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말
(1992, 개정판 성서백주간 도움책, 구약성서편 '머리말')
마르셀 르 드로즈 Marcel Le Dorze 신부(1919~2015.8.15.)
1974년에서 1975년에 전세계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년聖年’1)을 선포하여 경축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맡은 도쿄의 우에노 교회는 종전 후에 갓 태어난 교회에 불과했습니다. 이 기회에 저는 신자들에게 “성서를 펴들고 함께 읽읍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1955년에 부임하여 그때까지 저는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교를 소개하고 희망자에게는 기초적인 준비를 시켜 세례를 주곤 했는데, 영세 준비에 주력하던 터라 그 후에 당연히 따라야 할 신자 양성에까지는 정신을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일에 모여드는 교회 공동체 전체가 언젠가는 초보적 신앙을 탈피하여 성서에 기술되어 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알고 그 말씀에 양육되어 성장해야 할 것이라는 신자 양성의 필요성을 늘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성서를 읽자”라는 저의 호소에 많은 신자들이 호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그것이 ‘성서 백 주간’으로서 오늘날 이처럼 전국에 걸친 성서 읽기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성서 읽기가 시작되자 모두가 큰일이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열심히 계속 읽어 나갔습니다. 저 자신은 큰 강물에 뛰어든 것 같은 기분이었으나 동시에 ‘대단하구나! 선교사로서 일본에 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라고 저도 큰 기쁨을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즈음부터 주일의 공동체 모임(미사성제와 그 외의 전례 행사)에 참가하는 신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고, 봉독 되는 성서의 말씀이 단단히 몸에 배어들게 되었다는 뚜렷한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주 행하는 저의 설교도 변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성서를 읽는 동안에 지식 면에서도 신앙의 기초를 확인하여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매주 모임에서 각자가 느낌을2) 이야기함으로써 자연히 발언하는 훈련도 되는데,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한 이 훈련 중에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키우게 되어, 신자는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자기 삶의 자리와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자각으로 자발적인 행동을 하게끔 변화되었습니다.
성서 백 주간을 통한 성서 전부의 통독은 우선 주 그리스도께로 이르는 길입니다. 우선 주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입니다.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에 힘입어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마음과 가르침을 감득感得하는 ‘삼 년간의 연속 묵상회’와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성서 읽기 법을 계속하면, 교회 공동체나 신자에게 크나큰 기쁨과 은총이 있다는 것을 17년간 몸소 체험한 결과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서 백 주간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초기에는 성서 전체를 일백 회에 나누어 읽게 된 데서 기인합니다만, 경험을 쌓아 가는 동안에 읽을 부분이 지나치게 길면 내용 파악이 잘 안됨을 알게 되어, 지금은 분량을 좀 줄이면서 횟수를 늘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읽기 법이 어느 사이에 각처로 퍼져 나가 북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 방법으로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어림으로 시작한 이 읽기 법을 돕기 위해 성서 외에 <성서 백 주간>이라는 도움책을 길잡이로 사용해 왔습니다만, 이 도움책도 간단한 것에서 서서히 정리되어 지금은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성서 백 주간이 교회 안에서 쓸모가 있어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말씀을 음미하며, 믿음의 기쁨으로 발랄한 인생길을 생기있게 헤쳐 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주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사회 안에서 땅의 소금, 세상의 빛이 되어 복음을 전파하게 되기를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성서 백 주간이 박숙안 까리따스 수녀님의 훌륭한 한글 번역으로 분도 출판사에서 나오게 된 것은, 더없이 기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백년이 넘도록 하느님 말씀에 마음을 열어 온 한국 교우들께서, 구원의 복음을 더욱 깊이 받아들이는 데에, 저의 자그마한 노력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은혜가 없겠습니다.
완성하시는 하느님, 모든 것의 시작이요 마침이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1992년 주의 공현 대축일에
마르셀 르 도르즈 신부3)
1)성년聖年: 성년聖年의 정의와 가르침은 레위기 25장에 근거한다. 가톨릭교회의 성년 개폐 전례는 1475년 교황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작되었다. 교황 바오로 6세가 1974년 12월 24일~1975년 12월 24일까지를 성년으로 선포하여, 그리스도 안에서의 영적 쇄신과 하느님과의 일치」라는 주제로 한 해를 지낼 것을 선포한 것이다. (입력자)
2) 박숙안 까리따스 수녀(영원한 도움의 수녀회;일본 상지대 졸업)
3) 마르셀 르 드로즈 Marcel Le Dorze 신부(1919~2015.8.15.성서백주간을 만드신 분)
· 1919년 프랑스 브레타뉴 지방 출생.
· 1946년 파리외방전교회에서 서품 받은 후 중국 사천성으로 파견.
· 1946-1952년 중국 성도 대신학교 교수, 영현 교회 주임사제 등으로 활동하던 중, 중국 공산화로
강제 출국당하였으나 본국으로 가지 않고 일본 동경 교구로 파견됨.
·1955년부터 일본 동경 우에노 주임사제로 활동.
· 1974~5년 우에노 성당에서 성서백주간 시작.
· 1987년 이래 동경교구 진생회관 학생의 집에서 '성서100주간'을 담당하면서 성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 1992년 2월 25~26일 방한(장익주교님 초청), 성서백주간 설명회· 주간모임 실습(장충동 분도회관)
· 1996년 9월 13일 성서백주간 추계연수 초청으로 방한.
· 2002년 3월 4일 성서백구간 한국 도입 10주년 기념미사 및 행사 초청으로 방한(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 2015년 8월 16일 지병으로 선종.
·저서로 [성서 100주간 도움책 4권: 길잡이,구약성서 역사편,구약성서 예언*교훈서편,신약성서편; 옮긴이: 박숙안 까리따스 수녀(영원한 도움의 수녀회)], [하느님과 더불어 산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산다] 등이 있다.
'머리말'이라는 이 글은 도움책 역사편에 있는 내용입니다. 도르즈 신부님의 성서백주간 시작 계기와 그 은혜와 축복에 대한 깊은 이해를 공감할 수 있어 게시하고 간단 주석을 붙였습니다. 도르즈 신부님의 성서백주간과 관련된 일생을 간략하게 추가할 수 있어 참 기쁩니다. 인터넷에 있는 분도회 자료에 입력자가 조금 편집하였습니다.(엠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