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도 깜짝 놀란 공기업 방만경영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여론의 지적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맡아야 할 공익사업을 공기업에 맡긴 것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공기업이 '돈 먹는 하마'라거나,그 직원들이 '철밥통'이라는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들의 경영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난해 11월 27일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자녀를 입양하거나 성희롱을 당했을 때 7일 휴가를 준다는 안건이 논의되었다. 한 사외이사가 "이런 안건을 통과시킨다면 나는 퇴장하겠다"고 극력 반대했다. 이 안건은 당일 보류되었으나 한 달 뒤 성희롱 휴가를 5일로 줄여 결국 통과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창립기념일이 공휴일이면 다음날 대체휴가를,공휴일 사회봉사도 대체휴가를 주는 규정을 도입하려 했다. 이 안건도 보류됐지만 노사 단협에 의해 시행 중이다.
철도공사는 본인은 물론,배우자의 조부모 사망 시에도 위로금을 기본급의 100%,평균 2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민간기업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이다. 철도공사의 지난해 적자는 9천359억원으로,전년(6천69억원)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적자규모가 커지는 게 당연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조4천억원이나 되는 채권발행안을 이사회에 상정하면서 원리금 상환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공기업을 혁신하려면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부터 근절해야 한다. 고유 업무와 무관한 정치권 인사들이 공기업 경영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자리 보전을 위해 노조와 관계개선을 해야 하고,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경영이 방만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오는 4월부터는 공기업 임원추천위원회에 사원 대표를 참여시키도록 했다. 공기업 혁신의 첫걸음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입력시간: 2007. 01.22.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