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면서 유럽인들은 큰 혼란에 휩싸였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정해주는 신이 불명확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치 판단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에 니체는 세상의 절대적 가치를 부정하면서 "신은 죽었다"는 말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킵니다. 세상의 진리는 없고, 진짜도 없으며, 절대 가치도 없다. 사실도 없고, 오로지 해석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 니체의 말이었고 그것은 근대사회를 정확히 말해주는 말이었습니다.
강의는 이러한 큰 틀 안에서 이뤄지는데, 제가 글에 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은데, 니체가 민주주의를 가리켜 '더 이상의 발전도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현대사회는 그 니힐리즘의 끝에 와있다는 것의 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