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의 순례 처 만들기
이번 여름신앙공동체 수련회 기간에 위원회별로 이런 작업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교회 둘레길을 중심으로 적당한 곳에 교우들이나 오시는 분들이 기도와 묵상, 삶의 다짐과 실천을 가질 수 있는 작은 공간의 자리입니다.
말 무덤
경북 예천의 한대 마을에 가면 말 무덤이 있습니다. 말(馬)이 아니라 말(言), 즉 언총(言塚)입니다. 이 무덤은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1990년에 비석을 세우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무덤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옛날, 말싸움이 얼마나 치열했으면 이런 무덤이 생겨났을까 싶습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또는 나 중심의 한 마디가 상대나 사람들에게 큰 아픔과 상처를 남깁니다. 누구든 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우리 모두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둘레길의 첫 번째 순례 처는 말(言) 무덤입니다.
용서 자리
주님은 용서를 묻는 베드로에게 일곱 번씩 일흔 번(끝없는)이라도 용서하라고 말씀했습니다. 용서가 멈추면 세상은 살 수 없고 그곳은 지옥이 될 겁니다. 하지만 용서할 수 있고, 용서 받으면 세상은 진정 살만 하고 희망입니다. <용서>가 뭐냐고 묻는 그에게 ‘아, 용서! 한 번 봐주는 거 아냐!’ 했다지요.
주님의 기도에도 서로를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용서한 것처럼 너희도 그리하라 하십니다. 이 자리는 그런 자리입니다. 가만히 앉아 묵상하다 보면 ‘내가 너를 용서했다, 나도 네가 용서하기를 원한다’하는 주님의 마음을 느끼는 아름답고도 새로운 희망과 시작의 자리입니다.
소우주(별이 된 가족)
BTS의 소우주 가사가 이렇습니다.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사람들의 불빛들, 모두 소중한 하나, 어두운 밤(외로워 마), 별처럼 다(우린 빛나), 사라지지 마, 큰 존재니까, 우린 함께 빛나/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우린 알지,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는 모두 세상을 밝히는 별이고 소우주입니다. ‘광대한 우주를 마주하는 일은 곧 신 앞에 서는 경험’이라고 파스칼에 영향을 받은 키에르케고는 말했습니다. 세상의 한구석에서 우주와 자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와 함께 있다가 지금은 별이 된 가족들(이아름, 황순임, 민소영, 남광우, 김지환 등...)을 이곳에서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곳을 정하고 방부목 등으로 약간의 가림막, 파티션을 만든다.
순례 처에 대한 안내문으로 이곳(자리가) 어떤 곳인지 알려준다.
작은 의자를 준비하여 잠시 앉아서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필요하다면 메모나 작은 십자가 등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영성, 자연, 문화위원회 별로 만들고 운영, 관리, 업그레이드 또한 맡는다.