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3.
구례군 귀농귀촌센터
“퇴직하면 이제, 뭐 하고 살지?” 조금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이 질문의 핵심은 '뭐라도 해야 할 텐데.'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30년을 넘게 생업에 종사했으니, 얼마간은 쉬어도 된다. 쉬는 것도 의미가 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집을 떠나 쉬기로 했다. 전라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농촌으로 들어가서 쉬어야겠다고 자신에게 세뇌했다.
반년을 인터넷 검색과 후기를 읽었다. 해남, 함평, 구례에는 체류형 농업창원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강진, 고흥, 화순에는 귀농학교에서 몇몇을 모집한다. 나이 제한이 있어 귀농학교에는 언감생심 원서도 작성하지 못했다. 어디를 가도 내가 후회할 일은 없어 보인다.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는 곳에 원서 접수해야 한다. 1월 26일이 마감날이었지만, 16일 방문 원서 접수했다. 아내와 함께 면접을 위해 구례를 찾은 것은 2월 7일이었다. 지리산 봉우리마다 하얀 눈이 쌓여 환상적인 날이었다. 4명의 면접관 중에서 3명이 호감을 느껴 긍정적이라 생각했다. 합격 통보와 함께 2월 27일 방문하여 8기 교육생 설명회에 참석하여 숙소 추첨을 하라고 문자가 왔다.
농업 활동에 참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귀농이나 귀촌을 위한 준비를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아는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귀촌을 위한 도움이 필요하여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선택했다. 여기서는 귀농귀촌을 위해서 10개월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보다 쉽고 실패 없는 귀농귀촌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교육 내용에 농기구 사용법과 감자, 고구마, 고추, 옥수수 등을 심고 수확하기가 귀에 쏙 들어왔다. 그 외 다양한 교육이 있으나 몰라서 기억할 수도 없다.
열심히 참여하면 뭔가 만족할 수 있을 듯하다. 달리 해야 할 것이 없는 은퇴자로서 이만한 게 없을 것 같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남는 시간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답사 여행도 떠나리라. 원하는 전라도 농촌으로 가니 마음은 설렌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일이면 시작한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첫댓글 잘 익은 밥이 되겠다
그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