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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의 산줄기를 찾아서 <제2차>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토산령-구랄산-면산<1,245.2m>- 석개재
▲08/03/15 토요일
▲동행 : 6인. (서샘님. 약초님. 대박님. 효주님. 옆 지기 달콩. 평산지기)
▲교통 : 12인승 승합차 (서울-제천-영월-태백-제천-홍천-서울)
▲낙동정맥 제3일차 : 도상거리 ? km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토산령-구랄산-면산-석개재
9시간30분소요 (러셀로 진행에 어려움)(휴식 등 포함)
★참고사항 : 해발650m이상의 고도에는 잔설이 많아 러셀을 해야 진행이 가능함.
인천에서 태백은 먼 거리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비스듬히 한 획을 그으면 된다. 지도상에서도 거의37도30분을 가르친다. 서울 답십리역에서 동행인들과 접속 후 중부-영동-중앙고속도로를 내 달려 제천 - 영월을 경유해야 길도 굽이지고 회색빛이 감도는 태백에 이른다. 희한한 발상으로 건립된 카지노의 불빛은 깊은 산골을 밝힌다. 서울엔 김밥 천국인데 반해 카지노의 파장이 일어서인가 태백으로 내달리는 차창 밖 밤 풍경은 골짜기를 메운 모텔천국이다. 검은색노다지는 오간데 없고 산골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뿐이라.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태백시에서 발행한 안내소책자는 산을 주제로 한 검은색수채화로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는 타 지방과는 매우 색다른 - 이를테면 사실적인 표현으로 전달 감을 잘 나태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싶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작은 눈으로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3시간30분을 내 달려 밤9시경에 도착한 태백시 철암동 - 옆에는 영동선 철로가 지난다. 제1차 낙동정맥 진행 때 잔설로 인하여 러셀에 힘을 다 쏟아 부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토산령이란 곳에 이르러 면산방향(석개재 방향)으로는 발자국이 없어 러셀을 해야 했다. 하여 토산령에서 휴양림방향으로 탈출했었다. 그때에도 휴양림방향으로 발자국의 흔적이 없었다면 아마도 무리를 해서라도 석개재로 계속해서 진행을 했었을 것이다. 태백시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방향으로 발자국이 많아 탈출을 했었기에 내일의 산행 접속구간이 가까운 철암동 “거북식육식당”으로 오게 되었다. 그날 산행을 마무리하고 알았지만 거북식육식당의 유사장님일행의 발자국이란 이야기... 그 발자국이 없었다면 식당은 물론 오늘 만나게 되는 “전혜자님“과의 만남도 없이 낙동정맥을 진행하게 되었을 것이 아닌가? 인연이란 참 묘하다싶다. 고속도로에서 통화했으며 - 저녁식사라도 대접하려던 “전혜자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다. 막 식사를 끝내려는 차에 반년 만에 뵙게 되는 “전혜자님”을 만나게 된다.
만남은 반갑게 - 반가움은 배려로 이어지고, 산행 후의 택배 등을 주변 분들께 부탁을 해 서 도움을 주시겠다며 산악회 여회장님을 모시고 오셨다. 태백의 볼거리를 설명해 주시고, 태백시와 산, 정상석 등을 주제로 하여금 대화는 삼수령의 빗물이야기로 어느새 넘어가고 있었다.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로의 왕성한 활동과 함께 - 이번엔 넘치는 의욕으로 낙동정맥 제3회 차를 현재 답사 중이신 대단한 산악인 “전혜자님”이시다. 내 동행인들은 그의 산 이야기에 이미 몰입되어 있었다. 함께한 인연과 만남 - 궁금하고 묻고픈 것도 오백다섯 가지나 되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의 흔적을 렌즈에 담으며 다음의 만남을 기약해야했다.
우리넨 이 음식점의 주인장이신 유사장님 내외분으로부터 식당전체를 잠자리로 제공받았다. 본래의 계획은 휴양림에서 야영을 하려했었다. 물론 차량엔 야영장비 일체를 가지고 왔다. 러셀의 어려움으로 탈출 - 지나가던 길가의 음식점에 우연히 들렸었고 식당 여주인과의 대화중에 전혜자님의 이야기와 산 이야기가 오늘을 있게끔 했다. 식당 여주인도 후일 알았지만 산악회부회장님이라고... 제공받은 음식점 잠자리에 이부자리, 그리고 침낭... 이렇게 태백의 아름다운 인연의 밤은 레일 위를 달리는 화물열차의 묵직한 소리와 함께 깊어가고 있었다.
낙동정맥 제3일차 : 08/03/15 토요일
05:00 기상 후 식당의 주방에서 준비된 식자재를 이용 - 아침 식을 끝내려는 06:00에 이 식당의 유사장님이 신형스타렉스 12인승을 준비해 주셨다. 그의 배려로 휴양림 끝까지 차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와 오후에 석개재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곳에서 식당까지 또 택배를 해주시겠다고... 그가 돌아간 후 산행을 시작하지만 이곳은 제1차 낙동정맥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눈이 조금밖에는 녹지 않았다. 계곡엔 흐르는 물소리만이 전번과 달리 맑은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계곡에도 봄은 오는데 눈은 아직 녹지 않았으니 저 높은 고도의 능선이 걱정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은 녹지 않았다. 우리가 왔다간 3월2일 이후에도 이곳엔 또 눈이 왔었단다. 그 눈이 또 쌓여 아직 녹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토산령까지 오르는데 1시간이 소요되었다. 2주 만에 토산령에 왔지만 그 때와 똑같이 눈이 그대로다. 계곡길이 미끄러워 쉬지 않고 올랐지만 갈 길이 걱정되어 면산방향으로 진행해 본다. 역시나 다. 앞서 지나간 발자국의 형체도 없다. 산로는 무릎까지 빠지기 시작하고 선두에서서 러셀을 해가며 진행하자니 무척이나 힘들다.
눈 속에 - 아무 이유 없이 콱 묻혀보고 싶다?
연일 계속되는 고온 현상으로 이곳의 눈도 많이 녹았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빗나가고 만다. 예상 밖의 복병을 만나니 - 러셀 ! 토산령에서 07:30분 출발하니 석개재 도착은? 나름 인심 쓰듯 넉넉히 잡아 보지만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힘들 것이 더 큰문제다. 시그널이 자주 등장하기에 길을 잃지는 않겠지만 한걸음 한걸음을 옮길 때 마다 빠지고 나오고를 반복하니 천하장사라 해도 죽을 지경 일게다. 가끔 선두를 내 주어 보지만 속도가 없으니 자동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지치다 보니 한여름 더위 타는 개<犬> 모양 헉헉대며, 눈밭?<山>으로 이리저리 푹푹 쓰러지고 만다. 내 의지대로 진행 할 수 없다는 것이 살아온 인생과도 같다. 그래도 가야할 길 - 일어나 다시 한발 움직여 보지만 발은 눈 속으로 푹 - 들어가고 - 푹 들어가고를 반복 - 그래서 구랄산을 오르던 이가 지랄산 이라했단다. 구랄산은 반 평도 안 되는 봉우리. 땅이 그리운 우리네에겐 땅은 좋지만 한참을 내려서니 또 러셀을 해야 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 저 봉우리가 면산인가 하지만 면산은 그 면상한번 보여주기를 이렇게도 심하게 시험을 해 대는지 원... 어림잡아 여섯 봉우리를 지나야 면산은 그 잘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랬다. 고온으로 인해 따뜻한 도심에서 설산을 보면 가보고 싶고, 오르고 싶었던 것이 설산이다. 그 눈 속에 아무 이유 없이 콱 묻혀보고 싶었다. 여기서 묻혀는 死자가 아니라 더불어 다. 헌데 오늘 실제 이렇게 다시금 접하니 아니 올시 다다. 물론 러셀 구간이 짧은 곳에서는 추억으로 남겠지만 오늘 같은 날은 전혀 아니다. 십여 년 전 먹었던 새우젓 국물 힘까지 쏟아 부어보지만 역부족이다. 거기에 시체가 짧은 탓이 또 한몫 거둔다. 묘한 일이다. 그래도 화가 나지 않는다. 내개 좋아 하는 짓<?>인데 뭐 이까짓 것쯤이야. 이 정도는 이제 다스릴 줄 안다. 그 만큼 계급이 상승했나? 아니다. 겸손은 밥을 주지만 건방은 건빵도 없다. 눈이 좋다. 그리웠던 눈이다. 하얀 면사포를 곱게 차려입은 수줍은 처녀와도 같은 순백의 겨울 산 - 이제 꽃을 피우고 녹색으로 갈아입으면 당분간 볼 수 없는 단아한 모습의 겨울 산 ! 침묵으로 일관하는 순백의 산 - 모습을 마음속으로 읽으며,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내 작은 눈 속에 풍경을 담고, 코로 시원한 산하의 공기를 흡입해 본다. 이 겨울의 눈 풍경은 올해엔 아마도 오늘 산행이 마지막 일게다. 이렇게 러셀을 즐기며 장시간 눈 산행을 해 본적은 없다. 러셀의 기쁨은 어쩌다 깨어지기도 했다. 산 짐승의 발자국이 내 앞에 있을 땐 좀 거시기 했다. 순백의 산하를 첫 러셀하며 오르는 것은 새벽안개 살짝 드리웠을 때 그 골프장에서 첫 번째로 드라이브샷을 때리는 순간 - 그 경쾌한 소리와도 같다.
면산은 러셀하며 오르는 이에게는 정말 저 멀리 있었다. 이미 전혜자님이나 타 산행 기에서 접했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러셀을 해가며 오르는 자로부터는 많은 땀을 요구했다. 도시락도 없이 - 코펠버너는 물론 없이 - 떡과 과일 야채로만 가득채운 배낭 - 배가 고프기 전에 먹었고, 힘들기 전에 쉬었지만 힘들고 땀께나 흘려야했다. 면산엔 석개재로부터 태백 산 사랑회 회원님들이 힘들게 운반하여 땀 흘려 설치했다는 정상석이 우리네를 반기고 있었다. 약 10여개에 이르는 정상 석을 설치하셨다는 전혜자님의 이야기다. 뫼 산자를 형상화했는지 뾰족한 것이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것이 늠름해 보인다. 강렬하고도 따뜻한 햇볕이 눈을 녹이고 있다. 4월12일쯤 이곳을 찾으면 눈 대신 질퍽거리는 대지가 반기지 않을까싶다. 오늘 처음 접하는 정상 석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겨본다. 러셀로 힘들게 올라온 것도 다 잊은 채..... 그렇게 서 있다. 정상엔 눈이 많아 쉴만한 자리가 없다. 더 진행하니 양지바른 곳에 눈이 녹아 있어 나뭇잎위에 자리 잡고 육신을 눕혀본다. 땀 흘려 오른 자만이 내려다 볼 수 있듯이 땀 흘려 올라와 이렇게 퍼질러 앉아 쉼에 근심걱정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앞으로 갈 길도 2시간여 ...서둘러 보지만 내리막의 연속에 또 러셀을 해야 하는 구간이다. 구랄산과 면산을 오기 전에 동행인 모두는 눈 산에, 눈 속에 푹 빠졌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 모두가 즐거워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자연과의 동화됨의 동작은 저마다 순박함 그 자체였다. 이렇게 하산하며 러셀 동작 중에 나뒹구는 나를 보았다면 박장대소했을 터...... 벌떡 일어나 또 진행하며 길을 내고 흔적을 남긴다. 오늘 산죽들은 내 키를 넘어 옷을 적시었고, 눈은 등산화를 적시더니 깊이 파고든 녀석으로 인해 스패츠는 했지만 발이 젖어가고 있었다. 물론 여분의 양말정도는 늘 지니고 다닌다. 아무하고도 만나볼 수 없는 정맥 길을 나는 이렇게 선두에 서서 - 저 멀리 보이는 후미를 힐끔 쳐다 봐 가며 걸어가고 있다. 그 길 끝이 어디든 간에 산줄기라면 마다하지 않고 갈 것이다. 저 멀리 도로가 보인다. 저 곳이 석개재로 이어지는 도로 일게다. 러셀은 석개재를 10여분 남겨둔 지점까지 이어졌다. 오늘 가지 못 하면 내일 가면된다. 서두르거나 무리한 계획 등은 신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만 산행하고 내일은 산행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산은 늘 그곳에 있음에 경쟁하듯 - 후다닥 지나치고 싶지는 않다. 얼마나 열심히 자료를 찾고 - 왔는데 훌쩍 지나친단 말인가? 볼 것 다 보고, 생각할 것 다 생각해가며, 먹을 것 다 먹어가며 느끼자. 그러면 육신을 보링 할 때까지 잘 보존 - 산에 오를 수 있을게다. 누가 뭐래도... 안전을 위해서 적당한 속도로 진행하자. 그 길만이 내가 내일 또 산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석개재를 바라보며 거북식육식당 유사장님께 전화를 했더니 벌써부터 석개재에서 기다리고 계셨다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내가 미리 전화를 하지 않았던 것은 러셀하며 진행하는 우리가 시간을 정할 수 없었고, 만약 지체되면 미리 와서 기다리는 일이 발생할 것 같아서 그리했는데... 벌써부터 기다렸다고 하신다. 이번 제2차 낙동정맥 산줄기를 찾아서는 여기까지다. 석개재에서 답운치까지는 거리와 소요시간이 만만치 않은데다 러셀을 해야 할 경우 - 그 소요시간은 가히 짐작하기 어렵다. 하여 다음 달인 4월11일 태백에 와서 15일 석개재를 들머리로 다시금 진행 할 계획이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눈은 모두 녹아 그 흔적도 없으리라. 낙동정맥의 강원도 지역은 눈이 녹지 않았을 때에는 겨울엔 자제해야하지만 눈 속에 파묻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가는 겨울의 눈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었다. 무리한 산행은 아니었지만 힘든 산행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미친 짓 인지는 모르나 지극히 나는 정상이다. 누가 뭐래도 안전을 제일주의로 - 즐거움을 제이주의로 - 테마를 제삼주의로의 내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구문소◑
황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동점동에 이르러 큰 산을 뚫고 지나가며 큰 석문을 만들고,
깊은 소를 이루고 있어 “구문소”라고 한다. 낙락장송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고, “마당소, 삼형제폭포, 여울목, 닭 벼슬바위” 등 구문8경이
있다. 우리나라 고생대의 표준층서를 보여주는 지질시대별 암상을 비교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평가받고 있어 학술적 가치 또한 매우 크다.
구문소에서 철암 방면으로 900m 떨어진 곳에 “화석수목전시관”이 있다.
12인승 스타렉스가 배고픈 우리네를 태우고 쏜살같이 내달려 도착한 곳은 구문소다. 우리에게 보여주신다고....배도 고프지만 처음 와 보는 구문소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구문소에서 식당은 불과5분여거리 - 수고했다며 반기는 유사장님의 부인은 총알같이 김치찌개에 맥주에 소주에 푸짐하게 한상차려 놓으신다. 남김없이 식단을 비웠다. 내일 산행이 있다면 - 오늘 답운치에 차량을 주차해 놓기 위해 갔다 와야 하지만 다음 달로 연기했기에 이곳 유사장님내외와 아쉬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내일은 산행을 하지 않고 홍천(인제군 인접)의 필 하우스에서 모두가 함께 휴일을 즐기기로 했다. 해서 제천을 경유 - 중앙고속도로타고 홍천에 들러 먹 거리를 장만 후 - 필 하우스에 도착 - 여장을 푼다. 1박 후 바비큐 파티 등 좋은 곳에서의 충전완료 - 테마로 낙동정맥 제2차를 마무리한다. 동행한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전혜자님, 유사장님내외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도움주심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달 14일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 ~ 벅
080318 평산지기.
...................☞ 좀 더 많은 이미지는 ☜ 좌측의 ■ photo galleries 정맥 방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