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편향문제 3. 템플스테이와 연등축제의 종단편향
불교포커스 2011년 11월 29일 |
법현스님_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
이웃종단엔 막힌 템플스테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체험이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다수가 템플스테이를 꼽는다. 템플스테이는 우리의 불교문화를 알리고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을 중심으로 한 조계종의 역할이 지대했다.
올해 초 조계종과 정부여당의 복잡한 관계에는 템플스테이 예산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다수의 여론이다. 하지만 템플스테이는 조계종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2002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서 내가 직접 이름붙이고 성안하고 제안했던 범불교프로그램이다.
현재 템플스테이는 태고종, 천태종, 관음종 등 이웃 종단의 몇 개 사찰에 참여의 문을 개방하고는 있으나 참여율도 미미하고 예산지원액도 적다. 천태종 총무원장스님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통사찰문화가 아닌 ‘퓨전문화’를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찰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 위치한 사찰음식전문점은 불교 전통음식과 자비와 지혜를 담은 ‘바라밀행으로서의 음식’을 제공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비싼 가격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다음 손님을 받아야 한다며 1시간10분 만에 나가라고 해서 서둘러 나와야 했다.
또 ‘차’라고 이름 붙였지만 발효하여 알코올이 생긴 ‘솔차(松茶)’를 조계종의 대표적 사찰음식전문점에서 판다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사찰음식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진행한 프랑스 행사에서 솔차로 건배제의 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연등축제는 조계종 문화재?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열리는 연등축제를 살펴보자. 우리는 고려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연등회라는 이름으로 범불교적인 축제를 펼치고 있다. 90년대 초까지는 ‘부처님오신날 봉축 대법회’와 ‘봉축제등행진’이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렸다. 진행했다. 여의도에서 봉축법요를 진행하고 조계사까지 등행진을 하였는데 7시부터 시작한 행렬이 조계사에 모두 들어올 때는 12시가 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행렬을 보아가면서 마무리하느라 대학생불교연합회행렬이 제일 뒤에 들어왔다.
90년대 초에는 조계종의 봉축위원회에 불교레크리에이션포교회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가미하였다. 이름도 ‘연등축제’로 바꾸고 군무(群舞)와 대동놀이, 길놀이를 포함하고 전통등(傳統燈)을 만들어 행진을 했다. 하루 종일 열리던 우정국로의 거리축제와 연등행진에서 들어온 등행진이 마무리되면 우정국로에서 회향한마당을 개최함으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공식적인 행사로서의 장엄함이 주를 이루던 것이 90년 이전의 행사의 느낌이라면, 그 이후는 축제의 느낌이 더해졌다. 이 문화축제를 여러 종단과 신행단체 및 사찰들의 참여로 치러내고 있다.
연등축제는 조계종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7개 종단 모두가 동참하므로 형식적으로는 범불교행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조계종 내의 상시기구인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주관하는 모양새가 되어 이웃종단들의 불만이 많다.
봉축법요의 관불법요에 종단의 총무원장인데도 참여시키지 않는 예가 있는 반면, 조계종은 서울 지역의 중요사찰 주지까지 참여시킴으로써 아예 이를 외면하는 종단도 몇 개 있었다. 그래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이사회에선 서울시청 앞 봉축등 점등식이나 연등축제의 주최단체를 ‘한국불교종단협의회’로 명기하고 이에 걸맞는 식순과 의전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는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최근 조계종은 연등축제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하고 유네스코에도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 지정과 등재를 모두 조계종 단독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전문위원들은 전통성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행사의 주최 단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하려면 종단협의회의 의결을 거쳐서 조계종 문화재가 아닌 범불교문화재로 지정하고 등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것이 보존해야할 문화인 것을 입증하고 설득하려면 전승자를 지정해야하는 일반화를 거쳐야 한다. 전승자를 개인이 아닌 단체로 지정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한 불교계의 의견일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연등축제(燃燈祝祭)를 연등축제(蓮燈祝祭)로 이해한 것인지 영문으로 ‘Lotus Lantern Festival’이라 표기하고 있다. 연등(燃燈)이라는 이름 속에는 ‘지혜의 등불을 밝힌다’는 의미와 함께 붓다의 전생인 보살이었던 시절에 ‘연등부처님(燃燈佛.Dipamkara Buddha)’ 앞에 등불을 밝혀 뒷날 성불할 것이라는 수기를 받았던 경문에 따라 등불을 밝힌 이들이 부처처럼 살아서 부처가 되기를 발원하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다.
법현스님(저자거리 열린선원 원장, 태고종 전 부원장,KCRP종교간 대화위원)
원불사한국불교개혁源佛寺
http://cafe.daum.net/wonbulsa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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