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전 국민이 ‘과매수공포증’ 걸린 상태…호가보다는 실거래가 중심으로 봐야”© 경향신문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43건(계약일 기준)으로 월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1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1만901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11월 거래건수(4만822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역대 유례없는 ‘거래절벽’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박사·사진)은 “전 국민이 ‘과매수공포증’에 걸린 상태”라고 진단했다. 즉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급매 외에는 여전히 높은 호가를 유지하고 있고, 가격이 이전보다 하락했어도 ‘지금 사는 가격도 비싸게 사는 것이면 어떡할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집은 전망을 보고 사는 거예요. 현재의 집은 그냥 ‘집’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부동산이자 내 생에 가장 큰 쇼핑이거든요. 자신이 가진 가장 비싼 자산을 구매하는 것인데 불확실성에 베팅을 해야 돼요. 주식처럼 투자를 분산할 수도 없어요. 그렇다보니 구입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고 조마조마하면서 타이밍을 노리게 되는 겁니다. 하락장에서는 그 정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고요.”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거래절벽 상황에서 초급매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하락거래를 ‘시세’라고 볼 수 있을까. 박 수석전문위원은 “관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호가보다는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답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속일 수가 없다”면서 현재의 하락세는 거래량으로도 판단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가격은 직거래도 있을 수 있고, 거래 유형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거래량은 매수자들의 심리를 여실히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며 “거래량이 줄었다는 것은 결국 그 가격으로 집을 살 사람이 줄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하락세가 연착륙하는 시기는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이 박 수석전문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점을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로 하락폭이 둔화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공포국면에서는 어떤 것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