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병원에서 주치의와 한바탕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내가 주치의가 처방해준 한 약에 대한 부작용을 얘기하자, 그는 그 약이 내가 한달 여 전 심장스텐트 시술 후 퇴원할 적에 처방해 준 약이기에 내가 그 약으로 겪고있는 부작용이 새삼스럽다고 했고, 나는 그 약이 새로운 것이라 맞선 것이다.
‘노바스크(Norvasc)’라는 혈압강하제다. 지난 17일 시술 한달 후 나는 병원으로 갔고, 거기서 주치의는 약을 바꿔주었다. 그리고 나는 노바스크가 들어간 그 약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틀 후부터 몸이 이상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주요 증세는 가슴 두근거림과 숨이 차는 것, 그리고 답답해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대학병원에서 은퇴한 의사친구에게 물었더니, 약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약 복용을 끊어보라고 했다. 그 친구 말에 주치의 처방약을 놓고 꼼꼼하게 살펴봤더니, 노바스크에 그런 증상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친구 말을 따르지 않았다. 주치의 말로는 밥은 굶되 약은 꼭 챙겨 먹으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4-5일 계속 약을 먹었고, 그 증세는 더 지독해지고 있었다.
22일 몸 상태가 친구들과 지리산 산행을 갈이 갈 형편이 못 됐음에도 굳이 간 건 거의 자포자기에 이른 심정 때문이다. 그 날 새벽 집을 나서면서 약을 끊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약을 먹질 않았다. 산청 원지에서 거림으로 해서 세석평전까지를 오르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다졌다. 저녁 무렵 세석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 누울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그런 상태로 설핏 잠이 들었다 깨어난 게 새벽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그 때도 아무런 증상이 없이 편안했다. 그 때 나는 확신이 들었다. 나의 그 증상이 약을 갈아먹었기, 특히 그 노바스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삼신봉으로 가면서도 약을 먹질 않았고 편안한 상태는 삼신봉과 청학동에 도착하고 원지에서 뒤풀이를 한 후 서울오는 버스를 타 서울에 도착하고 집에 와서도 계속됐다.
그리고 오늘 병원엘 간 것이다. 주치의 말은 이랬다. 노바스크의 제일 으뜸가는 부작용은 부종이라고 했다. 내가 찾아봤더니 그 약의 부작용 중 하나로 가슴 두근거림이 있다고 얘기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내 말을 듣더니, 그럼 노바스크를 빼고 먹어라고 했다. 그 약을 뺀다해서 별다는 지장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랬다.
그러면서 혹시 갑상선에 이상이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나의 혈액검사 상으로는 정상이라고 하면서도 혹시 그럴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니 자신은 노바스크로 인한 것으로 보이질 않으니 그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내과 내분비과 쪽에서 갑상선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집에 와서 한달 전 퇴원할 적에 처방해준 약 리스트를 봤더니 노바스크가 거기에 있었다. 주치의 말이 맞는 것이다. 그럼 그 때 노바스크가 든 처방약을 먹을 적엔 그런 증상이 없었으니 노바스크는 별 문제가 되질 않는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오늘은 아침에 노바스크 약을 반토막을 내 반을 먹었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도 약간 덜하지만 그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경우를 어떻게 여겨야할지를 모르겠다. 내가 혹여 너무 과민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가슴이 시도 때도 없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고 답답해지는 그 증상은 분명히 10월 17일 주치의가 약을 바꿔준 그 후부터 내가 겪고있는 것인 만큼은 분명한 것인데, 그럼 이 증상도 신경과민에 의한 것이란 말인가.
한 가지 일이 아직 남았다. 노바스크를 통째로 빼는 것이다. 내일은 주치의 처방약에서 노바스크를 아예 통째로 빼고 먹어볼 작정이다. 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